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되고 있는 피치클록. 사진=연합뉴스
시범운영되고 있는 피치클록. 사진=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사람 대신 기계가 스트라이크 존을 판정한다면 어떨까?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2024시즌 KBO리그에서는 일명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세계 최초로 도입된다. 유·무선 중계는 유료화로 전환됐다. 돈을 지불하고 프로야구를 시청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더불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괴물’ 류현진이 KBO리그로 복귀했다. 오는 23일 개막전부터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프로야구가 팬들을 찾아온다.

경기장 안에서의 변화, 로봇심판부터 피치클록 시범운영까지

프로야구가 시작된 이래 볼 판정은 주심의 고유권한이었다. 다만 사람의 눈으로 시속 150㎞에 육박하는 투구를 매번 정심으로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야구는 매 경기 스트라이크 판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24시즌에는 확 달라진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이 주심 대신 스트라이크, 볼을 판단한다. 주심은 이어폰을 통해 자동투구판정시스템에서 내린 판정을 듣고 선수들에게 전달하기만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0년부터 4년간 퓨처스리그 시범 운영을 통해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의 기술적 안정성을 높였다. 이후 구단 운영팀장 회의, 감독 간담회, 자문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이사회 의결을 통해 2024시즌 자동투구판정시스템 도입을 최종 결정했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은 2024 시범경기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정확하고 일관된 스트라이크 판정이 선수와 팬들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판정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 않아 경기 진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2024시즌 KBO리그를 대표하는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2024시즌에는 볼 판정만큼 내야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일단 수비 시프트가 폐지된다. 내야수들이 잔디 위로 올라갈 수 없고 내야 흙 안쪽에 위치해야 한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2명씩 양 측면에 있어야 한다.

내야 베이스는 확대된다. 기존 한 면의 길이가 15인치(38.1㎝)였던 1, 2, 3루 베이스가 18인치(45.72㎝)로 커진다. 이로 인해 홈 플레이트와 1, 3루간 직선거리는 각각 3인치(7.62㎝), 2루와 1, 3루간 직선거리는 각각 4.5인치(11.43㎝) 감소됐다. 이 같은 변화는 타자들의 타율을 높이고 주자들의 도루를 늘리는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2024시즌 전반기에는 피치클록 시범운영이 실시된다. 피치클록은 빠른 경기 진행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투수는 무주자 시 18초, 유주자 시 23초 내로 투구 동작에 들어가야 하며 타자는 8초 이내 타석에서 타격 준비를 마쳐야 한다.

유·무선 중계 ‘유료화’ 시대

KBO는 지난 4일 CJ ENM과 2024~2026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을 계약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서비스인 티빙이 2024시즌부터 유무선 중계방송을 실시한다. 이번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은 3년간 총 1350억원(연 평균 450억원) 규모다. 기존 유·무선 중계권 계약 규모인 5년간 총 1100억원(연 평균 220억원)보다 연 평균금액이 약 2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프로야구 산업화와 구단의 자생력 증강에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그동안 만성 적자로 인해 모기업의 자금 지원에 의존하던 KBO리그 구단들은 중계권료로 많은 금액을 얻게 되면서 장기적으로 흑자 전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야구팬들은 돈을 내고 프로야구를 시청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티빙이 유·무선 중계방송 권리를 획득하면서 유료 중계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티빙은 다음달까지 KBO리그 중계 무료 이벤트를 실시한 뒤, 오는 5월부터 ‘광고형 스탠다드’를 통해 월 5500원으로 KBO리그 전 경기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유료 중계는 팬들의 큰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비판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은 티빙의 품질높은 중계였지만 티빙은 시범경기 기간 기초적인 자막 오류, 부자연스러운 편집, 늦은 하이라이트 업로드 등 수많은 문제점을 보이면서 팬들에게 집중 포화를 맞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티빙은 개막전까지 서비스 개선을 약속했다. 1주일에 1경기씩 슈퍼매치를 선정해 차별화된 중계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개막전부터 티빙의 유·무선 중계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류현진 복귀, 다크호스로 올라선 한화

2024시즌에는 슈퍼스타도 돌아온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KBO리그로 복귀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22일 ‘친정팀’ 한화 이글스와 8년 17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어 지난 12일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등판했다. 2012년 10월 4일 넥센 히어로즈전 이후 4177일 만에 한화 팬들앞에 선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시속 148㎞ 패스트볼을 뿌리며 건재함을 알렸다. 체인지업, 커브, 커터 등 다른 구종들도 뛰어난 구위를 자랑했다. 특히 상대 타자들을 얼어붙게 만드는 제구력은 일품이었다.

류현진을 품은 한화는 하위권을 탈출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 2023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KT 위즈, 강력한 외국인 투수 듀오를 영입한 KIA 타이거즈가 3강 후보로 꼽히는 가운데, 한화는 지난 시즌 5위였던 두산과 함께 선두권을 흔들 다크호스로 꼽히고 있다. 한화의 성장으로 인해 2024시즌에는 어느 때보다 치열한 순위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로봇심판부터 유료 중계, 류현진까지 2024시즌 KBO리그는 새롭다. 달라진 프로야구가 개막전부터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정철 스포츠한국 기자 2jch42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