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버터블 2인승 스포츠카 '로드스터' 국내 출시자동차 메이커 최초 레이싱 팀 창단 등 공격 행보

‘현대 기아자동차가 안 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다!’(GM대우)

컨버터블 스포츠카인 2인승 로드스터 국내 출시, 자동차 메이커로서 레이싱 팀 최초 창단…. 최근 GM대우가 펼치고 있는 공격적 행보들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GM대우가 최근 거침없는 마케팅을 펼치며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그간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 별로 눈길을 주지 않던 분야에도 공을 들이며 새로운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컨버터블 스포츠카’나 ‘레이싱’이라면 자동차에 관심있는 이들에게는 익숙한 단어. 하지만 이들 분야는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이 거의 관심을 갖고 있지 않던 분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도 이를 테면 터부(?)시 되던 부문. 자동차 업체측에서 굳이 정성을 기울이거나 따로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자동차가 잘만 팔려왔기 때문이다.

■ 국내 최초 후륜구동 스포츠카

GM대우가 지난 9월 시장에 선보인 ‘G2X’. 스포츠카 중에서도 2인승, 그리고 지붕을 덮었다 열었다 할 수 있는 로드스터 차종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절대강자인 현대차 그룹이 외면(?)하고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도 아직은 시도하지 않는 차종임에도 GM대우는 과감히 도전을 선언했다.

GM대우의 ‘G2X’
GM대우의 'G2X'

사실 G2X와 비슷한 차종이 한 때 국내에 선보인 적은 있다. 1990년대 초반 기아에서 엘란을 내놓았던 것. 그러나 시장에서 잠시 관심을 끌었을 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물러났다.

이번에 등장한 G2X는 로드스터이면서도 특히 국내 최초의 후륜 구동 스포츠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출력도 264마력이나 돼 엘란의 170마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튀어 나가는 가속력이 뛰어나고 안정적인 쿠션을 제공한다는 것이 매력. 정지 상태에서 100km에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인 ‘제로 투 100(Zero to 100)’이 5.6초에 불과하다.

또 폭이 넓은 ‘와이드 바디’를 채택하고 있어 실내에 여유 공간이 충분할 뿐더러 고속 주행시 코너링이 우수하다는 것도 특장점이다. 차가 도로에 쫘악 깔려 달린다는 느낌을 주는 것 또한 남다르다.

GM대우 마이클 그리말디 사장은 신차 발표에 앞서 수개월간 G2X를 시내에 직접 몰고 다니며 성능과 고객 반응을 체크했다. “제가 몰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쳐다 봤고 차를 세울 때마다 사람들이 몰려 들었어요. 차를 훑어 보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서죠.” 그리말디 사장은 “일반인들의 G2X에 대한 관심만을 보아도 일단은 성공적 마케팅”이라고 자평했다.

GM대우의 G2X 출시는 한 마디로 신규 수요의 창출로 요약된다. ‘아니, 이런 차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나?’라는 감탄사를 사람들이 내뱉는다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라이벌(?)인 현대기아차가 아직 비슷한 차종을 내놓고 있지 못한 것도 작용한다.

사실 스포츠카 시장은 국내에서 아직 비중이 크지는 않다. 대략 시장의 0.4% 정도. 그럼에도 GM대우가 출시를 결정한 것은 모델과 디자인 등 ‘제품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한 것이라고 GM대우측은 설명한다.

GM대우가 현대기아차보다 앞서 정통 스포츠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다는 것은 GM이라는 모기업의 배후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GM은 스포츠카에서만도 전세계에 걸쳐 시보레 콜벳, 오펠 스피드스터 등 10여가지 모델 라인을 갖고 있기 때문. GM대우는 이렇게 이미 구축된 플랫폼과 라인업을 충분히 활용, 경쟁사들보다 한 발 먼저 내디딜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는 국내 시장 1위이긴 하지만 독자적인 생산 라인업이어서 GM대우와 같은 백업이나 편의를 지원받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로드스터 같은 전혀 새로운 제품의 출시에 있어서는 한 발 늦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이 로드스터가 자리를 잡는데 유리해졌다는 점도 GM대우측을 고무시키고 있다.

수입 외제차가 도로에 넘쳐나고 차량의 디자인과 종류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부쩍 높아진 지금이 스포츠카가 자리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것. GM대우 황남철 홍보차장은 “예전에 정통 스포츠카가 시장에 나왔지만 외면을 받은 적이 있지만 그 때와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 있다”고 말한다.

GM대우가 레이싱팀을 창단한 것도 기존 자동차 업계에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 중에서 스스로 레이싱팀을 창단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GM대우 레이싱팀’은 지난 8월 26일 2007 KGTC(Korea Grand Touring Championship) 슈퍼레이스 투어링 A와 B 클래스 부문에 출전, 스타트를 끊었다.

이에 앞서 그리말디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 200여명은 레이싱팀이 공식적으로 첫 출전하는 이 날 경기장인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나가 창단 축하쇼 및 응원 페스티벌 행사 등 다채로운 이벤트까지 열었다.

기술연구소와 디자인센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레이싱카로 거듭난 칼로스, 젠트라, 라세티 등 3개 차종 출전 차량은 경기에 처녀 출전해 우승까지 하며 회사의 마케팅 정책에 화답했다.

클래스 부문에 출전, 투어링 A 부문에서 ‘투스카니’, ‘티뷰론 터뷸런스’ 등 14개 팀과 열띤 경쟁을 펼쳐 오일기 선수가 1위, 이재우 선수가 4위를 차지한 것. 맨파워도 출중해 주원규 감독을 비롯, 국내 최고의 레이서와 기술진 등 10여명으로 구성됐다.

■ 국내 최고 레이서·기술진으로 구성

레이싱팀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소형차 브랜드 운영팀 조석제 부장은 “모터스포츠를 통한 다양한 경험은 우수한 품질과 성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며, “향후 GM의 모터스포츠 분야와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레이싱팀이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있다.

GM대우의 레이싱 팀

GM대우의 레이싱 참여는 도요타의 성공사례와도 비견돼 특히 주목을 끈다. 국내에 입성한 도요타가 역시 국내 레이싱에도 참여, 우승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낸데 이어 마케팅과 판매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엮어냈기 때문이다.

GM대우 마케팅 부문 릭 라벨 부사장은 “GM대우는 2005년부터 세계 4대 모터스포츠인 WTCC(World Touring Car Championship)에 라세티를 시보레 레이싱팀을 통해 출전시키며 직간접적으로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경험을 축척해 왔다”며, “이번 레이싱팀 창단은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기업이미지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세계 3대 스포츠인 모터스포츠가 국내에서 활성화되는데 크게 일조하길 희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GM대우 역시 이를 의식, ‘홍보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다. 더불어 레이싱이 자동차 연구 개발에서 차지하는 의미에도 무게를 부여한다. 경주에서 차량의 성능을 점검하고 보완ㆍ개발하는 것이 레이싱 참여의 주된 목적이자 가장 중요한 효과라는 것.

그리말디 사장은 “로드스터 출시와 레이싱팀 창단이 고객들을 GM대우 쇼룸으로 이끌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는 결국 GM대우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