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공짜 · 요금지원 등으로 현혹, 실제 낼 돈 다 내고 '바가지'까지

지난해 9월 단말기를 새로 구입했던 A(여ㆍ31)씨는 최근에야 이동전화 요금 청구서 내역을 상세히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구입 당시 대리점으로부터 단말기 대금 16만원을 지원 받는 조건이었건만 확인해 보니 단말기 할부금 지원은 눈 씻고 봐도 찾을 수 없고, 통장에서 꼬박 매달 2만 540원이 자동 인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전 낡은 단말기를 신형으로 교체한 B(36)씨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C이동통신사 장기가입자인 B씨가 해당 대리점을 찾아가 기기변경을 문의했더니, 대리점은 통신사를 바꾸지 않고도 단말기 가격을 더 할인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C이동통신사에서 C이동통신사로 재가입하라는 것.

황당한 제안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같은 이동통신사라 해도) 가입 대리점을 바꾸게 되면 해당 대리점에 통신요금의 일정 부분 수익이 돌아오게 돼 할인 폭을 늘려줄 수 있다”는 게 대리점 측의 설명이었다. 단, 가입비(3만원)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동통신사를 바꾸지 않고, 장기 가입자로서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단말기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말에 대리점의 요구대로 이용계약을 체결한 B씨. 그러나 얼마 안 가 속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통을 터트릴 수 밖에 없었다.

이 이동통신회사의 경우 3년 이내 재가입하면 가입비는 다시 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이동전화 판매 관련 고객을 속이는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소비자들 앞에선 단말기 가격을 싸게 부르고, 뒤에서 남겨먹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판매 수법이 판치고 뒤늦게 이를 안 순진한 고객들이 항의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무료통화권 등 거의 모든 혜택이 '함정'

최근 특히 극성을 부리는 사기성 판매 유형은 텔레마케팅. 번호이동을 하면 최신형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달콤한 미끼를 내걸어 소비자를 현혹한다.

그러나 막상 가입을 하려고 하면 ‘단말기 무료 제공’이라는 제안은 쏙 들어가고 대신 ‘무료 통화권’을 주겠다고 말을 바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 이러한 ‘무료 통화권’마저 함정인 경우가 허다하다.

단말기 구입대금만큼 이동전화 이용 요금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순수하게 통화료에만 적용되므로 기본 요금은 별도로 내야 한다. 또 이에 대한 부가가치세도 별도로 부과된다.

무엇보다 이 무료 통화권은 요금 절감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는 이동전화 무료통화권이 SKT,KTF, LGT 등 이동통신 사업자가 아닌 별정통신 사업자가 제공하는 것으로 요금 부과 기준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별정통신 사업자의 통화단가는 평균 10초당 30원 수준으로 이동통신 사업자가 부과하는 요금(평균 10초당 20원 이하)보다 30% 이상 비싸다.

▲ 이동전화를 구입할 때는 특약사항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임재범 기자
▲ 이동전화를 구입할 때는 특약사항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임재범 기자

선납금(할부 납부되는 단말기 대금 중 일부를 미리 낼 것을 요구), 단말기에 대한 부가가치세(출고가에 이미 포함된 내용) 등 ‘있지도 않은’ 항목을 창조해내며 판매점에서 단말기 대금 외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일도 허다하다.

부가서비스(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네이트 무제한 요금제, 긴통화 무료옵션, 문자메시지 정액요금제 등)도 의무 사용 규정이 전혀 없지만, 일선 판매점에선 번호 이동이나 신규 가입시 통상 1~3개월 정도 의무 사용을 종용한다. 부가서비스를 유치하면 판매점에 마진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동전화 판매와 관련한 횡포에 대해, 이동통신사들은 산하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대해 적절한 규제를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이 같은 이동전화 판매와 관련된 소비자 피해 신고가 2003년 522건, 2004년 571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상반기(1~6월)에만 403건이 접수되는 등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보조금이 아직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동전화가 출고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팔리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적인 것 아니겠냐”며 일선 판매점들의 비정상적인 판매 행태에 불가피하게 눈 감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 어려움을 실토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 정보통신팀 최은실 팀장은 “사기성 판매자들은 단말기를 규정보다 싸게 판매하면 걸리므로 형식적으로는 규정 가격으로 단말기를 거래한 것처럼 해야 한다고 설명한 뒤 이에 따라 계약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이후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구제를 받기 어렵다”며 “이러한 이면 계약 체결이 소비자 피해 발생의 주된 원인이므로 반드시 추후 납부할 금액과 부가서비스, 요금제 등 상세 항목에 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전화 구입할 때 이점을 꼭 명심하자.
1. 계약서를 교부하지 않는 대리점에서는 이동전화를 구입하지 말자. 통신판매(텔레마케팅) 또는 노상 판매의 경우 특히 낭패를 보기 쉽다.
2. 단말기 무료 제공이나 단말기 대금 지원 등 특약 사항은 구두로 약속하지 말고,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 보관한다.
3. 요금 청구서를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한다. 부가서비스 등의 임의 가입 및 요금이 과다하게 청구돼도 소비자들이 대부분 자동이체 방식을 택해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청구일로부터 6개월 이내 이의 신청을 해야 피해를 구제 받을 수 있다.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