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399.0원으로 시작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99.0원을 기록한 건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5.3원 오른 1,399.0원으로 시작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399.0원을 기록한 건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0원) 이후 13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강달러 기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1400원에 근접해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원화뿐만 아니라 영국 파운드화,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모두 달러에 대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킹(King) 달러’라고 부르면서 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킹 달러’의 원인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미국의 긴축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으로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는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다양한 금융완화 정책 등을 펼쳤고 이는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끌어냈다.

미국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하여 기준금리를 0.00~0.25%로 설정하며 사실상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쳤고 그에 발맞춰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 확대 정책을 운용하기도 했다.

한국 역시 기준금리를 0.50%로 역대 최저수준으로 유지하고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며 코로나19에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특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금 등 코로나19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정책들이 등장할 만큼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꺾이고 백신 개발 및 보급 확대가 이뤄지면서 코로나19 시기에 한정해 이루어졌던 정책들을 다시 원상복구 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존의 낮은 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기 시작했으며 어느덧 2.25~2.50%까지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으며 미국 연준(Fed)에는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매파가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비둘기파보다 득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국들은 미 연준과 발맞춰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속도와 수준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베이비스텝이라고 불리는 0.25%p 인상이 일반적이었으나 미국이 빅스텝(0.50%p 인상)과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 등을 단행하면서 주요국들의 중앙은행들도 이에 동참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 기조 이외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글로벌 공급망에 위기를 가져오면서 물가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가스공급을 무기화하면서 유럽지역에서의 에너지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유럽지역으로의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서 유럽의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는데 러시아에 대한 가스 의존도가 높은 독일이 특히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가 부각되고 실질적인 경제 피해가 예상되자 러시아에 대한 유럽의 단일대오에도 균열이 가는 모양새다. EU는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중 갈등이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거세지면서 G2 국가의 관계가 급격하게 냉랭해지고 있다. 미국의 의전 서열 3위로 알려진 펠로시 하원의장이 중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대만을 방문함으로써 중국의 부당한 압력에 미국이 굴복하지 않으며 미국 독자적인 외교 통상 정책을 추진함을 전 세계에 천명했다. 게다가 미국은 사실상 중국을 포위 및 견제하기 위해 한국, 대만, 일본을 포함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를 통해서 첨단산업에서의 경쟁에서 중국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이미 크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물가상승 압박도 큰 상황이며 심지어 내년에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출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즉 달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달러가 강세로 나타나게 된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풀지 못하고 있는 숙제들이 글로벌 경제에 산적해 있어 달러화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에도 원달러 환율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서 이미 주가지수도 하락하고 있으며 지난 8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도 전월 대비 21억 8000만달러 감소했다. 물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 자체는 세계 9위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 발생에 대해 당장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환율 시대가 지속된다면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방식의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서 한국은행도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지속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환 당국에서 일정 부분 시장개입을 통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펼칠 필요도 있다. 이외에 지난 7월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방문했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 재체결에 대한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만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현실화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외환위기 발생을 막아주는 강력한 방파제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조하현 연세대 교수 프로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한국 금융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제가 사회현상 뿐 아니라 정치적 흐름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경제의 광범위한 영향력과 다채로운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하현 연세대 교수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