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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헤겔, 셰링, 피히테 이후의 칸트 읽기

독일 관념론자 3인방 칸트 대척점 아닌 사유에 젖줄 대고 자란 적자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
슬라보예 지젝,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임규정 옮김/ 인간사랑 펴냄/ 1만 7000원


영화나 미술, 패션에 유행이 있듯이 철학처럼 고지식할 것 같은 분야에서도 유행이 있다. 최근 인문학에서의 유행은 고전을 현대식으로 다시 읽는 것인데, 이를테면 롤스의 정의론을 미국사회에 대입한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이 그렇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시 쓰는 고전'의 대중판이라면, 전문가들이 보는 책은 '마르크스 이후 칸트 읽기', '라캉 이후 헤겔 읽기' 뭐 이런 식으로 쓰이는 게 작금의 추세다.

전자는 가라타니 고진의 기법이고 후자는 슬라보예 지젝이 자주 써먹는 방법이다. 요컨대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을 발판으로 그 전에 죽은 더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현재를 설명하는 것이다.

신간 <신화, 광기 그리고 웃음>은 이 연장선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지젝과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젝은 국내 상당히 알려진 철학자이자 문화평론가이고,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철학과 교수다. 두 저자는 칸트 이후의 독일 관념론 철학자 헤겔, 셰링, 피히테의 철학을 칸트식으로 다시 읽는다. 다시 말해 '헤겔, 셰링, 피히테 이후의 칸트 읽기' 쯤 되겠다.

이 책을 쓰기 전, 지젝은 헤겔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이름을 알렸다. 워밍업으로 잠깐 설명한다. 칸트의 개념을 대표하는 말 중에서 '이율배반(antinomy)'이란 것이 있다. 절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뜻하는 말이다.

이른바 진리라고 부르는 초월적 세계에서의 법칙과 우리가 발 딛고 경험하는 '실재계'에서의 법칙은 서로 해결할 수 없는 모순관계에 있다는 것. 칸트는 이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다만 '이율배반'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에 반해 헤겔은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배운 변증법을 떠올리면 알 수 있듯이 정, 반의 모순에 직면할 때 '합'을 도출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칸트와 헤겔은 철학의 사유방식에서 대척점에 선 셈이다.

지젝은 변증법의 탁월한 해석으로 이를 뒤집는다. 변증법을 통해 도출된 '합'은 정과 반의 모순 해결을 통해 도출된 새로운 진리가 아니라, '정을 품은 반, 반을 품은 정'이면서 동시에 '정도 반도 아닌' 합이라는 것. (영화 <에일리언>에서 인간의 몸을 숙주로 번식하는 괴물 에일리언을 생각하면 쉽다. 에일리언이 침투한 인간은 인간이면서 에일리언이고, 에일리언이면서 인간이며, 동시에 인간도 에일리언도 아니지 않는가.)

이 책도 이런 방식으로 쓰였다. 저자는 서문에서 '칸트 이후 관념론을 가능하게 하는 기본좌표는 이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고 썼다.

헤겔 이하 관념론자 3인방이 칸트와 대척점에 선 것이 아니라 칸트의 사유에 젖줄을 대고 자란 적자라는 것. 그리고 그 아비를 뛰어넘거나 최소한 다른 사유의 지평을 넓힌 아들이라는 것.

고전은 어떻게 다시 태어나는가? 고전은 왜 시대를 관통해 읽히는가? 이 책은 그 이유와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젊은 도시 오래된 성
이승우 외 11인 지음/ 자음과 모음 펴냄/ 1만 3000원


문예지 <자음과모음>의 '아시아 문학 교류 프로젝트'로 연재된 단편을 묶을 소설집. 도시와 성(性)을 주제로 한중일 대표작가 12인이 쓴 단편소설 12편을 담았다. 이승우의 <칼>, 김연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사마다 마사히코의 <사도 도쿄> 등 삼국 대표작가의 뛰어난 단편을 맛볼 수 있다.

횡단
이수명 지음/ 문예중앙 펴냄/ 1만 8000원


중견시인 이수명의 첫 번째 시론집.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10년 남짓 쓰인 글을 모아 엮었다. 횡단, 횡선, 횡보, 선회, 횡렬 등 5부로 나뉜 이 책에서 저자는 "시란 무엇인가"란 근본적 질문부터 최근 시들에 나타나는 다양한 징후를 폭넓은 시선으로 해석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여백미디어 펴냄/ 1만 2800원


투병 중인 최인호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지난 30여 년 동안 몰두했던 역사·종교소설 스타일을 과감히 버리고, 현대소설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백제와 가야, 조선을 넘나들던 작가의 상상력은 다시 현대로 돌아와, 지나치게 익숙한 일상이 뒤틀려버린 현실 속에서 자신의 실체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 K의 여정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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