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땜질식 처방이 잇따르고 있다. 관심은 당장 눈 앞의 경기 부양에만 있을 뿐. 긴 안목의 원칙 제시도 없고, 공론화 과정도 부족하다. “지금은 유례없는 위기이니까”라는 한 마디에 반대 논리는 설 자리를 잃는다. 심지어 경제 위기를 빌미로 그 동안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던 정책들까지 가속을 낸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앞선 땜질식 경기 부양책들이 그랬듯, 수년 뒤 엄청난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는 경기 부양을 위한 단골 레퍼토리. 당정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지방 미분양아파트 양도세 한시 면제 및 전매 제한 완화 ▦강남 3구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 등 마지막 남은 3대 부동산 규제마저 푸는 쪽으로 최종 입장을 조율 중이다. 겉으로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내세우지만, 한 마디로 투기 수요를 일으켜 부동산 경기 부양에 나서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이미 꿈틀대기 시작한 강남 3구의 규제를 풀겠다는 건 물론이고, 지방 미분양아파트 양도세 한시 면제 방안은 아예 “단기 매매로 차익을 챙기라”며 아예 투기를 조장한다.

“만약에 투기 우려가 생기면, 곧 바로 다시 규제를 하면 된다”는 것이 한나라당과 정부의 설명.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 땐 아무리 규제를 풀어도 막지 못하고, 상승할 땐 아무리 빗장을 채워도 통제가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당장은 별로 실익이 없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투기 수요만 부추기고 지역간 격차만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대책도 “당장 급한 불만 끄자”는 식이다. 시행 만 2년 째가 되는 올 7월 ‘대량 해고 사태’를 막기위해 최대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겠다는 것. 하지만 실익은 없이 부작용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상당하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조차 “문제를 2년 뒤로 미루는 것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정부는 7월에 96만명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하지만 상당히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이를 핑계로 그 동안 재계가 요구해 온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해 줌으로써 근로자들의 고용 사정만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로 토목공사 일자리를 마련하고, 단순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청년 인턴 채용을 독려하는 일자리 대책 역시 긴 안목이 없긴 마찬가지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지 몰라도, 일자리의 안전성과 질 저하 등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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