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에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뉴욕증시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는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에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중금리가 꾸준히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기승전 ‘인하’ 기대로 대표되는 피봇(pivot)에 대한 큰 그림이 서서히 실체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연초 기준금리 인하를 둘러싼 중앙은행과 시장 간의 치열한 공방전에서 이제 무게추가 ‘어쨌든 금리는 인하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은 파월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의 의회 증언과 고용 지표라는 두 대형 이벤트를 겪었다. 새로운 점도표를 포함해 각종 수정 경제 전망치들이 제시될 예정인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사전적으로 분위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이벤트들이었다.

파월 연준 의장의 상반기 의회 증언은 이틀 간에 걸쳐 이뤄졌다. 첫날 하원 증언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확고하게 안정되는 것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발언으로 시장을 다소 실망시켰다면, 그 다음 날 상원에서는 “금리 인하가 멀지 않다”라고 밝혀 다시 인하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양일 간의 증언을 통해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시중금리 역시 하향 안정화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즉 파월 의장의 증언이 표면적으로는 논란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통화당국의 정책 기조의 전환을 다시금 알렸기 때문이다. 또한 이 같은 기조 전환을 시사한 파월의 입장 표명은 그간 중앙은행과 금융시장 간의 힘겨루기 혹은 시각 차이라는 간극이 축소됨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파월 의장 이전에도 연준은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피봇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기준금리를 인하하겠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굳이 새롭게 추가되는 정보는 아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의 인하에 대한 기대는 지난해 연말이나 올해 초와 같이 연간 100~150bp(bp=0.01%포인트) 가량 인하가 가능하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데, 연방기금선물 등을 통해 추정되고 있는 시장의 올해 인하 전망은 연준이 점도표에서 제시한 연간 3회 인하와 유사하다.

파월 의장의 이번 발언은 시장이 연준에서 제시한 정도에 맞춰 인하에 대한 눈높이를 조절한 데 따른 화답의 의미를 내포한다. 여전히 당국과의 간극이 컸다면 증언의 방향 자체가 달랐을 것이다. 실제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은 시장에서 금리 인하 폭에 대해 점도표 이상으로 강력한 인하를 반영했을 때 적잖은 거부감을 드러낸 바 있다.

따라서 파월 의장이 새로울 것이 없이 인하 기조를 반복적으로 시사하고 있음에도 시중금리가 연초와 달리 하향 안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양 측의 인식 격차가 크게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동시에 3월 FOMC에서 발표되는 점도표가 기존과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중위값 기준으로 올해 연말 미국 기준금리는 현 수준 대비 3회 인하된 4.75% 전망).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FOMC 회의를 거치며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와 향후 금리 정책의 향방은 인하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항상 통화당국의 의도를 크게 웃돌았던 금융시장의 강력한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치는 연준이 제시했던 수준을 뛰어 넘었다.

이에 여전히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을 받고자 하는 연준과 시장 간의 시각 차이는 불거질 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인건비와 연결고리가 큰 서비스 물가가 좀처럼 뚜렷하게 안정화되지 못하는 울퉁불퉁한 경로를 이어감에 따라 시장의 우격다짐 식의 인하 기대는 통화 당국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시장의 금리 인하에 대한 눈높이 조정은 이제 시장이 당국이 의도했던 수준을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통화당국은 향후 금리 정책 기조가 인하에 맞춰져 있음을 분명하게 알릴 필요도 있다. 침체 없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연준은 큰 틀에서는 인하라는 정책 방향성, 세부 각론으로는 점진적인 인하하는 두 가지 메시지를 균형감 있게 전달해야 했다.

현재 금리 인하를 의심하는 주장의 골자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것이다.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거나 침체로 빠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왜 금리를 인하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급격하게 나빠진다는 것이 인하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이라는 시각과 연준의 인하기조 시사는 출발부터 차이가 있다. 즉 경기 침체가 나타나야 인하할 수 있다는 시각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코로나19 직전까지 이어졌던 저금리 기조가 매우 오랫동안 지속됐던 시기의 논리였다.

주지하다시피 당시 글로벌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 자체를 매우 낮게 유지했는데, 이처럼 낮은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급격한 경기 둔화 등과 같은 강력한 증거들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문제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상당수 국가들의 기준금리는 그 자체로 저금리가 아닌 고금리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침체와 같은 강력한 단서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금리의 여건 자체가 저금리가 아닌 만큼 물가가 안정적일 것이란 확신만 있다면 피봇은 가능하다. 이는 파월 의장이 최근 보여준 금리 정책에 대한 입장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실제 최근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PCE 물가 상승률은 월가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만큼 금리 인하 기대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한편 미국의 고용은 그간의 활황에서 벗어나 차츰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에 필요한 전제 조건들 가운데 인하 자체에 부담을 주는 요소들은 해소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미국의 2월 실업률은 3.9%로 반등했고, 시간당 임금상승률 역시 월가의 예상치를 밑돌았다.


공동락 이코노미스트 weeklyh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