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루션 제공 IT업체가 우리의 지향점"네트워크 보안에 최적의 기능인 '비트' 개발로 신개념 서비스 제공

[인터뷰] 손문생 한국후지제록스 부사장
"솔루션 제공 IT업체가 우리의 지향점"
네트워크 보안에 최적의 기능인 '비트' 개발로 신개념 서비스 제공


복사기의 진화가 주목할 만하다. 사무실에 흩어져 있던 프린터, 스캐너, 팩스 등을 한데 합쳐 다기능으로 무장한 디지털 복합기로의 변신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부터는 여기에 컬러 출력 기능 정도는 더 장착해야 시장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차원을 완전히 달리하는 변화도 시작됐다. 복사기 또는 복합기라는 명칭을 아예 바꿔야 할 정도의 탈바꿈이다. 문서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간을 넘나드는 일종의 관문인 ‘네트워크 포털’ 형태는 하나의 예다. 복사기 업계의 명가 한국후지제록스(대표이사ㆍ정광은)가 이런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아직은 싹이 트는 단계지만, 그 지향점은 뚜렷하고 놀랍다. 이 회사의 영업을 총괄하는 손문생 부사장을 만나 미래 비전을 들어 봤다.

“후지제록스는 복사기 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지만, 저희는 더 이상 복사기 회사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문서 정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IT업체가 바로 회사의 지향점입니다.”

손문생 부사장은 인터뷰 내내 후지제록스가 변하고 있으며 회사의 정체성 또한 그에 맞춰 바뀌었음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 회사가 4월초 출시한 ‘비트’(beatㆍbroadband extensible & attractive technology)는 그 같은 변화를 잘 나타내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

‘비트’는 ‘광대역 통신망을 이용한 네트워크 구축과 유지 및 운용ㆍ관리 등 종합적인 인터넷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외부의 초고속 통신망과 회사 내부의 각종 전산 시스템을 연결하는 장비로, 매우 안전하고 효과적인 네트워크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장점이다.

‘비트’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다. 해커의 침입으로부터 사내 전산망을 보호하는 방화벽을 구축할 뿐 아니라 바이러스를 탐지하는 안티 바이러스 프로그램도 내장돼 있다. 또 ‘비트’를 가상통신망(VPN)으로 사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근거리 통신망(LAN)을 구성할 수 있고, 외부에서도 LAN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회사 측은 이 서비스가 특히 네트워크 보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후지제록스가 컴퓨터 보안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일까.

“한국의 인터넷 이용률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정보 보안 수준은 고작 세계 28위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사내 정보가 유출되거나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회사 업무는 당연히 막대한 지장을 받고 생산성도 크게 떨어지겠죠. 후지제록스는 이런 점에 주목해 네트워크 보안 사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네트워크 보안 미비로 손실을 입는 현실을 타개하는 데 후지제록스가 적극 나서겠다는 게 손 부사장의 설명이다. 이 회사의 사업 목표가 사무 생산성 향상을 통한 고객 만족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후지제록스 측은 비용 문제 등 때문에 전산 담당자를 따로 둘 수 없는 중소 기업들을 ‘비트’의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보안 전문업체들에 의뢰할 경우 초기 투자 등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지만 ‘비트’는 매월 20여 만원의 적은 사용료만 내면 된다.

오픈오피스 프런티어는 미래 사업전략
후지제록스는 올 초 ‘오픈 오피스 프런티어’(Open Office Frontier)라는 신 사업전략을 밝힌 바 있다. 기업과 조직, 사람 사이를 언제 어디서나 연결시킴으로써 자유로운 업무 협조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사무 환경이 기업 내에서 정보를 주고 받는 인트라 오피스(intra-office)에서 기업 간 협력이 중시되는 인터 오피스(inter-office)로 점차 바뀌어가는 현실을 반영한 미래 전략이다.

이와 관련 손 부사장은 “오픈 오피스 프런티어는 유비쿼터스와 아주 밀접한 개념”이라며 “지금 사회의 관심이 온통 유비쿼터스 환경의 구扇?쏠려 있듯이 오피스도 마찬가지 흐름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 간 오픈 오피스 관련 연구를 지속해온 후지제록스는 유비쿼터스 사무환경 구축을 위한 5가지 핵심 서비스를 확정, 이의 실현을 위한 솔루션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 AIU보험 등과 손잡고 오픈 오피스의 초기 단계인 ‘보안 인증을 통한 정보 공유 및 출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U보험 영업사원들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븐일레븐의 특수 복합기를 통해 각종 서류나 증명서를 출력, 언제 어디서나 고객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영업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 경우 디지털 복합기는 물론 단순한 복사기가 아니다. 문서 정보의 출구이자 입구이며 동시에 중계소인 셈이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포털’이라는 개념은 여기서 비롯된다.

후지제록스는 노트북 컴퓨터와 디지털 복합기를 연결하는 문제와 관련, 호환 가능성과 보안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도 연구하고 있다. 노트북 컴퓨터에 영업 정보를 담아서 다니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 주도
손 부사장은 재일교포 2세다. 한국으로 발령 받은 1996년까지 후지제록스 본사에서 26년 동안 영업 관련 업무를 맡았던 정통 영업맨이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두 번 놀랐다. 첫 번째는 고국의 눈부신 발전상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는 마흔 다섯이 되도록 한 번도 고국 땅을 밟아보지 못했다.

두 번째는 국내 복사기 시장의 현실이었다. 일본에서는 완전히 한물 간 제품들이 한국에서는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었다. 손 부사장은 작심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복사기가 사무생산성에 얼마나 긴밀한 영향을 주는지 고객들을 설득하고 다녔다. 요즘 국내 시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80~90%를 디지털 복사기가 차지하는 등 시장이 변화한 데는 그의 역할이 컸다.

“국내 경영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늘 고민하면서도 정작 가깝고도 구체적인 실천 전략에서는 무지한 경우가 적지 않더군요. 업무 개선은 일류 기업의 조건입니다. 많은 경영자들이 후지제록스가 제공하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 서비스에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아직도 약간 서투른 발음이지만, 손 부사장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김윤현 기자


입력시간 : 2005-06-15 17:56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