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고비

어린 순들이 입맛을 돋우는 계절이다.

겨우내 묵었던 세포들을 일깨울 것만 같은 신선함을 맛보는 일도, 골라 담는 일도 모두 새 봄의 줄거움이지만, 언제나 과도한 욕심에 의한 무분별한 산채가 걱정돼 좋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 생각해 보면, 산은 거대한 나물밭이다.

아낌없이 주는 숲이니까. 적절하게만 한다면 숲이 주는 새 봄의 선물인 봄나물을 지속적으로 맛볼 수 있지만, 뿌리가 다치고, 새로 나올 순까지 모두 망쳐버리고 나면 숲은 무궁하게 풀이 나는 숲이 아니라, 불모의 공간으로 변하고 만다. 과욕을 넘어선 탐욕이 언제나 문제이다.

봄에 먹는 초록빛 새순도 있지만 아직은 초록이 더 깃들어 갈색이 감도는 새순, 데치고 나면 새순이라 느끼기 쉽진 않지만 잎을 펼쳐내기 전의 아주 어린 새순 중의 하나가 고사리이고 고비이다.

그중에서도 고비는 귀하고 더 맛있어서 숲속의 쇠고기라는 별명도 있다. 돌돌돌 말려 올라오는 새순은 적갈색이 나고 연한 톨이 보송하다, 우리가 먹는 고비나물은 바로 이러한 수준의 새순을 떼어 먹는 것이다.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고 무사히 자라난 새순은 이내 잎을 펼치는데 정말 멋지다, 전체적으로 1m정도로 키가 크는 잎은 아주 신선한 녹색빛으로 깃털 모양으로 갈라지고 또 갈라지며, 다른 고사리류보다 갈라진 잎 조각 하나하나가 손가락 길이와 두께만큼 큼직하여 멋스럽고 시원스럽다. 가장 자연적인 모습이면서도 현대적인 멋이 물씬 풍긴다.

새순이 올라 오는 중간에 선형으로 이루어진 연한 황갈색의 기관이 올라와 더욱 특별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고사리 같은 식물이 포함되는 양치식물이 번식을 위해 씨앗 대신 만드는 포자들이 가득 달린 포자수이다. 여기에도 잎이 달려 보통은 생식엽이라고 부르는데 넓게 펼쳐지며 광합성을 하여 영양을 담당하는 영양엽의 일부가 포자엽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보통은 다소 그늘지고 다소 습한 산에서 볼 수 있다. 산에서의 먹거리에 심취해 있는 분들도 먹을 수 있는 봄의 어린 줄기나 순은 잘 알아보아도 막상 잎이 펼쳐지고 꽃을 피워내면 못 알아보는 경우도 있는데, 고비도 그에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자연공원이나 정원의 나무 아래 심어 키우면 새로운 멋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더러 화분에 심어 키우기도 한다.

어린 순은 삶아서 말렸다가 두고두고 먹는데 나물로 무쳐 먹어도 좋고, 진짜 육개장에는 고사리보다 고비를 넣어 만들기도 한다. 영양분과 섬유질이 풍부하고 포만감도 주지만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식품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이 땅에서 나는 고비가 고사리만큼 많은 것은 아니어서 잘 골라 사야 한다.

물론 한방에서 이용한 기록도 있고, 다양한 약성이 연구되기도 한다. 주로 뿌리줄기를 약재로 쓰는데, 감기로 인한 발열과 피부 발진에 효과가 있다. 기생충을 제거하며, 지혈 효과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고 줄기와 잎은 인후통에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뿌리는 독성이 있어 잘 쓰면 약이지만 해가 될 염려가 많으니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새로 올라오는 고비의 새순에서 봄을 느껴보자.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관 ymlee99@foa.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