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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신간] '뱅크시' 그래피티의 살아있는 전설
뱅크시, 월앤피스(Wall and Piece)
뱅크시 지음 / 리경 옮김 / 위즈덤 피플 펴냄 / 13,500원 / 247쪽
우리시대의 사회 가치와 권위에 대해 재치 있는 한방을 날리다





이인선 기자 kelly@hk.co.kr



1970년대 뉴욕 지하철과 거리를 복잡한 패턴과 강렬한 색채로 물들였던 낙서화가. 스물일곱 살의 짧은 생을 살다간 '검은 피카소' 장 미셸 바스키아는 작품 안에 흑인 화가로서의 정체성과 내면의 파동을 손끝으로 토해냈다.

화가 출신의 쥴리앙 슈나벨이 감독한 영화 <바스키아>(1996)에서 보여지듯, '뒷골목의 아이'였던 그는 당대 팝아트 거장인 앤디워홀에게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정도로 성공에 대한 집념도 강했던 인물이다. 9년 간의 짧지만 바라던대로 최고의 명성을 누리며 살다간 그는 그동안 그래피티 작가들의 꿈이자 넘지 못할 산이었다.

전설 속에 바스키아가 있다면 21세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겐 '뱅크시'가 있다. 우린 그의 얼굴도, 목소리도 알지 못한다. 다만 무정부주의자처럼 세상을 풍자하는 방식과 세상 곳곳 벽 위에 남긴 그의 작업에 열광할 뿐이다.

벽에 그림 그리는 것을 불법으로 간주했던 런던 시청은 뱅크시 관광지도까지 따로 제작했고 건물주와 동네 주민들은 그가 남긴 흔적이 훼손되지 않게 플라스틱판으로 보존하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같은 헐리웃 스타들은 그가 그린 그래피티를 구매하고 런던 슬램가 핵크니에 남긴 작품으로 집값이 상승하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현재 그가 작가로서의 차지하는 위치는 상당하다.

한 미술 평론가는 '데미안 허스트'(지난해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피카소를 누르고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던 설치미술작가)급으로 대우하고 있기도 하다.

바스키아가 자신의 내면과 개성에 집중했다면 뱅크시는 우리가 숨 쉬는 이 시대와 사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가치와 권위에 대해 재치 있는 한 방을 날린다. 위트 속에 숨겨진 촌철살인의 메시지는 상당부분 '패러디'를 통해 표출되지만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반문화 운동의 핏줄을 이어받은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감옥', 팔레스타인에 둘러진 벽에 그는 이스라엘군이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가운데 여섯 작품을 그려냈다.

예술의 '권위'를 상징하는 세계 대규모 미술관에 자행했던 게릴라 전시, 자본주의 사회의 노예가 된 현대인에 대한 풍자, 허울뿐인 권위를 상징하는 런던 경찰 시리즈 등 그는 사회와 환경, 전쟁이 직면한 수많은 문제에 새로운 프리즘을 씌워냈다.

유일하게 그와 대면 인터뷰를 했던 기자를 통해서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로버트 뱅크스, 1974년의 백인 남성으로 고등학교를 퇴학당했다.

그러나 이런 이력과 관계없이 그래피티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가고 있는 뱅크시. 그는 말한다. "나는 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더 이상 누구도 믿지 않는 자유, 평화, 정의 같은 것들을 적어도 익명으로 부르짖을 정도의 배짱은 가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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