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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노란 꽃송이 달린 귀한 손님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참좁쌀풀
정말 눈이 펑펑 쏟아졌다.

눈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잠시 짬을 내어 망연하게 바라보는 눈은 아름다운 여백이었다.

때 아닌 눈과 추위로 불편해하다가도 이보다 훨씬 많은 눈이 쌓이고 훨씬 기온이 낮은 전방 군인들은 얼마나 힘겨울까 싶으니 불평이 쏙 들어간다. 온통 하얗게 덮였을 그곳이 지난 여름에 본 꽃을 잠시 상기하게 한다.

참좁쌀풀은 그래서 떠오른 식물이다. 내가 이 풀을, 이 풀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을 본 곳이 바로 동부전선 민통선지역의 높은 산자락 개울가였으니 말이다.

불과 몇 달 전의 풍광이지만 녹음이 우거진 한 여름의 그곳에 다북한 노란색 꽃송이들은 시원하고 아름다웠으며, 정다웠다.

참좁쌀풀은 앵초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식물인데 경기도, 경북, 강원도 등의 깊은 산골, 보통은 습기가 있는 꿀쩍한 산지의 습지에서 자란다.

다 자라면 50cm에서 크게는 1m까지 자란다. 줄기에 돌려나거나 혹은 마주 달리는 잎은 타원형으로 길이가 2.5~9cm쯤 되며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여름이 오는가 싶으면 피기 시작하는 꽃은 여름내 볼 수 있다. 이 꽃을 들여다 보면 재미난 점이 많은데, 우선 5장의 황색 꽃잎의 끝이 꼭 호리병의 입처럼 길쭉하게 빠져 나와 있어 여간 귀엽지 않다.

꽃잎 가운데는 잎끝이 약간 옴폭하게 들어간 것은 간혹 있어도 이렇게 도드라진 것은 흔치 않다. 또 꽃잎과 암수술이 만나는 그 지점에 새빨간 무늬가 들어가 있어 눈에 아주 잘 들어온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이 부분이 잘 보여야 벌과 나비가 찾아 들어 후손을 이어갈 수 있도록 꽃가루받이를 효과적으로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소중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놓고 천진하게 웃고 있는 듯한 참좁쌀풀의 모습은 소박한 시골 색시가 어렵게 귀한 립스틱을 바르고, 시집가고 싶은 속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 히죽이는 듯 싶어 우습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정답기도 하다.

참좁쌀풀을 워낙 분포가 제한적인 귀한 식물인 까닭에 쓰임새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꽃이 아름답고 한 줄기에 여러 송이의 꽃이 매달려 풍성하므로 충분한 관상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히 가장 꽃을 보기 어려운 초여름에 개화하고 또 개화기도 길어 유리한 점이 많고, 습지에 심을 식물소재가 적은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방에서는 여름에 채취한 식물 전체를 말려두었다가 약으로 쓰는데 생약명은 만도배(蠻刀背)로 쓴다. 어혈을 없애거나 소종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참좁쌀풀은 참까치수염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영어 이름은 코리안 루스스트라이프(Korean loose strife)라고 하는데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짐작하긴 어렵지만 우리나라가 대표성이 있는 식물임에는 틀림없다.

계절이 바뀌어도 풀들은 그 자리에 항상 피고 진다. 하지만 긴 시각으로 바라보면 언제나 조금씩 변화해 왔음을 깨닫는다. 식물의 깊은 매력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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