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컴·엠파스·다음 합종연횡… 멀티미디어·UCC 검색 강화새로운 동영상 검색 대폭 키워 판세 뒤집기… 구글도 다음과 전략적 제휴 맺고 호시탐탐

최근 인터넷 포털업계에서 ‘적과의 동침’이 심심찮게 벌어져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통상 전략적 제휴라고 하면 다른 업종의 기업 간에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교환하는 형태로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에는 동종업계의 경쟁자들끼리도 특정한 목적으로 손을 잡는 일이 적지 않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 모양새다.

포털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8월초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과 엠파스는 다음의 동영상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서비스인 ‘tv팟’ 안의 동영상 콘텐츠를 엠파스의 ‘열린 검색’에 제공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포털이 일종의 ‘콘텐츠 프로바이더’(CP)처럼 자체 보유한 동영상 콘텐츠를 다른 포털에 제공하는 것은 처음 있는 사례다.

두 업체측은 “UCC 플랫폼의 높은 이용자참여 문화를 자랑하는 다음과 열린 검색을 추구하는 엠파스 간에 동영상 콘텐츠의 개방과 공유에 대한 공감대를 느껴 전략적 제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제휴로 다음은 엠파스 검색 플랫폼을 통해서도 ‘tv팟’ 동영상 이용자와의 접점을 더욱 확대하게 됐고, 엠파스는 다음이 보유한 양질의 동영상 콘텐츠를 확보하게 됨으로써 열린 검색을 보다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두 업체는 향후 동영상과 검색 분야에서 각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엠파스는 아울러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와도 동영상 콘텐츠 제공과 관련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우선 SK컴의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 싸이월드의 동영상 검색 서비스를 9월부터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2,000만 명에 달하는 싸이월드 회원들이 올린 7,000만 건의 UCC 콘텐츠 중 정보검색을 허락한 동영상을 중심으로 검색 서비스 시행에 들어간다는 것. 싸이월드의 이른바 ‘일촌’들이 만드는 동영상은 알짜 UCC가 많은 데다 매일 평균 5만여 건이 새롭게 등록되고 있다.

이번 교차 제휴를 통해 엠파스가 보유하게 된 동영상 콘텐츠는 무려 1억 2,000만 건으로 기존 보유량보다 30배 이상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엠파스 측은 기존의 독보적인 멀티미디어 검색기술에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동영상 콘텐츠를 합쳐 본격적으로 동영상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포털업계 관계자들은 엠파스-다음-SK컴의 삼각연대가 기존 시장 구도와 관련해 갖는 미묘함에 주목한다. 인터넷 조사기관 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포털업계의 주간 페이지뷰 순위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싸이월드, 파란, 야후코리아, 엠파스 등으로 이어졌다.

네이버 독주 체제가 고착된 이후 1~4위는 거의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3, 4위에 포진한 네이트와 싸이월드는 SK컴의 소유라는 점이다. 더욱이 엠파스 역시 별도 운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SK컴과 한 식구다.

SK컴은 지난해 11월 높은 검색 경쟁력을 자랑하는 엠파스와 함께 검색기술 전문업체 코난테크놀로지를 전격 인수해 삼각편대를 구축한 바 있다. 그때 밝힌 인수 목표는 명확했다. 국내 검색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네이버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것.

검색은 이메일, 커뮤니티, 뉴스 등 다양한 서비스 가운데서도 포털의 수익을 좌우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은 상황. 때문에 검색 분야의 경쟁력 없이 포털 시장의 패권을 꿈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SK컴은 취약점으로 꼽혔던 검색 능력을 단숨에 끌어올리기 위해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이런 터에 SK컴은 엠파스를 매개로 해서 다음과도 우회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말하자면 1위 포털 네이버를 잡기 위해 4개 포털이 암묵적인 합종연횡을 한 셈이다.

물론 이 같은 연합전선이 공고한 네이버 왕국을 쉽사리 흔들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최근 검색 시장의 트렌드가 멀티미디어 및 UCC 검색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포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음이나 SK컴 연합군이 늘 갈구하는 것은 바로 네이버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들이 멀티미디어나 UCC 검색 역량을 한층 강화하는 최근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여타 포털들이 텍스트 기반의 전문 데이터베이스 검색 대결에서는 네이버에 밀렸지만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무기로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고의 검색업체인 구글의 행보도 늘 관심거리다. 그 동안 유독 한국에서만 재미를 보지 못한 구글은 호시탐탐 국내 시장 공략을 노리고 있는 터다. 구글 입장에서는 지난해 온라인 검색광고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다음이 진군의 교두보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다음과 여러 가지 형태의 사업 협력을 펼쳐나갈 것으로 관측하는 분위기다.

구글도 동영상 검색 서비스의 강화를 주요 전략으로 세워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6억5,000만 달러의 거액을 들여 사들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가 킬러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국내 포털업계는 UCC,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 검색 분야에 각자의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네이버 독주체제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묘수를 찾는 데 보다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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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