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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수선화

두 뺨에 닿는 겨울바람이 매섭게 느껴지는 한 겨울이면 어느새 꽃 소식이 기다려지곤 한다. 겨울을 바라보면서 피는 차나무의 아롱진 흰 꽃이나 풍성한 팔손이의 꽃도 좋지만 모진 겨울을 견디고 새로운 계절을 여는 바로 그 즈음에 피는 꽃이 더 값지고 귀해 보인다.

그러나 제주도나 거문도와 같은 따뜻한 남쪽 섬마을에 가면 미처 봄이 오기도 전, 한반도의 북쪽에서는 아직도 매서운 추위에 옷깃을 여미어야 하는 그 시기에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는 아름다운 꽃이 있는데 바로 수선화이다.

수선화는 따뜻한 남쪽의 섬에 자라는 까닭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 많이 피어 난다. 이러한 남녘에는 저 멀리 출렁이는 남쪽 바다가 바라보이는 양지바른 무덤가에 무리를 지어 수선화가 피곤 한다.

그 여린 줄기와 맵시있게 뻗어 나온 잎새 사이로 함빡 웃으며 피어나는 연노란빛 꽃송이의 청초함이라니. 그 연한 꽃잎 가운데 동그랗게 자리잡은 진한 노란색의 또 하나의 꽃잎. 그리고 그 고운 꽃에서 풍겨나오는 향기.

수선의 모습을 보노라면 꽃이 가져야 하는 모든 아름다움을 조화있게 한송이에 빚어 놓고서도 함부로 자랑하지 않아 기품을 간직하니 누가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칭송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수선화는 수선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이다. 마치 양파처럼 겹겹이 쌓인 비늘줄기가 땅속에 묻히고 그 아래로 가는 수염뿌리가 달린다. 겨울이 한창일 때 늘씬하고 파란 잎새 사이로 꽃대가 올라오고 그 위에는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꽃송이가 피어난다.

수선화는 기본적으로 여섯장의 꽃잎을 달고 있으며 그 가운데로는 마치 금으로 만든 술잔 모양의 샛노란 꽃잎이 또 하나 올라와 있는데 이를 두고 부화관(副花冠)이라고 부른다. 수선화를 두고 흔히 금잔옥대(金盞玉臺)라고 하는데 아주 잘 들어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가지 재미나는 사실은 거문도에서 절로 자라는 수선화들은 모두 이 금술잔을 얻은 금잔옥대인데 반해 제주도의 해안가에서 스스로 자라고 있는 수선화들은 이 금잔 대신 오골오골한 꽃잎이 모여 색다른 맛이 낸다는 점이다.

사실 수선화는 본래 고향이 중국인 식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들어와 옛 사람들의 사랑을 받은지 사뭇 오래되었다. 옛날 제주도에서는 밭에 수선이 많이 피어 뽑아내어 버릴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으니 그곳 사람들은 수선은 귀화한 식물이 아니라 우리의 꽃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을 정도이다.

수선화는 서양에서도 아주 좋아 하는 꽃이다. 그리이스신화에 나르시스라는 미소년이 요정 에코의 사랑을 외면하자 그 복수로 호수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졌으니 급기야는 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호수 옆에서 나르시스의 혼을 담은 수선화가 피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이 미소년의 이름을 따서 수선화의 속명(屬名)도 같은 이름을 가진다. 어느 이야기나 수선화의 아름다움을 칭송하고 있다.

서양의 수선화는 꽃이 더 크고 화려하고 꽃 빛도 원색적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1500년대에 화훼로 품종을 육성하여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고 현재는 그 품종이 몇 만종류에 이른다고 한다.

나르시스의 신화 때문인지 이 꽃의 꽃말은 자만, 자존심이다. 이른봄 양지바른 꽃에 피어나는 꽃송이와 그 꽃에서 끝없이 풍겨 나오는 은은하면서도 진한 향기를 보면 이 꽃의 자만이 밉지 않고, 숱한 시인들의 칭송도 당연하다 싶다.

입력시간 2003/01/2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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