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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은 어디로] 탄핵風 vs 박風 2강 '바람의 전쟁'
한나라당박근혜 체제 출범으로 우리당과 양강구도 구축
내홍 앓던 민주당은 '기사회생' 불씨 살리기에 안간힘


4ㆍ15 격전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2강 대결로 압축된 양상이다. 탄핵정국 이후 열린우리당의 독주로 1강(열린우리당)1중(한나라당)2약(민주당ㆍ자민련) 구도로 치닫던 총선은 한나라당이 회생, 2강 2약 구도로 바뀌었다.

총선 지형의 변화는 ‘박풍(朴風ㆍ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이 몰고 왔다. ‘박근혜 효과’는 탄핵 정국 때부터 예고됐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3월12일, 한국갤럽 김덕구 상무는 총선 변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나라당 변신 여부”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번 총선은 2002년 대선의 연장선에 있다”며 “한나라당이 새 대표로 면모를 일신하고 경쟁력을 갖추느냐에 따라 당의 사활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 예언(?)대로 한나라당은 박 대표체제 출범 이후 영남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당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부 지역에선 탄핵정국의 ‘거품’이 걷혔다는 소리도 들린다.


- 박 대표 민생행보에 여론 긍정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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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표의 총선 행보에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맥’은 잡은 것 같다고 평한다. 총선판 ‘브나르도(국민 속으로) 운동’이다. 박 대표는 당 대표로 선출된 다음날부터 새벽 인력시장, 남대문ㆍ동대문 재래시장, 쪽방 집 등 민생 챙기기를 계속했다. 열린우리당측은 박 대표의 그 같은 행보에 “정동영 의장을 따라 하지 말라”며 비아냥거렸지만 박 대표의 전략은 총선에 상당한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이다.

폴앤폴의 조용휴 대표는 “박 대표의 행보가 이슈만 있고 정책이 없어 ‘쇼’같이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총선을 ‘친노 대 반노’ 대결이 아닌 민생경제를 챙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4·15총선을 10여일 앞두고 한나라당과 우리당이 바람을
앞세운 막판 민심잡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손용석 기자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김헌태 소장도 “박 대표가 최병렬 전 대표의 ‘친노 대 반노’의 총선 전략을 비판하고 민생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며 “4ㆍ15 총선은 ‘친창(親昌) 대 반창(반昌)’으로 진행된 2002년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어 ‘친노 대 반노’구도로 가는 것은 한나라당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와 정동영 의장 간의 수싸움은 박 대표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방증한다. 예상 의석수를 둘러싼 양측의 설전이 대표적인 예다. 박 대표는 3월 25일 ‘지금 상황’이란 단서 아래 “열린우리당이 200석을 넘기면 야당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열린우리당이 120~130석을 얻으면 대통령이 재신임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정 의장의 발언에 대응한 것.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국민의 견제 심리를 의식한 정 의장의 ‘몸 낮추기’발언을 뒤집으려는 시도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박 대표의 견제론이 정 의장의 엄살론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노규형 리서치 앤 리서치 대표는 “탄핵정국에서 한나라당이 집중타를 맞은 것은 ‘악한 강자’의 횡포에 대한 국민의 분노 때문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박근혜 대표가 자당의 예상 의석수를 줄이면서 거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지지를 호소한 것은 열세인 후보에 동정표가 쏠리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를 기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역대 선거에서 언더독 효과가 나타난 전례를 볼 때 박 대표의 견제론은 득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우리당, 박風 여파에 긴장

박 대표체제 출범 후 한나라당의 지지율 상승에 긴장한 쪽은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측이다. 정 의장은 박 대표와 함께 참여하기로 한 TV토론회에 불참하거나 박 대표와 조우할 수 있는 자리를 피해 ‘박근혜 효과’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6일에는 ‘박풍’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대구로 내려가는 기민함(?)도 보였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도 박 대표의 부친인 고 박정희 대통령의 전력을 문제삼거나 박 대표를 ‘영남 공주’운운하며 폄하하는 등 노골적으로 경계를 나타냈다.

그러나 ‘박풍’은 총선이 임박할수록 TK(대구ㆍ경북)을 넘어 인근 PK(부산ㆍ경남), 수도권 보수층까지 결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김헌태 소장은 “열린우리당이 박 대표를 부친의 3공화국 빗대 공격하지만, 3공화국은 산업화 시대로 지금과 같이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역풍을 맞을 수 있다”며 “보수주의의 뿌리는 산업화시대에 있는데 박 대표 등장과 함께 보수층이 결집하는 것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고래의 싸움에 민주당은 갈 길 바쁜 새우 몰골이다. 당내 문제로 총선을 향한 진군도, 적군을 향한 액션도 전혀 취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위기가 열린우리당의 분당에서 비롯됐고 지지층이 겹치는 데 따른 피해라고 보고, 일단 공격 타깃은 열린우리당으로 삼았다. 그러나 무기가 낡고 표적이 너무 멀리 있어 ‘화풀이’에 머무는 듯한 양상이다. 한나라당과 협공을 하자니 한ㆍ민 공조에 따른 탄핵 역풍을 경험한 터라 선뜻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 민주, 환골탈태 땐 재기발판

염동훈 현대리서치 이사는 “민주당이 그나마 당 내분을 수습하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이면 전통적인 호남표를 얻을 수 있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며 “지역에 따라 당 보다 인물이 평가 기준이 되는 곳이 있으므로 민주당 ‘불씨’가 완전히 까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우리당은 민주당을 이미 ‘무너진 집’으로 간주하고 총선 전력을 한나라당쪽에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으로 민주당을 살려 가능하면 총선을 한나라ㆍ민주ㆍ열린우리당의 3자구도로 형성해 망외의 소득을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등장해 영남표가 결집하는 것처럼 호남 층에서도 민주당 위기에 따라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 한나라당에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적과 동지가 한참 뒤바뀐 총선의 격전은 코 앞에 다가와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


입력시간 : 2004-03-3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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