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자산운용 데이비드 프라우드 사장"지금 국제금융 시장은 제2의 파도 넘치는 중""산업 전반 충격받는 제3의 위기 올 수도""한국 주식시장은 가치 측면서 아직 재평가 장기적 관점의 투자가 바람직할 듯"

“요즘 같이 금융 환경이 불안정하고 요동치는 상황에서 섣부른 행동은 금물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자산 운용 실적 1위인 피델리티. 지난 2005년 국내에서 첫 영업을 시작한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프라우드 대표이사는 “투자자들로서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지금 국제 금융 시장은 2번째 파도(Wave)를 겪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문제를 불렀다고 한다면 그로부터 촉발된 국제 금융 위기와 미국 부동산 폭락, 주식 시장 혼란 등 작금의 상황은 2번째 파도에 해당한다는 것.

“미국 부동산 부실 대출로 인해 은행들은 유동성 부족에 직면하게 된 상황이지요. 은행의 재무제표 개선을 위해 자금을 긴축 운용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프라우드 대표는 “때문에 미국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고 추가 대출을 억제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시장을 냉철히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3의 파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금은 개인들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이는 나아가 산업 전반에 대한 충격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은행들이 개인은 물론 기업들에 대한 대출이나 지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 달러화가 떨어지는 것도 자금난과 수출 감소, 수익 저하 환경에 처한 미국 기업들이 처한 어려운 환경을 대변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 “이런 현상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기업들의 투자 능력은 떨어지고 산업 전반의 침체, 그리고 장기적인 불경기로 접어들 수 있다”고 그는 경고한다.

때문에 최근 미국 연방은행(FRB)의 잇달은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그는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우려가 있지만 이는 그래도 디플레이션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어마어마한 금액의 지원금을 투입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라는 것.

최근의 미국 금융 환경이 단기간에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서도 그는 선을 그었다. 최소 6개월 정도는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은 오산이라는 것. 특히 “미국의 위기가 미국으로만 그친다면 그래도 괜찮겠지만 유럽과 나아가 아시아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진짜 위기라고 그는 우려했다.

주가 하락과 급등락, 혼돈스런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해서 프라우드 대표이사는 중립적인 견해를 피력했다.“여전히 한국 경제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고 한국 증시는 밸류에이션(가치) 측면에서 아직도 저평가된 시장에 속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아마도 지금 주식 시장을 빠져 나가면 ‘왜 떠났나’ 고민하게 될 것이고, 안 나가도 ‘왜 안빠져 나갔나’고민하게 될 겁니다.” 일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테이 인(유지)해 보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비쳤다.

피델리티 자산운용㈜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지에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아 호평을 얻고 있다. 이 중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은 아시아 투자 펀드 상품. 최근 한국 정부가 해외 펀드에 대해 비과세 혜택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됐다는 그는 ‘아직도 투자 매력이 남아 있는 시장과 상품이 있다”고 소개했다.

피델리티는 국내에서 모펀드 형태의 한국내 주식형 펀드 한 개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 성적도 괜찮아 매니저도 두 배로 늘렸다. “저도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국제적인 명성과 신뢰를 얻고 있는 피델리티의 투자 원칙과 기법은 간단하다. 가장 근본적인 투자 원칙은 ‘가치를 찾는다’는 것. 가치있는 주식은 언제 오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매수에 나선다. 또 기존 투자자를 새 투자자 보다 우선 순위로 꼽는다는 것도 피델리티의 철학이다. 때문에 피델리티는 시장의 타이밍만을 생각해 투자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서브 프라임 이후 프라임(우량주택담보대출)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딱히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 근본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당장 금융시장에서 더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은 아니다고 그는 바라본다.

왜 부동산 문제가 금융 문제로 이어졌을까? 그는 이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 금융 시장의 구조와 환경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예전 은행들은 대출을 하더라도 일정한 자산이나 담보, 예금 등을 보유하고 있어야 했는데 최근에는 게임의 법칙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

“은행들이 종전처럼 대출을 해 주고 이자 수익에만 매달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대출해 주더라도 확보한 자산이나 담보 등을 활용해 추가 수입을 올리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브 프라임 위기가 더 심화됐다”고 그는 말한다.

은행들이 대출 자산을 SIV(Special investment vehicle)이라는 투자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에 나누어 팔고 또 이들 자산에 대허 보험회사들이 지급 보증을 섰는데 부실한 자산들이 드러나면서 연쇄적으로 부도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것.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융 위기에 대한 그의 대응은 여전히 침착하기만 하다. “지금은 문제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악성채무들이 처리되면서 부도가 급증하지만 이런 진행이 순차적으로 일어날지 한꺼번에 발생할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는 것. 연간 부도 발생 건수가 줄어든다면 이는 긍정적인 표시가 될 수 있다고 그는 조언했다.

“한국 금융시장이 싱가포르나 홍콩을 벤치 마킹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들 국가의 금융 서비스 또한 여전히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한국 금융 시장이 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일관되 원칙과 정책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져야 하고 이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인식돼야만 한다”고 전제조건을 달았다.

“한국에 있는 것이 즐겁고 좋습니다.” 영국 출신으로 금융 기관 근무만 25년이 넘는 그는 한국 투자자들에 대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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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