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파크 광풍으로 건재 과시한 묻지마 투자, 후폭풍 진로에 촉각4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 꺼지지 않는 부동산 대박심리

유동자금, 부동산 먹잇감 '호시탐탐'
시티파크 광풍으로 건재 과시한 묻지마 투자, 후폭풍 진로에 촉각
400조원에 달하는 시중 유동자금, 꺼지지 않는 부동산 대박심리


대박에 대한 꿈과 희망, 기다림, 초조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교차했던 ‘시티파크 광풍(狂風)’.

서울 용산구 한강로 옛 세계일보 자리에 들어설 주상복합 ‘시티파크’의 분양 열기는 긴 여운을 남겼다. 이틀 만에 24만9,538명이 몰려 청약 증거금만 7조원 가까이 모이면서 주택 청약의 새로운 역사를 쓴 시티파크. 그 ‘후(後)폭풍’의 눈이 이제 어디로 향할 지 관심이다.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중 유동자금은 시티파크 분양현장에서 드러났듯 나이와 성별, 직업과 관계 없이 안전하고 수익률만 높다면 순식간에 ‘묻지마’투자로 돌변하는 가공할만한 폭발성을 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럴듯한 먹이만 걸린다면 ‘광풍’으로 돌변한다. 그 규모는 대략 4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기 부동자금으로 분류되는 만기 6개월 이하 단기 수신 규모가 2월말 잔액평균 기준으로 380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금융기관 총 수신액 780조7,000억원 중 48.7%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721조3,459억원의 52.3%에 달할 정도다.

물론 이 자금 모두를 투기자금으로 보면 안된다. 여기에는 기업의 단기자금이나 개인사업자의 결제자금 등이 섞여있다. 그러나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단기 부동자금의 성향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점이다. 시티파크로 한동안 숨 고른 뒤 어디로 향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 분양권 전매 마지막 기회

전문가들은 ‘시티파크’식 광풍이 당분간 재연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선 시티파크 분양은 정부 규제의 틈새와 입지, 대박 심리 등 3박자가 제대로 들어맞은 ‘로또’ 성향의 매력적인 명품이었다는 평가다. 특히 3월30일로 주상복합 분양권 전매 완전금지 전 유예조치 ‘막차’의 혜택을 누려 전매 1회 가능의 틈새로 부동자금이 몰린 ‘타이밍’의 걸작이었다. 전매를 통한 프리미엄 챙기기의 마지막 불꽃이었던 셈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총선과 탄핵정국이 마무리돼 신행정수도 개발에 대한 불투명성이 사라지면 모를까, 단기적으로 시티파크와 같은 가치상품은 당분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내 집 마련정보사 대표는 “올해 부동산 시장에 주목할 만한 소재는 고속철 개통과 신행정수도 이전에 따른 충북 청원군 오창과 오송지구 등이 우선으로 꼽힌다”며 “그러나 내년 상반기 판교신도시 아파트 분양 때까지는 광풍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티파크로 불거진 투기열풍이 주상복합에 대한 열기로 다시 번져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서초동 주상복합 D하이빌의 경우 55가구의 소규모 단지인데도, 최근 견본주택에 5,000여명의 청약자가 몰려 시티파크의 ‘후 폭풍’을 반짝 실감했을 정도.

하지만 이를 대세로 받아들이기는 아직 이르다. 올 상반기중 서울과 수도권 23곳에 9,000가구의 주상복합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으로, 이중 30% 정도가 1회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물량인데다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등 도심요지에 건립될 예정이다. 후 폭풍의 기대감은 살아있지만 그 약효가 시티파크에 미치기에는 역 부족이라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주된 관측이다.

그렇다면 돈맥은 어디로 흐를까? 종합주가지수 1000 고지로 향하는 증시인가? 증시 관계자들의 첫 반응은 다소 씁쓸한 표정으로 다가선다. 탄핵정국이후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불안한 조정국면을 맞고 있는 증시가 과연 그만한 매력이 있겠느냐는 사뭇 자신감 없는 표정이다. 주식을 사줄 것으로 기대되는 외국인들은 개미 투자자들과 엇박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상 최대의 깜짝 실적으로 주가상승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전자는 제자리 걸음만을 하고있다. 주도세력과 주도주의 부재가 극명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단기차익을 노리며 시중을 떠도는 부동자금은 주식시장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 부동산자금 증시유입엔 회의적 전망

‘시티파크 광풍’에 휩쓸려 청약 일이던 3월23,24일 고객예탁금은 3,009억원이 빠져나가 5개월 만에 8조원 대로 떨어졌다. 또 꼬리를 무는 지정학적 불안감과 살아날지 모르는 내수 침체는 주식 매매에 대한 미련 마저 냉혹하게 짓 밟고 있다. 한 마디로 자금ㆍ심리 부재의 형국이다. 그나마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 주가 조정을 틈타 스마트 머니(단기적인 차익을 노리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자금) 성격이 짙어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본격 유입되기엔 역부족인 셈이다.

설상가상 코앞에 닥친 총선이라는 변수가 꽃샘추위로 증시 전체를 한층 움츠리게 하고 있다. 총선이후에는 대체로 주식시장이 일시적 침체에 빠졌던 과거 경험을 볼 때 부동자금의 증시유입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1985년 2.12 총선부터 2000년 4.13 총선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총선 전후의 종합주가지수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선거 한 달 전부터 선거 하루 전까지 주가지수는 보합세를 나타냈다. 96년 4.11 총선 당시에는 총선 전 한 달 사이에 주가지수가 5.65%가 오른 반면 85년 2.12 총선 때는 3.11%가 하락하는 등 다섯 차례의 선거 중 세 번은 하락하고 두 번은 올라 전체적으로 주가지수가 횡보하는 흐름을 보였다. 총선 2주일 후 주가지수는 총선 전날에 비해 1.90%가 떨어지는 약세를 나타냈다.

거래소 관계자는 “총선변수만으로 주가 등락을 설명할 수 없지만 총선후에는 일시적인 불안 심리로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따라서 당장 부동자금이 증시로 몰릴 것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주식투자 보다는 아직도 고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과 대박 심리가 살아있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도는 식지 않고 있다. 아직 우리사회에 부동산은 부동(不動)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시중 부동자금이 몰렸던 부동산 시장은 10ㆍ29 부동산 종합대책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전반적인 침체기를 맞고 있다. 올들어 강남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상승세는 반짝 상승세로 그치고 말았다. 판교 택지개발지구의 보상금이 풀리면서 수도권과 충청권 일대 토지시장으로 자금이 몰리기도 했지만 정부의 강력한 투기규제로 인해 거래가 끊기고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상태다.

분명한 것은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기업의 설비투자와 주식시장의 상승세가 선 순환을 이루지 않는 한 ‘살아있는’ 부동산에 시중 부동자금이 몰리는 과열현상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 2004-03-30 19:58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