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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살길은 콘텐츠의 질

[잡지의 재발견] 특화된 분야의 전문 정보 제공 등 다른 매체와 차별화 시도해야
잡지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는 것은 잡지가 처한 어려운 상황과 매체환경의 변화, 대중의 수요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 잡지산업은 성장할 가능성이 있을까? 잡지시장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지금 잡지산업이 고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인터넷시대의 매체환경 변화를 꼽는다. 인쇄매체인 잡지 독자 수의 감소는 정도의 차이일 뿐, 세계적인 추세이며, 그 중에서도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잡지가 입는 타격이 특히 크다는 것이다.

잡지의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쪽에선 인터넷의 강세 속에서 잡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가벼운 분량의 황색저널지가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대진대 신방과 이용준 교수는 "앞으로도 국내 잡지시장이 많이 뜨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미국이나 유럽에서 판매부수가 높은 잡지들은 대부분 고급스럽고 두꺼운 잡지가 아니다. 무게가 가볍고 값도 싸며, 정보보다는 연예계 뒷얘기 등 흥미 위주의 가벼운 내용을 다룬 잡지가 인기다. 국내에서도 이런 류의 잡지가 그나마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즉 가볍게 읽고, 버리는 독서행태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화보나 편집의 비중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많다. 인터넷을 통해 더 쉽고 빠르게 가십성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잡지강국 영국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연예지의 판매가 연간 15%씩 감소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중에 떠도는 각종 루머를 담은 '정보지'의 인기가 예전에 비해 시들해지고 있다.

콘텐츠의 질 향상이 관건

이런 가운데, 잡지의 불황타개를 위해서는 정공법, 즉 지금보다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잡지는 오락성에 있어서는 TV를, 속보성에 있어서는 인터넷이나 신문을 따라잡기 힘들다. 재미와 신속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굳이 잡지를 사봐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시대에는 차별화되고, 전문적인 정보에 대한 갈증도 크다.

MBC 프로그램 <잡지왕>을 기획 제작했던 김재환 PD(비투이 프로덕션)는 잡지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방송국에서는 프로그램 기획 때문에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한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으로 얻은 아이디어는 다 거기서 거기더라. 프로그램마다 별 차이가 없는 것이 인터넷 정보의 한계라고 느꼈다. 그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잡지를 보기 시작했고, 거기서 재미있고, 색다른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고양이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캣진을 비롯해 세상에 별별 잡지가 다 있더라. 잡지가 너무 좋아 '잡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새로 창간되는 잡지가 꾸준히 증가하는 이유도 인터넷 등 다른 매체와 차별화된 잡지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방송공사(KOBACO)는 2008년 5월 15일부터 한달 동안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거주하는 13~64세 남녀 6000명을 대상으로 '2008 소비자 행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서 한 달에 한 권이라도 잡지를 읽은 사람은 전체의 27.5%로 2007년 대비 8.6% 포인트 증가했다. 전체 응답자의 월 평균 열독 잡지 권수는 0.4권이며, 열독자를 기준으로 할 경우 월평균 1.5권의 잡지를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열독자의 비율이 전년대비 월1~2권 늘어난 수치다.

또, 잡지를 읽는 목적으로 '정보/지식/교양'(34.9%)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시간 보내기(27.1%)'나 '흥미/오락(17.6%)이 그 뒤를 이었다. 따라서 잡지산업이 지금의 불황을 넘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수하고 차별화된 콘텐츠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전영표 수석부회장은 "잡지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 등의 언론매체에 비해 고도의 전문분야를 다루는 특성이 있다"며 "이 같은 고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흥미 위주의 취재기사를 게재할 경우 장기적으로 경쟁력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리서치 김기주 부장도 "지금 잡지는 환골탈태를 통해 성장하느냐, 사양길로 접어드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훌륭하고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잡지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신문처럼 모든 분야를 다루는 종합지보다 특화된 분야를 심도 있게 다루는 전문잡지가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독자층의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김 부장은 "경제수준이 높아지면서 잡지에 대한 구매력은 과거보다 분명히 좋아졌다고 본다"며 "다만 잡지사들이 달라진 독자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주간지의 경우, 과거엔 대학생들이 주요 독자들인 반면, 최근엔 30~40대의 직장인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주간지의 독자층은 예전보다 생활수준이나 지적수준이 더 높은데도 잡지의 내용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잡지시장을 살리고, 동시에 좋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의 수요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의 혁신이 시급하다는 결론이다.

인터넷 신문 등과 차별화되는 콘텐츠가 관건

한편, 디지털 매체의 부상을 위기로만 의식하고 배척하는 게 아니라, 전통매체의 제휴적인 도구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온·오프라인 연동 서비스다. 요즘 대부분의 인쇄매체들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모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은 오프라인 매체를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겨와 무료로 볼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은 언론사에 막대한 재정손실을 가져오며, 결국 콘텐츠의 질을 떨어뜨리게 된다고 한 바 있다.

그렇다고 신문과 잡지 등 전통매체들이 인터넷 매체를 완전히 외면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복안은 없을까? 한국리서치 김기주 부장은 편집기능을 강화해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잡지만의 장점을 살리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웹진을 구사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제공하는 콘텐츠는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잡지사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한다면, 오프라인의 내용 중 톱10 정도만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온라인과 새로운 상생모델 추구하는 잡지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체의 특장점을 살려 만든 새로운 형태의 웹진도 등장했다.

지난 11월 10일 런칭한 '엘르 엣진(www.atzine.com)'은 기존 오프라인 잡지와 웹진의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의 매체로 주목받고 있다.

엣진은 패션잡지 '엘르'의 기사내용뿐 아니라, 구찌, 버버리, 코치 등 26개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들의 3D 가상 쇼룸을 볼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또, 개인 블로그에 편집툴을 제공해 이용자가 패션에디터처럼 자기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지원하고 있으며, 엣진 내의 콘텐츠를 외부 사이트로 손쉽게 퍼나를 수 있는 인터랙션 기능도 갖추고 있다.

크로스미디어의 탄생이 잡지의 활성화에 변수로 작용할끼? 현재까지의 반응은 고무적이다.

엣진은 오픈 20여일 만에 총 20만 명에 달하는 회원수를 확보했다. 또, 정보시스템업체 에이스솔루션이 12월 9일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엣진은 오픈 한 달 만에 일일 방문자수(UV)가 약 23만 건, 일일 페이지뷰가 100만 건을 기록해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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