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 풀 우리 나무] 정향풀

정향풀은 매년 이맘때면 생각나는 풀이다. 남색 꽃이 예쁘게 핀다. 개인적으로 그 꽃빛이 가장 좋아하는 빛깔이기도 하지만, 자주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고, 몇 년 동안 그리워 하다가 인연이 닿으면 찾아가 해우하는 그런 풀이다.

이 풀이 사는 곳을 간다는 이를 만나면 꼭 정향풀이 잘 살고 있는지 안부를 물어보곤 한다. 운이 좋게 내가 길을 나서 찾아 갈 때면 어김없이 꽃을 피워 나를 반겨주는 것도 생각해 보면 참 고맙다. 이렇게 만나기 어려운 이유는 이 풀이 사는 곳이 서쪽의 먼 섬나라 대청도이기 때문이다.

정향풀은 협죽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청도 이외에 완도에 있다고 하는데 완도에서 자라는 것은 직접보지 못하였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중국에도 있다. 주로 자라는 것은 바닷가 혹은 바다와 이어지는 야산의 산자락 풀밭이다.

하지만 나무하나 없이 하늘이 그대로 들어난 쨍쨍한 들판이 아니라, 숲 가장자리, 혹은 반쯤 나무 그늘에 걸쳐진 곳에 뭉턱 뭉턱 자란다. 땅쪽 줄기가 이어져 있어 그런 모습니다.

아주 오래 전, 대청도에 갔을 때에는 동백나무의 가장 북쪽 분포 한계지로 알려진 산자락에서만 볼 수 있어서 걱정도 많았고, 간혹 대청도의 식물소식을 알려주는 섬에 사시는 분들은 육지의 사람들이 와서 이 풀을 왕창 채취해달라고 하다는 걱정 어린 소리도 들렸지만 이즈음엔 제법 여러 곳에서 보인다. 잘 지켜낸 덕분인지, 예전에는 눈이 밝지 않아 자라고 있을 이 풀을 찾아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즈음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무릎높이쯤 자라 올라 그 끝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린다. 오래동안 대청도에 머무를 수 없어 자신있게 말라긴 어렵지만 5월을 즈음하여 찾아가면 언제나 꽃을 만날 수 있는 것을 보면 꽃피는 기간에 긴 것 같다. 남색의 ?報낮?5갈래로 뾰족 뾰족 꽃잎이 갈라지고 그 밑부분은 붙어 있는 통꽃이다.

통부에서 갈라진 부분이 갈라진 부분이 완전히 펼쳐져 옆에서 보면 '丁(정)'자 비슷하게 보여 정향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이름 붙여진 정향나무가 있지만 두 식물이 같은 집안은 아니다. 줄기에 적절히 달리는 잎은 가장자리가 밋밋한 채 길쭉한데 어긋나기도 마주나기도 한다. 정자초(丁字草)라고도 하고 수감초라고도 한다.

쓰임새로 치면 아직 우리는 특별하게 이용하고 있진 않지만 관상용으로 매우 가치 있어 보인다. 이미 외국에서는 정향풀 비롯한 비슷한 집안 식물들이 이용되어 품종이 나온 것도 있다. 꽃도 좋고, 개화기도 길고 강건하니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다.

식물에 관심있는 이들이 많아 웬만한 것은 다 알려진 듯 하지만 아직 이렇게 자원화 가능성 있는 식물들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반갑고 대견하다.

앞에서 잠시 말한 것처럼, 대청도에 이풀을 남채 해 달라던 양심없는 사람은 약용식물개발연구를 한다고 했지만, 아직 약으로 크게 활용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다만 자율신경조절기능이 있는 성분이 있다는 기초적인 연구결과가 모두이다.

정말, 제대로 활용하려면 우선, 제대로 보전하는 것이 먼저 일 텐데. 오래 오래, 좀 더 쉽게 이 아름다운 5월의 풀을 만날 수 있는 노력이 이제 필요할 것 같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