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K베뉴'서 한국 상품 판매…시장 공략 가속화

사진=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사진=알리익스프레스 홈페이지 캡처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 식품·화장품업체가 연이어 알리 입점에 나서면서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쿠팡과 갈등을 빚으며 납품을 중단한 CJ제일제당이 지난 7일 알리에 대대적으로 입점하면서 화제가 된 데 이어 롯데칠성음료, 농심, 대상 등도 알리에 차례로 납품을 시작했거나 검토중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애경 등의 화장품·생활용품도 알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은 향후 3년간 한국 시장에 약 1조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CJ 제일제당, 알리익스프레스 공식 입점

CJ제일제당이 알리에 공식 입점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값싼 중국 공산품을 위주로 최저가 판매에 집중하던 중국 플랫폼이 이제 국내 유통기업과 직접 거래하면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알리의 한국 상품 전문관인 ‘K베뉴’에 입점한 CJ제일제당의 햇반·비비고 등 일부 상품은 특별 할인가에 판매됐다. 햇반(210g) 24개 묶음이 1만 9000원대에 판매돼 CJ제일제당의 자사몰 CJ더마켓 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했다. 비비고 만두 세트와 간편식 중화요리 ‘고메’도 대폭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알리가 국내 기업 입점 이벤트로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2022년부터 쿠팡과 납품단가로 갈등을 빚은 후 쿠팡에 제품 판매를 중단한 터라 이번 알리 입점은 더욱 화제가 됐다. 이번 알리 입점으로 쿠팡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식품·뷰티기업, 잇단 알리 입점이유는

CJ제일제당에 이어 국내 대형 식품기업들도 속속 알리 입점을 진행중이다. 현재 알리의 K베뉴에는 롯데칠성음료, 농심(도매 대리점)이 입점해 있다. 대상, 풀무원, 삼양식품, 동원F&B 등도 4월 내 알리 입점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참존, 한국피앤지 등 국내 주요 뷰티기업들도 최근 K베뉴에 입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잇단 알리행은 대부분 내수부진으로 인한 해외시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 매출 감소로 부침을 겪은 뷰티기업들에는 해외채널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판매 채널을 다각화할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올해도 내수 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들은 빠른 속도로 이용자 수를 늘려가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알리익스프레스 앱 국내 사용자 수는 지난달 기준 818만명으로 2016년 집계 이래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355만명)과 비교하면 130% 증가한 수치다. 지난달 테무 앱 사용자 수는 581만명, 쉬인은 68만명으로 역시 각각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종합몰 앱 순위는 쿠팡이 1위를 지킨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가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어 11번가, 테무, G마켓, 티몬, 위메프, GS샵 순이다.

알리바바그룹, 한국시장에 3년간 '1조 5000억원' 투자 

이처럼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앞으로 3년간 한국 시장에 약 1조 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축구장 25개 규모의 대형 통합물류센터를 지어 쿠팡 로켓배송에 필적할 신속 배송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바바그룹은 한국 정부에 이같은 계획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또 한국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국내 유통 인력을 적극 채용 중이다. 

알리는 역직구 사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알리 한국지사는 ‘글로벌 오픈마켓’ 사업을 위한 채용 공고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오픈마켓은 일종의 역직구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한국의 중소 상공인 또는 업체가 해외에서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중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리는 한국 판매업체 모집을 위해 입점 수수료 등을 할인해 주거나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는 해외시장 판매 지원을 해준다는 유인책으로 국내업체 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이같은 중국계 이커머스 기업의 공격적 진출에 우려감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쿠팡 등 국내 경쟁기업들에 대한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직구 플랫폼(알리, 테무)의 성장세가 돋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빠른 배송 속도와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강점이 있는 쿠팡과는 수요층이 다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알리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배송 경쟁력 없이 B2C는 한계가 존재한다”라며 “대안으로 B2B에 집중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중국에 잠식되기보다는 새로운 생태계를 맞이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