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르 이 저자]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출간, 마르크스 이론 통해 작금의 경제현실 설명
김수행. 1942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나 해방과 더불어 귀국한 뒤 대구에서 자랐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어릴 적부터 가난에 관심이 많았”던 소년은 “다행히 실업고등학교에 들어갔고 그 학교의 장학금을 받아 대학까지”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강의는 고사하고 마르크스 서적을 읽기도 불가능한 시절, 어떻게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했을까. 그는 그 배경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일본어를 3개월 동안 공부한 뒤 일본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경성제국대학 시절의 일본책들은 대학도서관의 뒤 구석에 많이 쌓여 있었다.’ (한국일보 2005년 4월 11일자,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중에서)
물론 이런 마음가짐 자체가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죄였기에 김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걸려 반 달 동안 남산의 중앙정보부에서 고생했다. 그 뒤 외환은행 조사부에서 일하던 중 1972년 런던에서 근무하게 됐고, 1982년 런던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학위를 받은 건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이다. 일명 ‘오일쇼크’로 불린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을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으로 분석한 것. 김 교수는 1930년대 대공황과 더불어 1974~75년의 석유파동을 자본주의 시대의 2차 대공황이라 분석했다.
그가 대중에 알려진 계기는 아마 <자본론>을 완역하면서부터일 게다. 1987년 강신준 동아대 교수가 익명으로 독일어 원서를 번역한 이론과 실천사판이 1권이 출간됐고, 89년 2,3권이 나왔다가 1990년 절판됐다. 이 책은 6개월 후 1989~90년 김수행 교수가 영어판을 완역해 출간하면서 널리 읽히기 시작했다. 그의 주요 저서는 <자본론 연구>, <정치경제학원론>,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 등이다. 요컨대 그는 새로운 이론을 만들거나 현실에 적극 개입하는 학자라기보다 경제고전을 해석하고 후학을 키우는 강단형 학자다. 그런 그가 정년 퇴임 후 꽤 적극적으로 사회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각종 매체의 칼럼과 일반인과 청소년을 위한 경제서를 쓰고, 지난해에는 민노당에 입당했다.
‘주류경제학은 개인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개인은 이와 같이 행동한다고 가정을 해버려요. 그 가정을 수식으로 표시되도록 또 무리하게 가정해버립니다. 무리한 가정에서 나오는 결과가 합리적일 수가 없죠. 또 사상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굉장히 약해요.’ (지승호,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중에서)
김 교수의 책에 눈길이 간 이유다. 고 리영희 선생의 말처럼,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