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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가지 맛 가진 빨간 열매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오미자나무
언제 오려나 싶었는데 이젠 정말 가을이다. 추석이 지났다. 풍요롭고 행복한 추석엔 결실의 기쁨이 있어 좋다. 무더위에, 혹은 지나치게 많았던 비에, 강한 태풍의 바람에 이런저런 시름의 흔적이 남아있겠지만, 그래도 가진 것을 나누며 그래서 따뜻해지는 그런 추석이어서 좋았을 터다.

이즈음엔 산에서 자라는 열매들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오미자 생각이 먼저 든다.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의 풍성함도 좋고, 갑작스레 차가워진 날씨로 몸안의 감기 기운도 붉고 고운 빛깔의 오미자차 몇 잔이면 거뜬하게 나을 것 같다.

오미자나무는 오미자나무과에 속하는 덩굴성 낙엽이 지는 나무이다. 산에 가면 만나는 야생의 나무이며, 지금도 이 산야의 어딘가에서 붉게 익어가고 있을 것이다. 숲이 우거지며 덩굴성 나무들이 자꾸만 자생지를 잃어가는 탓도 있지만, 워낙 쓰임새가 많다 보니 오미자나무를 키우는 곳도 많아졌다.

그래서 오미자가 야생 그대로의 산과일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산에 마음만 먹으면 자주는 아니더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미자나무이다. 산의 낮은 곳에서부터 높은 곳까지 모두 만날 수 있고, 깊은 산골짜기에도 무지리어 덩굴지어 자라곤 한다.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오미자나무라는 이름은 다섯 가지 맛을 가진 열매라는 뜻의 한자 이름이다. 한자 이름에서는 대개 열매 또는 종자를 뜻할 때 아들 자(子)를 붙이곤 하니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쓰며 어떤 특징을 가진 나무인지 짐작할 수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유월 혹은 칠월이면 황백색의 꽃들이 다소곳이 피어 난다. 그 향그러운 꽃송이들은 꽃잎이 6장에서 혹은 9장까지 달려 마치 작은 종처럼 고운 모습이지만 무성한 잎새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오미자나무의 암꽃과 수꽃이 서로 다른 나무에 달리는 것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이다.

여름을 보내며 오미자의 열매 오미자가 익기 시작한다. 빨갛고 작아 구슬 같은 열매들이 손가락 길이만큼 줄줄이 달리는데 작고 붉은 포도송이처럼 보인다. 그 연하고 수줍은 꽃송이에서 이토록 강렬한 붉은 열매가 만들어진다는 상상을 누가 할 수 있을까? 꽃자루도 열매자루도 길어 축축 늘어지듯 달리는 모습 또한 특색 있다.

오미자열매의 오미, 즉 다섯 가지 맛이란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짠맛을 말한다. 이 가운데 신맛이 가장 강한 듯하고 다른 맛들은 여간한 미각이 아니고는 따로 구분하여 느끼기 어려울 듯 싶다. 하지만이러한 맛들이 어우러져 무어라고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오미자만의 독특하고 깊이 있는 맛을 낸다.

오미자나무는 이 열매를 이용하는 아주 유명한 약용식물로 수없이 많은 약효를 자랑하지만 특히 조직을 긴축시키며 침을 멎게 하는 진핵작용이 있어 기관지염, 발작적으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천식에 효능이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뛰어난 강장작용으로도 이름이 높다.

여러 음식에도 이용되는데 그중 유명한 오미자화채가 있고, 또 궁중에서 만들어 임금님께 드리던 음식 가운데 녹두녹말에 오미자즙을 넣고 끓이는 오미자응이라는 것이 있다. 고운 빛은 물론이고 단백하면서도 산뜻한 맛이 일품이고 게다가 몸에도 좋다 하니 이번 가을엔 한번 만들어 보아야겠다. 함께 먹는 모든 이들이 임금님이 된 듯한 넉넉함을 선사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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