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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평가절상과 한국경제
추가 절상 땐 부담, 대비책 필요
일단 시장 예측 못 미친 미미한 절상폭에 현재론 큰 타격 없어




7월21일 전격 단행된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여파로 분주한 도쿄외환시장의 딜러들. <연합>



재직시절 미스터 엔(Mr. Yen)으로 불리울 정도로 외환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였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라는 사람이 있다. 1990년대에 일본 대장성 국제금융국장을 지냈으며 지금은 게이오 대학의 교수다.

대장성에 근무하던 당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외환시장이 요동을 쳤기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에서 그를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행위에 대해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시장이란 항상 과잉반응(overshoot)하기 마련이므로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아무리 자유변동 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일지라도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불가피하다는 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외환시장의 개입은 반드시 효과적이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는 보병(步兵)이 아니라 기병(騎兵)이 되어야 한다. 빈번하게 하면 오히려 효과가 적으므로, 한 번 할 때 시장을 놀라게 할(suprise)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소신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는 재임 시 무난하게 일본의 외환정책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이젠 중국이 문제다. 지난 7월21일 저녁, 중국 금융통화당국은 2.1%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단행하였다. 그 결과 미 달러대 위안화의 기준환율은 이전의 8.28에서 8.11로 낮추어졌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외환 시장에서는 위안화의 평가절상에 대하여 예상하고 있었으며, 절상폭이 5% 정도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시장은 추가 절상을 원한다
결국 2.1%의 절상폭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었던 터. 앞서 사카키바라는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을 놀라게 할 정도로 강력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오히려 이번 중국정부의 조치는 너무나 절상폭이 미미하여 오히려 그 때문에 “시장이 놀랄” 지경이다.

주식시장이건 선물시장이건 혹은 외환시장이건 금융시장의 가격은 어떠한 사실(fact)에 의하여 좌우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대감이다. 즉 앞날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가격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원동력이 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주식의 경우, 말이야 바른 말이지 화장지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두꺼운 주권, 즉 종이조각을 지금 당장 사용하기 위하여 매수하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그것을 지금 사두면, 나중에 가격이 올라갈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매수하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여 가격이 상승할 것을 기대하는 매수세가 많아지면서 그 역학 작용에 의하여 가격이 상승하기도 한다. 외환시장도 같다. 국제수지의 변동이나 금리, 경기 등과 같은 펀더멘털 요인도 환율을 움직이는 근원적인 요인이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결국 시장 참여자들의 앞날에 대한 기대심리인 것이다. 향후 상승세가 기대된다면 아무리 정책당국이 말려도 매수세가 몰리게 마련이며, 거꾸로 하락세가 예상된다면 정부에서 아무리 감언이설로 권고하여도 시장은 싸늘하게 매도하고 나가버리는 것이다.

어차피 금융자본의 속성은 수익을 쫓아, 기회가 있는 곳에 모여들기 마련이다. 이들 금융자본은 막강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과거 한때 소로스를 비롯한 국제 투기금융자본이 영국의 외환금융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렸듯 중국도 그런 혼란에 빠져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 위안화가 7월 21일 평가절상되었다.

5%이상일 땐 우리경제에 치명타
그런데 지금 중국의 경우는 이번의 절상폭이 너무 미미한지라 시장은 재차 추가적으로 5% 이상의 평가절상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시장이 그렇게 기대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실제로도 그렇게 되는 일이 많았다.

위안화도 재차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특히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9.5%에 이를 정도로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어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통한 경기조절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아울러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중국 제품의 무차별적인 수출로 인하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국내 산업(예컨대 미국의 양말 제조업 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처지였다. 따라서 중국은 이런 교역 상대국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평가절상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중국이 이번에 2.1%나마 평가절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자칫 중국은 지난 4월초 미 상원에서 결의된 바와 같이 대미 수출품에 일률적으로 27.5%의 관세를 부과당할 뻔한 위기에 내몰리기도 하였던 터이다.

예상외로 미미한 평가절상의 폭으로 인하여 이제 시장은 “평가절상을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추가로 평가절상을 하느냐”로 관심을 돌리는 형편이다. 더구나 이전에는 평가절상을 단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 차례 평가절상을 단행한 상태. 평가절상을 한 번 시작하기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면 두 번 혹은 세 번의 평가절상 조치는 취하기 쉬운 법이다.

이번에 단행된 2.1%의 평가절상으로 인한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력은 미미할 참이다. 이미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예상되지 못하였던 것도 아니었으며, 아울러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중국 제품의 국제 가격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지도 않는다.

또한 국제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제품이 중국과 경합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아서 이번의 위안화 평가절상이 직접적으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리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문제이다. 추가적으로 5% 혹은 시장에서 기대하듯 10% 혹은 그 이상 수준으로 대규모의 평가절상이 단행된다면 그 여파는 곧장 우리나라에 닥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량의 거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규모의 위안화 평가절상은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에 즉각 큰 영향을 안겨줄 것이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인하여 중국에는 다소 부정적인 효과가 많을 듯 하다.

중국의 수출 경기가 다소 둔화되고 기업 실적 부진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며 이에 따라 경제적 불안정이 초래되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리고 이런 부작용은 고스란히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에 전가될 위험이 높다.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각 나라 간의 국경은 무너진지 오래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은 이제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해외 투기자본 중국으로 몰릴 수도
환율에 대하여서는 경제 관료들이 거짓말을 해도 좋다는 말이 있다. 환율이 한 나라의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가 광범위하고 또한 강력하므로 환율 정책은 그만큼 신중하여야 하고 또한 합리적이어야 한다. 이번에 중국이 위안화를 소폭 평가 절상한 것은 그런 면에서 볼 때 중국 정부로서는 나름대로의 고충은 있었겠지만 시장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였다.

되려 미미한 절상폭으로 인하여 소기의 효과를 얻지 못하였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 하다. 결국 시장은 추가적인 평가절상을 기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중국의 외환 금융시스템도 여전히 당분간은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예상된다.

예컨대 추가적인 위안화 평가절상을 기대하고 해외 투기적인 금융자본이 핫머니의 형태로 중국으로 몰려들 개연성은 항시 남아 있으며, 이들 금융자본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을 뒤흔들 가능성도 항시 존재한다.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은 우리나라로서는 기회이기보다는 위험요인이 될 우려가 크다.


김중근 한맥레프코선물 수석 이코노미스트 elliottwave@korea.com


입력시간 : 2005-08-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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