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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의 진화를 이끈 숨은 지배자
미토콘드리아 / 닉 레인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2만8,000원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기존 통설 허물며 생명의 역사 다시 바라봐





김윤현 기자 unyon@hk.co.kr  



미토콘드리아. 중ㆍ고등학교 시절 생물시간에 어김없이 들어봤던 단어다. '세포 내 소(小)기관의 하나로 세포호흡에 관여한다.' '호흡이 활발한 세포일수록 많은 미토콘드리아를 함유한다.' 이런 정도만 외우고 있으면 시험문제를 틀릴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나 작아 과학현미경으로도 겨우 관찰되는 이 미미한 존재에 붙여진 미토콘드리아라는 이름은 알 수 없는 커다란 의문을 늘 자아내곤 했다. 마치 끝간데 없는 우주를 상상할 때처럼 아득한 궁금증이었다.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극도로 광대한 우주와 극도로 미세한 소우주는 방향만 달랐을 뿐 막막함의 미궁으로 이끌기는 매한가지였던 셈이다.

이 책은 그저 심드렁하게 지나쳤던 사람에게든, 끝없는 호기심을 결국 풀지 못했던 사람에게든, 미토콘드리아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부각시킨다. 아니, 복권시킨다. '박테리아에서 인간으로, 진화의 숨은 지배자'라는 부제는 저자가 미토콘드리아에서 발견한 비밀의 일단을 시사한다.

저자는 세포학, 진화론, 고인류학, 생화학, 발생학, 생리학, 미생물학, 의학 등이 지금껏 밝혀놓은 성과물을 씨줄과 날줄로 엮으며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매우 그럴듯한 획기적 가설을 내세운다.

기존 통설은 미토콘드리아가 복잡한 세포를 위해 '머슴'처럼 묵묵히 일만 하는 기관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다세포 생물을 탄생시키고 진화를 이끈 결정적인 '주역'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라고 주장한다.

모든 복잡한 세포에 반드시 들어 있는 미토콘드리아의 외양은 세균과 닮았다. 그런데 겉보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 미토콘드리아는 아득히 먼 과거에 독립생활을 한 온전한 세균이었다. 자기보다 덩치가 큰 세포(세균) 안에 자리잡게 된(혹은 사로잡힌) 것은 약 20억 년 전의 일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다른 세포 안에 똬리를 트는 이 '우주적 대사건'이 벌어지기 전, 지구의 주인이었던 세균은 '진정한 복잡성'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복잡성은 고등생물로의 진화에 원인이자 결과로 작용하는 대전제다.

미토콘드리아와 다른 세균의 결합은 생물의 진화에 불을 댕겼다. 이후 조류(藻類)와 균류(菌類), 식물과 동물이 잇달아 지구상에 출현하기 시작했다. 애당초 형성된 주종관계(주는 숙주세포, 종은 미토콘드리아)가 역전되면서 미토콘드리아는 진화의 견인차 내지는 원동력으로 오늘날까지 '음지'에서 꿋꿋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렇게 화두를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 우리 조상은 누구인지, 우리에게는 어떤 운명이 마련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 그리고는 이렇게 답한다. "그 해답은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우리가 알고, 또한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저자의 주장처럼 미토콘드리아로부터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고갱이인 셈이다. 아울러 미토콘드리아는 인간이 왜 두 종류의 성(性)을 갖게 됐는지, 왜 사랑에 빠져야만 하는지, 나아가 왜 우리가 살 날은 정해져 있는지, 왜 끝내 늙고 죽어야만 하는지도 알려준다는 게 저자의 메시지다.

이 책을 쓴 닉 레인은 영국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뒤 왕립 자유병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명예 선임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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