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피해 복구 한창 포스코, 최정우 회장 퇴진설에 진땀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포항제철소 지하 설비 복구 활동에 직접 나서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오른쪽)이 포항제철소 지하 설비 복구 활동에 직접 나서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정치권에서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에 대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포스코가 예보된 태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문재인 정부 때 선임된 최 회장 등 포스코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사전 작업이 아니냐고 반박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 회장을 10월 국정감사에 소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경우 경영진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포항제철소 생산이 정상화하기 위해선 앞으로 수개월이 더 걸릴 상황에서 복구를 진두지휘할 기업 총수를 불러 국회의원들이 망신을 주는 구태가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정권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 교체…여야 최정우 회장 거취 놓고 공방전

최 회장은 침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복구 작업을 하는 등 포항제철소 정상화에 힘쓰고 있지만 자칫 국정감사를 계기로 중도 퇴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문책성 경고에 나섰다가 결국은 한발 물러섰지만 그 여파는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포항 철강산업 피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태풍 힌남노가 충분히 예보된 상황에서도 이런 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중점적으로 한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침수 피해의 책임을 포스코 경영진에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됐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도 결국 한 발 빼는 모양새를 내비쳤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태풍 예고가 많이 되면서 기업도 사전 준비를 할 시간이 좀 더 주어졌기에 철저히 준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은 있다”면서도 “기업의 거버넌스 등에는 관심이 없어 경영진 문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충분히 예견됐고 마땅히 준비했어야 하는 대비책 마련에 소홀한 것이 드러나면 경영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세계 초일류 기업이며 선조들의 피 값으로 세워진 자랑스러운 제철소에 큰 오점을 남긴 이번 피해는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국회 산자위는 지난 22일 전체 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증인 채택 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될지 여부는 여야 합의에 달려 있어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번 달 안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최 회장 지키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산자위 전체 회의에서 이 장관을 향해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산업부가 포스코 경영진 문책론을 띄우며 기업 기강 잡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이명박 정부의 하천 사업 때문에 냉천이 범람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지난 14일 민관합동 ‘철강 수급 조사단’을 구성해 포항제철소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현장 복구 지원과 철강 수급 영향을 진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서도 야당은 산업부의 의도가 좋지 못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피해 상황 파악과 현장 복구 지원이 아닌 경영진 교체를 위한 계획된 행보라는 것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지난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포스코를 공격하는 이유가 결국 경영진의 교체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지 국민은 의심한다”며 “포스코가 다시 물에 잠기는 일이 없도록 하려면 경영진 교체가 아니라 냉천 정비가 시급하다”고 엄호했다.

역대 포스코그룹 회장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퇴임했다. 포스코홀딩스 최대 주주는 지분 8.3%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다. 이 지분을 바탕으로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다는 시각이 많다. 최 회장은 2024년 3월까지 임기지만 태풍 피해를 이유로 퇴진설이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포항제철소 정상 가동까지 3개월 걸릴 듯

포항제철소 침수와 49년 만의 가동 중단이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정치권뿐 아니라 포스코와 포항시의 입장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침수가 포항시가 냉천을 메우면서 강폭이 좁아져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는 냉천은 이미 49년 전 포항제철소가 들어서며 물길이 틀어지고 폭이 좁아졌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처럼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가 정치권과 지역 사회의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포스코는 3개월 이내에 포항제철소 전 제품 재공급을 목표로 국내 철강 수급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선강(銑鋼·선철과 강철을 아울러 이르는 말) 부문을 정상화하고 냉천 범람의 피해가 컸던 압연라인 복구 작업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달 말 1냉연과 2전기강판, 다음 달 중 1열연과 2·3후판 및 1선재, 11월 중 3·4선재와 2냉연, 12월 중 스테인리스 2냉연과 2열연 공장 등 단계적인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선 포스코 고객사와 유통점이 보유한 열연, 후판, 스테인리스 등 주요 제품의 재고가 2~3개월 수준으로 산업 전반의 철강 수급 차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필요하면 광양제철소와 해외 법인 전환 생산, 타 철강사와 협력,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유 수입 등을 통해 철강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고객사들이 포항제철소에서만 생산하는 선재, 스테인리스, 전기강판 제품 등의 소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조선용 후판의 일반 제품은 광양제철소에서 충분히 생산할 수 있고, 포항제철소 중심으로 생산하는 열처리재와 두께 10㎜ 미만의 박물(얇은 철판) 제품은 광양제철소 전환 생산과 인도네시아 공장 대체 공급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동차 강판은 광양제철소에서 대부분 생산하고 있어 고객사 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내외 철강 가격이 안정적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철강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은 수요 둔화로 철강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우려와 달리 포항제철소 수해 복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국내 철강 가격도 큰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