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파상 공세에 고민 깊었던 현대차그룹
미국서 새로운 ‘충전동맹’ 결성…‘이피트’ 확대

부산 금곡동 이피트(E-pit).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부산 금곡동 이피트(E-pit).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자동차 전동화가 본격화되면서 당연히 커질 시장은 바로 전기차 충전 시장이다. 이미 테슬라가 자체 급속충전소인 ‘슈퍼차저’로 전기차 생태계를 장악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발 빠른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 점유율 60~70%를 차지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테슬라의 슈퍼차저를 이용하는 전기차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포드, 제너럴 모터스(GM), 리비안, 볼보 등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테슬라와 협력해 자사 전기차가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테슬라 슈퍼차저는 전 세계적으로 약 3만 5000여 개소에 설치돼 있고, 이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중 가장 규모가 크다.

국내에서 전용 급속충전소 ‘이피트’(E-PIT)를 주도적으로 구축하는 등 테슬라와 닮은 전략을 펼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 GM, 혼다, BMW, 스텔란티스, 벤츠 등 7개 완성차 기업이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확충하기 위해 ‘충전 동맹’을 결성하는 등 다양한 전기차 충전 생태계 구축을 위해 주력하고 있다.

이피트, 내년까지 2021년 대비 약 600% 확대

현대차그룹은 2021년 4월 초고속 충전 서비스 이피트를 경부고속도로 안성(서울 방향) 휴게소 등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각 6기씩 총 72기로 운영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피트 충전소는 국내 최상의 프리미엄 충전소를 지향하고 있다”며 “특히 실외 모든 이피트 충전소에는 건축물 수준의 캐노피를 설치해 눈이나 비 같은 기상조건에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고 야간에도 자체 조명을 통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충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가장 최근 문을 연 부산 금곡동 이피트를 포함해 이달 기준 현재 총 54개소 286기로 확대했고 내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286기를 포함해 2021년 대비 약 600% 증가한 총 500기의 이피트 충전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피트에는 최대출력 350kW 사양의 충전기가 설치돼 있어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갖춘 아이오닉 5를 배터리 충전량 10%부터 80%까지 약 18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400/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한 전기차와 최대출력 350kW의 자체 충전 서비스를 동시에 갖췄다.

현대차그룹 통계에 따르면 E-GMP 기반 전기차 사용자의 지난해 전체 이피트 평균 충전 시간은 현존 최고 수준인 18.5분으로 나타났다.

이달 현재 E-GMP 기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는 ▲현대차 아이오닉 5·아이오닉 6 ▲기아 EV6·EV9 ▲제네시스 GV60가 있고, 제네시스의 G80 전동화 모델과 GV70 전동화 모델 역시 400/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피트 외에도 내년까지 계열사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통한 국내 초고속 충전기 3000기와 현대엔지니어링을 통한 완속 충전기 2만대를 추가 설치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전기차 사용자의 충전 접근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 56만 5154대
충전기 30만 5309기…차충비 약 1.85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충전 생태계의 ‘차충비’(충전기당 전기차 수)를 계산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약 1.85로 국내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보급 대수 증가에 따라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접근성이 확대돼 한층 더 편리한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전기차 등록대수는 56만 5154대로, 충전기는 총 30만 5309기(급속 3만 4386기, 완속 27만 923기)가 설치돼 있다. 내년 59만대, 2030년까지 충전기 120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전기가 설치된 시설물 현황을 보면 완속 충전기는 공동주택 및 상업시설에 약 22만 5000기가 설치돼 있고 급속 충전기는 공공시설 및 주차시설에 약 1만 3000기가 설치돼 있다.

지역적으로는 전기차 보급률 및 인구수의 영향으로 경기, 서울, 부산, 경남, 대구 순으로 보급되고 있다. 이에 전체 충전기의 약 49%가 경기, 서울, 인천에 설치돼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올해 국내 전기차 충전 생태계의 안정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공용 충전시설 설치 보조금을 전년에 비해 42% 증가한 3715억원으로 편성했다”며 “특히 급속 충전기당 최대 7000만원을 배정하고 전기차 고객들의 편의를 더 개선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향후 질적 측면에서도 전기차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는 방향으로 생태계가 발전해 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6%였던 이피트 연간 휴지율을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3%대까지 낮춰 지난해 연간 기준 97%대의 서비스 가능상태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국제공인시험기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과 함께 국내 전기차 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품질인증센터’(E-CQV)를 설립 및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 충전 사업자와의 제휴로 이피트 패스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차세대 전기차의 우수한 상품성에 걸맞은 빠르고 여유로운 충전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의 충전 사용 편의성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