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6만원대에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판매량이 한 달 만에 46만장을 돌파했다.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기후동행카드 이용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월 6만원대에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판매량이 한 달 만에 46만장을 돌파했다.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 기후동행카드 이용안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선보인 기후동행카드가 예상 밖의 흥행을 보이면서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월 6만원대에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판매량은 한 달 만에 46만장을 돌파했다.

카드업계는 기후동행카드의 신용카드 후불제 충전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개별 카드사의 교통혜택이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데 대한 대책 마련에도 고심중이다. 한편 서울시는 경기도와 기후동행카드 이용 확대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쟁이 어떻게 정리될 지에도 이용자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기후동행카드, 출시 한 달만에 46만장 팔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는 판매 첫날인 지난 1월23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한 달 간 총 46만6000장이 팔렸다. 유형별 판매량은 모바일 17만7000장, 실물카드 28만9000장이다.

기후동행카드는 무제한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월 6만2000원권과 6만5000원권 2종으로 출시됐다. 이 카드가 있으면 서울 지하철과 심야버스(올빼미버스)를 포함한 서울시 면허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후동행카드 이용자들은 한 달에 대중교통비를 약 3만원 가량 아낀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을 뛰어넘은 큰 인기에 서울시는 2월초 실물카드 20만장을 추가로 생산·공급하기도 했다. 기후동행카드 구매자 연령대를 보면 20∼30대가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에 서울시는 청년층의 대중교통 요금 경감을 위해 지난달 26일부터 청년 맞춤형 할인 혜택도 적용했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19∼34세 청년이면 거주지 관계없이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청년 권종은 따릉이 이용 여부에 따라 5만5000원(따릉이 미포함)과 5만8000원으로 적용된다.

시범사업 기간 청년 할인혜택은 사후 환급방식으로 적용된다. 6월 30일까지는 기존 일반권종(6만원대)을 이용하고, 7월 별도 환급신청을 통해 할인액을 소급해 받을 수 있다. 이어 7월 본사업부터는 5만원대 할인가격으로 곧바로 충전 가능한 청년 권종이 배포된다.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제조사 애플 정책에 따라 앱에서 모바일 카드를 받지 못하는 점 등의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기후동행카드는 전체적으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기후동행카드를 활용해 서울과 인근에 있는 여가시설 입장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우선 기후동행카드 이용자에게 과천 서울대공원,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입장료 면제를 추진한다. 현재 두 시설의 성인 입장료는 5000원이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과 서울시립과학관도 기후동행카드를 활용해 50% 가량 요금 할인을 검토중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최근 ‘서울시 도시공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서울시립미술관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서울시립과학관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카드업계 긴장…신용카드 후불제 충전에 ‘기대감’

이같은 다크호스의 등장에 카드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 체크·신용카드의 교통카드 후불결제 기능을 통해 고객 확대를 해 온 카드사들로서는 교통카드 혜택 부문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KB·신한·BC카드 등 국내 대형 카드사들은 2019년 국토교통부와 협업해 대중교통 할인 카드인 ‘알뜰교통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 이용 시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한 거리(최대 800m)에 맞춰 최대 20% 마일리지를 주고, 카드사가 추가로 10%를 할인해주는 카드다. 알뜰교통카드는 오는 5월부터는 GTX-A까지 적용되는 K패스로 제도가 바뀌어 새로 고객을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에 카드업계는 K패스 적용 시기에 맞춰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한편으로는 기후동행카드의 신용카드 후불제 충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기후동행카드는 현금으로만 충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은 “4월 중 신용카드로 충전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신용카드 후불제 시스템도 도입해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서울시와 함께 기후동행카드 사업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후동행카드의 흥행이 확인된 만큼 신용카드 후불제가 가능해지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카드는 4월부터 수수료 없이  신용·체크카드로 요금을 충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와 신한카드는 기후동행카드 사업 협약을 맺었다.

서울시 vs 경기도, 기후동행카드 확대 놓고 갈등

카드업계와 함께 경기도 내 지자체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현재 기후동행카드는 경기도와는 사업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출퇴근 시민은 사용에 제한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 시장은 경기도의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지만, 오는 5월 ‘더(The) 경기패스’ 출시를 앞둔 경기도는 시·군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다는 입장을 고수중이다.

서울시는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100만여 명에게도 기후동행카드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기도는 자체 교통정책인 더 경기패스 시행을 위해 31개 시·군과 협의까지 마친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후동행카드에 동참할 경우 중복투자 및 운송손실금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더 경기패스는 매달 사용한 대중교통비를 연령·소득수준 등에 따라 20~53%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기후동행카드 참여 여부는 시·군의 자율적 결정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해 9월 기후동행카드 사업 발표시 수도권 전체에서 무제한 교통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인천 등 수도권 교통기관과 재정을 분담하는 것으로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당시 경기도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 경기 일선 시군에서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요청해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경기도가 오히려 서울시에서 일선 시군의 참여를 종용한다는 표현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서울시는 시군에서 기후동행카드 참여를 요청하는 경우 서울시와 시군이 운송손실금을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협의하고 있고, 경기 시군 참여 시 적용되는 운송기관 범위가 서울이 많기 때문에 서울시 예산이 최소 60%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