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최대 매물12개 업체 입찰전쟁, 예상 매각액 2~3배로 껑충

진로, 치솟는 '몸값' 인수경쟁 '후끈'
M&A 시장 최대 매물
12개 업체 입찰전쟁, 예상 매각액 2~3배로 껑충


‘황금알을 낳는 두꺼비’와 12명의 사냥꾼들. 올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최대의 매물로 꼽히는 소주업체 진로와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입찰 전쟁에 뛰어든 업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달 14일 각 업체들이 인수 의향서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진로 인수전은 입찰 제안서 마감 시한인 오는 30일이 되면 일단락 될 전망이다. 현재 진로에 대한 예비 실사를 진행 중인 12개 업체는 회사 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아울러 경쟁 업체들의 동향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등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 인수전은 이전의 기업 인수합병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우선 참여 업체 숫자가 12개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는데, 대부분 업체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점을 감안하면 진로 인수전에 뛰어든 업체 수는 실제로 40여개를 웃돈다.

기업 가치, 알짜 중의 알짜
진로가 이처럼 시장으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고 있는 것은 물론 회사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진로의 소주 시장 점유율은 2004년 기준으로 55%가 넘는다. 무리한 사업 확장의 후유증으로 1997년 부도를 맞았지만 이후 화의와 법정관리 기간을 거치면서 점유율이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더욱이 진로는 인구의 절반이 사는 서울과 수도권 시장에서 무려 90%가 넘는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한다. 사실상 국내 소주 시장의 지배자인 셈이다.

영업 실적도 탁월한 수준이다. 지난해 진로는 매출액 7,347억원, 영업 이익 2,219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은 30%에 이르는데, 이는 국내 상장 제조업체의 평균 영업 이익률 8.8%(2003년 기준)의 3배를 상회하는 것이다.

‘참이슬’을 앞세운 브랜드 파워와 막강한 유통망은 수치나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지만 진로의 가장 본질적인 매력이다. ‘소주는 참이슬’이라는 통념이 일반에 자리잡을 만큼 진로의 브랜드 가치는 다른 소주 회사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에 따른 유통 교섭력도 진로만의 장점이다. ‘참이슬’을 무기로 유통 업체들에 대해 우월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로의 해외 영업망도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진로는 일본, 홍콩, 미국 등 60여개 국가에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희석식 소주 시장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할 만큼 확고한 입지를 갖춘 상황이다.

참여 업체들 진로 업고 도약 노려
진로를 노리는 12개 업체들은 저마다의 계산을 갖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참여 업체들의 면면도 그만큼 다양하다. 롯데ㆍCJㆍ두산ㆍ하이트맥주ㆍ대상ㆍ동원엔터프라이즈 등 6개사는 유통ㆍ식음료 분야이고, 대한전선ㆍ태광산업ㆍ오리엔탈컨소시엄(동양제철화학 주도) 등은 제조 분야, 그리고 JP모건ㆍCVCㆍ서버러스 등은 외국계 자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쟁쟁한 유통ㆍ식음료 분야 업체들이 대거 인수전에 나선 점인데, 이는 진로가 업계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소주 사업을 이미 영위 중인 롯데, 두산, 하이트맥주 등은 시장 점유율 50%를 넘는 진로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주류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포석이다. 롯데는 과거부터 소주 시장을 호시탐탐 노려왔다는 점에서, 두산과 하이트맥주는 최고 경영자들이 진로 인수를 공식 선언할 만큼 의욕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들 3사의 힘겨루기는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오비맥주의 지분을 대부분 매각한 두산이 소주 업체를 놓고 과거의 경쟁자 하이트맥주와 다시 일전을 벌이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하이트맥주는 오비맥주의 최대 주주인 외국계 거대 맥주업체 인베브(InBev)와 손을 잡은 대한전선이나 두산이 진로를 인수할 경우 맥주 유통망에도 균열이 올 것을 우려한다는 전언이다.

이들 3사의 진로 인수에는 장애물도 없지 않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과연 통과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느 회사가 진로를 인수하더라도 결과는 시장 점유율 50% 초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롯데, 두산, 하이트맥주 등 3사는 공정위의 판정에 대한 대비책을 나름대로 강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식품업계의 강자 CJ도 진로 인수전의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CJ는 기존의 브랜드 파워에 진로의 유통망이 보태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그룹의 역량을 진로 인수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의 맞수로 통하는 대상과 동원 등 다른 식품업체들의 거센 도전도 눈길을 끈다.

이 밖에 대한전선, 태광산업 등 제조업체들은 미래 성장엔진 확보 등 사업 영역의 다각화 차원에서 진로 인수전에 나섰다고 밝혔다. 외국계 투자자들은 진로를 인수한 뒤 경영에 나서기보다는 회사 가치를 올려 되파는 데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천정 부지로 치솟는 매각 가격
12개나 되는 참여 업체가 경쟁적으로 진로를 탐내다 보니 과연 매각 가격은 얼마나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 진로의 해외 주요 채권자인 골드만삭스 측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진로의 기업 가치가 36억 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이나 진로 인수전 참여 업체들은 이 같은 골드만삭스 측의 주장에 대해 한마디로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골드만삭스가 투자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언론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진로의 기업 가치는 1조3,000억원(대한전선) 선에서 많아야 2조3,000억원(굿모닝신한증권) 정도로 추산됐다. 한 M&A 전문가는 “현금 창출 능력으로 평가했을 때 진로의 기업 가치는 1조5,000억원 이내가 적정할 것 같고 최대로 잡아도 2조원을 넘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진로가 가진 브랜드 파워나 미래 가치를 감안했을 때, 골드만삭스의 추정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근접하는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12개 참여 업체 중 상당수가 진로 인수전에 사활을 거는 듯한 조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진로 인수전이 머니 게임으로 간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난 롯데를 필두로, CJ, 두산 등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굵직굵직한 인수합병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그룹의 덩치를 키운 두산의 승부수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3-22 19:14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