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 검은 빛/미우라 시온 지음/ 이영미 옮김/ 은행나무 펴냄/ 1만 2000원쓰나미 생존자 통해 일상의 한자락처럼 담담하게 묘사

발랄한 문체, 다양한 캐릭터, 흡입력 있는 스토리텔링. 일본작가 미우라 시온을 설명하는 문구들이다. 스스로를 ‘오타쿠’라고 부를 정도로 만화광인 그는 만화적 상상력과 재미있는 이야기로 10년 만에 일본을 대표하는 대중작가로 자리 잡았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그대는 폴라리스><비밀의 화원> 등의 작품을 썼고, 2006년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으로 2006년 일본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국내에도 친숙한 작가가 됐다.

신작 <검은 빛>은 ‘재미있고 발랄한’ 작품을 바라는 독자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소설이다. 소설의 원제인 ‘光’은 흔히 생각하는 밝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빛이 많으면 더 짙은 어둠을 갖는다는 암시로 읽힌다.

번역을 맡은 이영미 씨는 이 책의 말미에 “(제목인 빛은) 구름에 가려진 흐릿하고 무딘 빛, 어둠과의 경계에 있는 다크 라이트(The Dark Light: 이 작품의 영문 타이틀이기도 하다)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썼다.

도쿄 근교에 있지만 사람들의 교류가 드문 조용한 섬, 미하마. 중학생 노부유키의 유일한 낙은 반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 미카를 만나는 일이다. 노부유키의 주변을 맴도는 다스쿠는 아버지에게 심한 학대를 받는 학생이지만, 다스쿠의 비굴한 태도 때문에 노부유키는 그를 불쾌하게만 여긴다.

조용한 섬마을에 어느 날 쓰나미가 덮치고, 살아남은 사람은 노부유키와 미카, 다스쿠, 다스쿠의 아버지, 미카에게 음흉한 시선을 보낸 야마나카 등 몇 명 뿐이다. 거대한 폭력(쓰나미)을 경험한 이들은 이제 또 다른 폭력으로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다. 한밤 중 미키와 야마나카의 침낭이 비어있음을 알아챈 노부유키는 미카를 찾아 나서고, 미카 위에 꿈틀대는 야마나카를 발견하고 그의 숨이 끊길 때까지 목을 조른다.

작가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폭력이 우리 일상생활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의 감정이 어떻게 휘둘리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사건은 잘 기억하면서 남을 괴롭힌 것에 대해서는 잘 잊는다. 모순이다. 그런 삶의 풍경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폭력은 작가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인 셈이다.

자연의 폭력인 쓰나미를 비롯해 아동학대, 가정 내 폭력, 살인과 인물들을 둘러싼 갖가지 정신적 폭력까지, 일상의 한 자락처럼 담담하게 그려지는 폭력의 묘사를 통해 작가는 말한다.

‘폭력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이다. 스스로를 만들어낸 장소 일상 속으로. (중략) 그것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359쪽)

언어의 진화
크리스틴 케닐리 지음/ 전소영 옮김/ 알마 펴냄/ 2만 8000원


인간은 언어를 어떻게 쓰게 됐을까? 이제까지 언어는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며 그 능력은 ‘보편문법’과 함께 인간 유전자에 내장되어 있다는 설명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언어학자 크리스틴 케닐리는 육체적, 신경학적, 문화적 변혁과 관련된 점진적인 과정을 통해 ‘말하는 동물’인 인간이 탄생했다고 말한다. 그는 촘스키의 설명을 넘어 언어를 진화적 발달 관점에서 추적한다.

문학의 이해
권영민 지음/ 민음사 펴냄/ 2만 원


서울대 권영민 교수가 21세기 문학도들에게 보내는 문학 입문서. 문학의 개념과 기능, 구조, 문학 장르와 작품, 다양한 문예사조와 문학비평, 한국문학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대학의 문학 입문 강좌에 맞춰 9개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한국 문학의 어제와 오늘이 담겨 있다.

그림공부, 사람공부
조정육 지음/ 앨리스 펴냄/ 1만 5000원


동양미술 에세이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의 저자 조정육 씨가 쓴 신간.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동양화 보는 법부터 옛 화가들의 삶까지 동양화를 키워드로 한 에세이 29편을 실었다. 저자는 중국, 한국, 일본 3국의 작품을 중심으로 동양화의 구도와 여백, 화론 등을 설명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