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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거품빼기 천안시에게 배워라
'분양가 가이드라인' 도입 부동산 천안불패 신화 잠재워
건설사 반기 1심 소송서는 패소… 항소해 외로운 싸움

정부가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겠다고 굵직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여덟 차례나 쏟아냈으나 부동산 시장에서 번번이 약발을 받지 못했고 오히려 시장의 내성만 키워 분양가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의 분양가 인상이 잘 먹히지 않는 지역이 한 곳 있다. 인구 53만명의 충남 천안시가 시행해온 3년째‘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인구 53만 명의 충남 천안시가 바로 그곳.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는 자치단체가 분양업체가 제출한 분양가격이 적정한지를 세밀하게 따진 뒤 입주자모집 공고안을 승인해 주는 방식. 그 덕분에 천안시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훨씬 안정된 아파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 현장을 가봤다.

11월 30일 오전 충남천안시청 주택과 사무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얼굴 표정에서 긴장감을 읽을 수 있었다.

이날은 천안시가 서민들의 가장 큰 꿈인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3년간 시행해온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가 지난 8월 법원으로부터 “법적인 근거 없이 가격통제를 행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취지의 패소판결을 받은 이후 항소심 1차 변론을 하는 날이었다.

천안시는 5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서울시 천안구’라 불리우며 한강 이남 도시 가운데 ‘가장 뜨는 곳’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2000년부터 수도권 기업들이 천안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연평균 2만∼2만5,000명씩 인구가 늘어 주택 수요가 급증했다. 2004년에는 인구가 4만7,000명이나 늘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신규 아파트는 분양공고만 내면 대박을 터뜨려 ‘천안불패’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이처럼 천안에 사람과 돈이 몰리면서 아파트 분양가는 2002년 평당 분양가가 300만원대였으나 1년 뒤에는 평균 400만원대로 치솟았다. 천안시는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얻어 대책 마련에 나섰고 분양가 조정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인 ‘분양가 가이드라인 제도’. 도입 첫해인 2004년에는 599만원, 2005년 624만원, 2006년 655만원을 상한선으로 적용했다. 이를 넘어서면 입주자 모집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 기간에 24개 단지 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분양가 상승률은 매년 4% 안팎으로 일정하게 유지됐고 시민들은 아파트를 평당 600만~650만원에 분양받았다. 천안은 토지와 주택거래허가지역, 토지 주택투기지역으로 묶일 정도로 땅값이 들썩거렸지만 안정적인 가격으로 아파트가 공급됐고, 건설회사들 또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문제는 인근 지역의 아파트 시장을 요동을 쳤다. 경기도 평택시는 인구가 37만 명으로 천안보다 적고 땅값이 비교적 싼데도 올해 분양가는 평당 최고 770만원까지 껑충 뛰었다. 청주시에서도 최근 731만원에 분양 승인이 이뤄졌다. 그러자 그동안 잠잠하던 일부 건설사들이 올 2월 다른 지역을 핑계로 천안시의 ‘분양가 가이드라인제’에 반기를 들었다.

한화 ‘꿈에그린’아파트의 시행사인 (주)드리미가 불당동과 쌍용동에 중대형 아파트 297가구를 평당 920만원에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시는 가이드라인보다 평당 265만이나 높다며 분양가를 조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드리미는 877만원으로 조정한 입주자모집공고안을 다시 냈으나 천안시의 기준보다 여전히 턱없이 높았다. 천안시가 재차 더 내릴 것을 권고하자 드리미는 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청구와 입주자모집공고안 불승인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 8월 “민간자본으로 토지를 매입해 조성한 부지에 신축되는 아파트에 대해 분양가를 제한할 수 있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며 시행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천안시는 “건설사가 제출한 땅값과 건축비가 적정한지 검증하는 것은 단체장의 권한이고 의무”라며 9월 11일 항소했고, 이날 1차 변론서를 제출했다.

천안시는 법원이‘분양가 가이드라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건설업체의 입장을 수용했다며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택법에는 단체장이 아파트 입주자모집공고(분양) 승인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고 건설사가 제출한 땅값과 건축비가 적정한지 검증하는 것은 단체장의 권한이고 의무라는 것. 이런 기준에 따라 제시한 분양가 가이드라인은 당연히 단체장의 재량권이며 상한선 제한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진광선 주택과장은 “인근 지역의 아파트 시세에 맞춰 과도하게 높이 책정된 분양가를 막기 위해 천안시가 분양 원가 등을 고려해 적정한 가격을 정해 놓았을 뿐”이라며 “가격을 통제하기 위한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자에게 상당한 수익이 돌아가는 행정행위일 경우 행정처가 재량권을 가질 수 있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명절을 앞두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듯, 지자체가 분양가를 충분히 검토한 후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양가 소송이 벌어지자 올해 분양 계획을 잡았던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줄줄이 내년으로 미뤘다. 재판 결과를 보고 분양가를 정하겠다는 계산이다.

시와 업계에 따르면 내년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는 줄잡아 20개로 분양 가구 수도 1만여 가구에 이른다.

1군 업체인 A건설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분양을 계획했으나 소송 결과를 지켜보고 내년 분양가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분양가를 책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안시의 사례는 다른 지자체들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분양한 인근 아산 신도시 주공아파트는 평당 680만원까지 분양가를 낮췄다. 천안시를 벤치마킹한 울산 북구청과 청주시 등도 ‘분양가 상한제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아파트 분양가 거품빼기에 나섰다.

울산 북구청은 최근 공동주택 분양승인 신청 때 자문위원회의 조언을 바탕으로 승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분양가 자문위원회 설치ㆍ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 입법예고했다. 강석구 북구청장은 “1998년 공동주택 분양가 자율화 이후 분양가격이 급등, 투기는 늘고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적정 분양가를 조언, 권고할 수 있는 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청주시도 대학교수와 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각계 전문가 10여 명으로 분양가 자문위원회를 꾸려 12월 초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이에 따라 곧 분양 예정인 흥덕구 복대동 대농1지구의 금호어울림아파트(1,234세대)와 대농2지구의 지웰시티(2,164세대)에 대해 우선 자문위의 검토를 바탕으로 분양가를 조정키로 했다.

후분양제 도입을 검토중인 지자체도 있다. 대구도시개발공사는 대구 동구 신천동 196의 1 일대 주거환경개선지구에 올 연말까지 24∼41평형 490세대를 임대 및 일반분양할 계획이었으나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실패한 정책으로 건설사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천안시에 최근 각 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격려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경실련은 천안시에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수여했다. 이 상은 경실련이 ‘일한 만큼 대접받고 약자가 보호받는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발굴하여 이를 격려하고 본보기로 삼고자 제정한 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실련은 “천안시가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2004년부터 아파트 분양을 승인할 때 자체 조사한 가이드라인을 적용, 주택가격을 타지역보다 안정화시키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천안시의 사례를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의 귀감으로 삼기 위해 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천안시의 고군분투에 이제는 온국민이 관심을 갖고 힘을 실어줄 때가 아닐까.



입력시간 : 2006/12/06 16:00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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