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포함한 삐라 폐쇄적 북한사회선 확실한 심리적 효과

황상민(46)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폐쇄적 사회인 북한에서 외부로부터의 소식인 ‘삐라’는 진실성을 떠나 막강한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북의 입장에서는 정권과 체제를 서서히 무너뜨릴만큼의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북에 ‘삐라’를 보내는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에 대해 신앙인과 같은 확고한 믿음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제재를 가하면 가할수록 과격한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인터뷰는 20일 전화로 이뤄졌다.

- 달러를 포함한‘삐라’는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파급효과를 줄 것으로 보나

파괴력은 매우 클 것이다. 외부와 소통이 안되는 폐쇄적인 사회에서는 외부에서 날아오는 조그만 단서나 소식도 진실성이나 객관성을 떠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상상이나 동경을 안겨줄 수 있다. 깨알 같은 글씨가 날아가도 읽어볼 것이다.

1달러를 큰 돈으로 보지는 않겠지만 저 너머 어딘가에 이런 귀한 돈을 날릴만큼 돈이 많은 곳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힘들다는 점에서 저 너머 흥부네 동네에 박터지는 것을 추측하는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들 것이다. 달러는 북한에서 무엇보다 힘을 가진 유통수단이다.

- 2004년부터 계속된 반북단체의 ‘삐라’살포를 북한 정부가 갑자기 문제삼고 나왔다. 정말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보나

삐라는 북한 내의 저항세력 집단에게 자신들이 가진 희망이나 소수의 생각이 포기되지 않고 유지되는 하나의 생명끈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닫힌 체제에서 삐라는 두려워 할만한 존재다. 닫힌 체제는 정부간의 공식적 대화가 아니라, 댐의 조그만 구멍이 큰 사태로 일어나듯이 그렇게 붕괴되는 것이다. 내부통제를 할수록 문제는 더 일어난다.

- 한국전이나 2004년 이전에 비해 ‘삐라’에 감성적 내용보다 이성적 내용이 늘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닫힌 상황에서 북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감성을 조작하는게 아니라 또 다른 세상에 대한 정보다. 전쟁상황, 냉전체제가 아닌 때는 상대방에 대한 감성적 접근이 효과가 없다.

- 정부가 자제를 요청해도 반북단체들이 ‘삐라’ 살포를 강행하는 것은 어떤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나

자기가 믿고 있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유일한 구원의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절대적 믿음과 기대에서, 조그만 노력에 의한 극적 변화를 꿈꾸는 것이다. 그들이 남북관계 경색과 같은 것을 고려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지하철 안에서 포교활동을 하는 사람과 같다. 그들에게 신앙은 본인의 삶의 이유이자 절대적 정당성을 가진 것이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박해를 가할수록 강한 믿음을 가지는 것과 똑같다. 반북단체를 제재하려 할수록 그들의 행동강도는 더 세질 것이다.

- 심리학의 관점에서 ‘삐라’를 정의한다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게릴라전과 마찬가지다. 미군은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첨단의 전자, 정보통신 무기를 갖고도 반군을 이기지 못했다. 첨단정보시대에도 게릴라전의 효과가 있듯이 ‘삐라’는 확실히 심리적 효과를 내는 수단이다.

이런 것들은 북한 같은 폐쇄적 사회에서는 먹히지만 남한과 같은 개방 사회에서는 의미가 없다. 어떤 커뮤니케이션 매체나 발전됐다고 해서 절대적인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정보를 효율적으로 접근하는 통로가 되느냐를 보는 것이 핵심적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