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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결하고 청초한 순백의 꽃송이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매화말발도리
광릉 숲의 빛깔이 가장 좋은 때가 이즈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더할 것 없이 화려한 가을 풍경도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큼 멋진 풍광이지만 봄의 숲은 생명이 가득하여 더욱 근사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겨울 날씨에서 바로 여름으로 건너뛴 올해의 수상한 계절의 흐름으로 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요즈음은 하루 하루 한 시 한 시 변해가는 봄 숲의 때깔이 안타까워 마음을 졸이며 바라볼 정도이다.

봄의 꽃나무들은 원래 나무 가득 꽃을 피워내 화사하기 이를 데 없다. 벚나무, 개나리, 백목련, 자주목련, 배꽃, 철쭉 … 그래도 이 꽃나무들은 조금씩 사이를 두고 차례로 피어났는데 올해엔 너무 봄이 짧아 한 번에 피어난 탓에 그 화려함이 훨씬 더했다.

솔직히 말해 너무 화사하면 좀 질리지 않는가. 그래서 스쳐지나 갔던 매화말발도리가 마음으로 다가와 가슴에 꽂혔나 보다. 더없이 순결하고 청초한 그 꽃송이들이.

매화말발도리는 범의귀과에 속하는 작은키나무이다. 물론 겨울이면 낙엽이 지는 나무이다. 보통 흔히 관목으로 구분되는 나무들 가운데서도 크게 잘 자라면 사람 키를 넘기는 키와 포기를 자랑하는 종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매화말달도리는 1m를 넘지 않은 적절하게 작은 나무였고, 편안하고 비옥한 땅이 아니라 살기 어려운 숲 속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인지 그리 무성하게 크지도 않는다.

회갈색 가지에 세 잎이 나며 지난해 자랐던 묵은 가지에서 몇 송이씩 많지도 않은 꽃송이들이 피어난다. 순백의 꽃잎이며, 새 잎이며 모두 연하고 부드럽고 그래서 깨끗하고 고귀해 보인다. 꽃은 고개를 숙인 듯 아래를 보는 일이 많이만 꽃잎이 펼쳐지며 때론 노란 수술이 들어가 있는 그 속을 내보이기도 한다.

마주 달리는 잎은 긴 타원형으로 손가락 두 마디쯤 되고 가장자리엔 잔 톱니가 있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생각해 보면 이 매화말발도리의 개성은 잎, 꽃, 열매 각각이 아니라 소박한 각각의 나무를 구성하고 있는 순결하고 연한 요소들이, 오래 묵은 티를 나뭇가지에 절제 있게 달려 보여주는 자태가 아닌가 싶다.

쓰임새가 크게 두드러진 것은 아니지만 좋은 분에 품격 있게 키우며 꽃을 보기도 하고 돌이 있는 자연정원에 심기도 한다. 꽃꽂이소재로도 이용된다.

우리나라에는 여러 종류의 말발도리 집안 식구들이 있는데 묵은 가지에 꽃차례를 이루지 않고 자라는 특징으로 구분한다. 봄에 흰 꽃이 피면서 묵은 가지에 달리기 때문에 말발도리 앞에 '매화'라는 글자를 붙여 이름 지은 것이 아닐까 혼자 추측을 해본다. 자르면 딱 소리를 내며 댕강 잘려 댕강목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댕강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다른 나무가 있으니 이 별칭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삼가는 것이 좋겠다.

한때,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알려져 있었으나 비교적 최근에 변이가 좀 있을 뿐, 서로 다른 종류로 알고 있던 일본의 나무와 같은 나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특산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학명이 " Deutzia coreana" 이던 우리나라 글자가 붙은 학명도 쓸 수 없게 되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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