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항장 문화지구
개항장 문화지구

인천에서는 시간여행이 흥미진진하다. 전철에 올라 옛 도심으로 이동하면 타임머신을 탄 듯 인천의 100년 세월이 차곡차곡 윤곽을 드러낸다.

인천의 60~70년대 근대사를 엿보려면 달동네박물관, 공예상가가 들어선 동구 배다리 전통공예거리로 향한다. 배다리 일대는 옛 서민들의 삶이 낱낱이 스며든 곳이다.

서민들의 삶 서린 배다리 골목

배다리는 경인철도가 부설되기 전까지만 해도 만조 때면 바닷물이 드나들던 곳이다. 배가 닿는 다리가 있어 '배다리'라는 이름이 유래됐다. 초입에 장승이 서 있는 지하공예상가는 인천지역 공예 작가들이 직접 작품 활동을 하는 터전으로 손으로 염색한 넥타이, 한지로 만든 보석함 등의 공예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공예상가를 나서면 헌책방 거리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규모가 줄었지만 헌책방 문틈 사이로 빛바랜 책을 들춰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인천의 유일한 헌책방 골목으로 드라마 ‘도깨비’, 영화 ‘극한직업’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배다리 공예상가에서 언덕길로 접어들면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도국산은 동인천역 뒤에 위치한 산으로 일제강점기에 꼭대기에 수도국이 있어 수도국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수도국산 일대는 한국전쟁때는 고향을 잃은 피난민들이, 60~70년대에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지방사람들로 붐비던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달동네 박물관은 공동변소, 구멍가게, 물지게 등 옛 달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배다리 전통거리
헌책방거리
달동네 박물관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문화지구

옛 인천을 만나는 시간여행은 중구 차이나타운에서 한결 깊어진다. 인천역앞 '중국인 거리'는 개항과 함께 130년의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근대유산을 만나는 인천개항 누리길이 시작되는 곳이다. 짜장면 거리, 삼국지 골목을 지나 국내 최초의 서양식 공원인 자유공원으로 이어지는 언덕에 오르면 인천항의 전경과 함께 도시의 지난한 변화상이 따사롭게 밀려든다.

자유공원 뒤편은 개항장 문화지구로 연결된다. 개항 당시 건물을 개조한 박물관, 갤러리, 일본식 가옥, 성당 등이 들어서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창작공간이자 신개념 거리미술관으로 개항기에 세워진 건축물을 전시공간으로 쓰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100년 세월의 물류창고가 문학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빛바랜 외관의 개항박물관과 개항근대건축전시관은 옛 은행들이 모태가 됐다.

'원조 송도'인 송도유원지 일대에는 인천시립박물관, 인천상륙작전 기념관 등이 인천의 과거를 투영한다. 1946년 개관한 국내 최초의 공립 박물관인 인천시립박물관에는 녹청자 등 인천 일대에서 출토된 토기 외에 인천의 생활사 자료, 개항 등 근대사와 관련된 유물 등이 전시중이다. 박물관 인근의 인천 상륙작전 기념관에는 남북한 생활상을 비교한 자료와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 각종 사진을 관람할 수 있다.

삼국지 벽화골목
인천아트플랫폼
차이나타운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여행메모

교통: 수도권 전철 1호선을 이용해 동인천역에서 하차하면 배다리 전통거리로 연결된다. 차이나타운과 개항장 문화지구는 인천역에서 하차한다.

음식: 인천 차이나타운 일대에 중국식 만두집, 중국요리집 등이 밀집해 있다. 공화춘, 진흥각 등이 잘 알려진 짜장면집이며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기타: 개항장 문화지구에서 연결되는 한국 최초의 감리교회인 내리교회는 선교사 아펜젤러가 세운 공간이다. 신포시장 건너편의 답동성당은 로마네스크 양식과 돔 형태의 외관이 이채롭다.


서진 여행칼럼니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