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참여형 백과사전 서비스·검색시장 진출로 '영역침범' 대격돌

웹2.0 시대의 대표주자를 꼽으라면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꽤 많은 기업들이 떠오른다.

구글, 위키피디아, 유투브, 플릭커, 딕닷컴 등등.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단연 첫손에 꼽히는 곳이 구글과 위키피디아다. 구글은 검색엔진 기술을 기반으로 인터넷 제왕의 자리에 올라, 매시업이라는 이름으로 ‘개방’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여기에 이른바 ‘롱테일 비즈니스’의 총아 구글 애드센스를 선보이면서 웹2.0 생태계를 풍성하게 해준 공로가 크다. 위키피디아는 집단지성이 무엇인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름없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이 그 어떤 영리집단이 만든 백과사전보다 정확하고 내용이 풍부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웹2.0 시대를 개화시킨 구글과 위키피디아가 2008년 격돌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혀 다른 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구글과 위키피디아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나선 것이다.

위키피디아가 선공을 날렸다. 위키피디아 설립자인 지미 웨일즈는 오픈소스 검색엔진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닻을 올렸다. 검색서비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2004년 설립된 위키 커뮤니티 운영회사인 위키아가 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일명 위키아 프로젝트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위키아 프로젝트는 드디어 2008년 1월7일 공개될 예정이다. 위키아 프로젝트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편집을 통해 구축한 위키피디아 집단지성 모델을 그대로 검색엔진에도 옮겨온 프로젝트다. 집단지성들이 검색 결과를 편집하고 등급도 매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지미 웨일즈는 위키아가 구글이나 야후의 도전자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검색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글이나 야후의 검색 모델을 “불투명하다”고 지적해왔다.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 검색결과를 다시 편집하고 순위를 매기겠다는 얘기다. 이로써 좀 더 양질의 검색결과를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위키아 CEO 질 펜차이나(Gil Penchina)는 올초 언론 인터뷰에서 “위키아 프로젝트의 목표는 검색시장에서 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이라며 “검색은 한 기업이나 그룹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마존닷컴, 넷스케이프 공동 설립자인 마크 앤드리슨, 벤처캐피털인 베세머 벤처 파트너스 등이 위키아에 투자해 힘을 실어줬다.

이에 맞서 검색의 제왕, 구글은 위키피디아가 개화시킨 참여형 백과사전 서비스를 구글의 이름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구글판 위키피디아인 셈인데, 구글은 ‘놀(Knol; unit of a Knowledge)’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놀’ 역시 자발적인 참여자들이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구축해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검색을 통해 공유한다는 게 핵심이다. 위키피디아와 같은 모델이다.

하지만 위키피디아가 익명의 네티즌이 백과사전 편집에 참여하는 것과 달리, 놀은 지식 제공자가 누군지를 밝힌다는 점이 다르다. 이는 작성자를 밝힌 컨텐츠가 더욱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전략이다.

구글은 신문이나 잡지에 있는 모든 기사에 작성자(Author)가 있고 많은 사람들은 작성자를 보고 해당 컨텐츠에 신뢰를 갖는다고 믿고 있다.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컨텐츠는 내용만 있고 해당 작성자가 누군지 분명하지 않은데 구글은 놀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지식을 가진 작성자가 신뢰성 있는 전문 컨텐츠를 생산하는데 주력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구글에 따르면 놀은 누구나 주제를 정할 수가 있으며 이용자가 쓴 글에 대해서 구글은 어떠한 수정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이렇게 쌓인 컨텐츠를 검색을 통해 효과적으로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 서비스에 커뮤니티 요소를 대폭 강화하여 누구나 댓글을 달거나, 질문을 하거나, 편집할 수도 있고 추가로 컨텐츠를 작성할 수도 있다. 여기에 최초 글 작성자가 광고도 달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도 놀이 위키피디아를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구글이 공개한 놀의 샘플 페이지를 보면 컨텐츠의 구성이 위키피디아와 매우 닮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작성자가 분명히 명시돼 있고 작성자의 사진까지 올라와 있다는 점이다. 구글이 밝힌대로다. 이 때문에 놀 페이지는 마치 블로그 페이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구글은 놀이 위키피디아를 겨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지만, 바다 건너 대한민국의 지식검색 서비스와 ‘원조’ 경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네이버 지식검색에 익숙한 대한민국 네티즌들에게 놀은 오히려 구글판 지식검색 서비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어쨌든 전혀 경쟁할 것 같지 않던 웹2.0계의 두 거두가 서로의 시장에 칼을 겨누고 나섰다. 2008년 새해 벽두부터 웹2.0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상범 블로터닷넷 대표블로터 ssanb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