삼천포항

경남 사천으로 가는 길은 쾌청하다. 오래된 포구와 해변에는 청정 남해 바다가 함께 한다.  해안선을 끼고 산에 올라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조망하는 오붓한 시간도 마련된다. 

사천여행은 고즈넉한 산행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다. 사천은 예전 삼천포로 불리던 고장이다. 추억의 선술집 골목이 즐비한 삼천포항에는 번성했던 포구의 흔적이 남아 있다. 

한려해상 품은 각산과 실안낙조

삼천포항을 내륙쪽으로 병풍처럼 에워싼 산이 각산이다. 각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조망하는 산이다. 해발 408m의 산은 쉬엄쉬엄 올라도 정상까지 한 시간이면 족하다. 오르는 길은 평이해도 산 굽이마다 내려다보는 남해 바다가 아름답다. 삼천포 앞바다의 작은 섬들과 창선 삼천포대교도 한눈에 알알이 박힌다. 

바다를 품은 산은 예전 전략적 요충지였다. 산 8부 능선에 각산산성이 있고, 남쪽 성문과 봉화대가 원형대로 남아 있다. 이 성은 백제의 제30대 무왕 6년(605년)에 축성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백제가 전성기에 영토를 사천 지방까지 확장한 근거가 되고 있다. 산성 안에는 망루가 있어 호젓함을 더한다.  

각산 하산길은 사천의 해변으로 연결된다. 실안해변은 낙조를 감상하는 황홀한 포인트다. 실안낙조는 전국 일몰명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해안에서 음미하는 바다와 섬 너머 저녁노을이 일품이다. 멸치를 잡는 원시 정치망인 죽방렴까지 볼수 있어 아득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바다에는 거센 파도가 없어 흡사 호수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각산망루
실안낙조
죽방렴

섬들을 이은 창선 삼천포대교

각산에서 조망한 한려해상의 다리는 직접 건너야 진면목이 전해진다. 창선 삼천포 대교는 사천시와 남해군을 연결하는 5개의 교량을 아우르는 다리다. 사천시 삼천포항과 남해군 창선도 사이를 늑도, 초양도, 모개도를 디딤돌 삼아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대교, 창선대교, 단항교가 이어진다. 

창선 삼천포대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으로도 뽑힌 바 있다. 총길이 3.4km인 5개의 교량은 각기 다른 공법과 모양으로 건설돼 다리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다리를 건너다 보면 섬마을의 감색, 푸른색 지붕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자맥질을 한다.  다리 중앙 초양도까지는 케이블카가 연결돼 비경을 더한다. 초양도에는 차 한잔 음미할 쉼터가 있으며, 늑도에는 옛 한중일 삼국의 교역관계를 고증하는 늑도 유적이 남아 있다. 

삼천포의 쪽빛 바다는 유람선을 타고 나서면 색다르게 다가선다. 삼천포 유람선 투어는 삼천포 앞바다를 출발해 기암괴석 절경들을 관광하는 코스로 꾸며진다. 섬마을과 독특한 형상의 바위를 지닌 해변을 선상에서 감상할 수 있다. 코끼리바위, 씨앗섬 등을 유람선은 스쳐 지난다. 신라시대 학자 최치원은 ‘남쪽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여기 있었구나’며 남일대 해수욕장의 아름다움을 칭송하기도 했다. 

삼천포 유람선

여행메모

교통: 남해고속도로 사천IC에서 사천시내를 거쳐 각산, 삼천포항으로 연결된다. 사천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으며, 서울에서 삼천포항까지 버스가 오간다. 

음식: 삼천포항과 가까운 용궁수산시장을 이른 오전에 방문하면 살아 헤엄치는 활어들을 만날 수 있다. 사천과 남해 일대는 멸치 요리로도 명성 높다. 멸치쌈밥은 뼈째 조린 멸치를 상추쌈에 넣어 먹어야 제맛이다. 

기타: 사천에는 항공우주박물관, 우주과학관 등 항공우주에 관한 전시관들이 모여 있다. 조종 체험 외에 우주복, 전투기, 프라모델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멸치조림
항공우주박물관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