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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다른 희곡을 읽는 기쁨

[이 장르 이 저자] 극작가 최창근
첫 희곡집 <봄날은 간다> 출간… 대사 위주로 정서 전달
극작가 최창근은 80년대 어디쯤을 살고 있는 사람 같다. 175cm 키에 (기자는 그의 키가 그렇게 클 줄 몰랐다) 50kg이 될듯 말듯한 깡마른 몸의 그는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고 항상 어딘가를 뚜벅뚜벅 걷고 있다.

무성하게 기른 턱수염은 웬만해서 깎지 않는다. 그래서 기자 눈에 박힌 그의 첫인상은 만화 '머털도사'의 스승인 누덕도사였다. 이상하게 겨울에만 자주 만나서 기자는 품이 큰 야전점퍼 같은 코트 걸친 모습만 기억이 난다. (사실 그가 뭘 입고 만나도 집에 오면 그의 얼굴 밖에는 기억나질 않았다.)

시와 희곡을 함께 쓰거나 극작가를 하다 소설가로 전향한 문인들이 꽤 있지만, 최창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희곡을 썼다. 헌데 발품이 꽤 넓어 대학로 연극쟁이 뿐 아니라 시인, 소설가 같은 순문학작가들 사이에도 인기가 높다. 남의 말 다 들어주는 따뜻한 심성 때문일 게다.

가끔 작가들과 술을 마실 때, 그는 조용히 남의 말을 듣고 있다 썰렁한 우스갯소리를 한다. 아무도 웃지 않아도 꿋꿋하게 싱거운 농담을 던지다, 어느 순간 혼자 바깥을 나가 한 바퀴 돌고 다시 술집에 들어와 조용하게 남의 말을 들어준다. 이게 술버릇이란다. 가끔 연락하면 또 그 예의 느릿한 말투로 "어~ 윤주우 씨이~"하며 묻는 말에 열심히 대답해준다.

"선생님, 본인 캐릭터만 써도 연극 한 편 나오겠어요."

그를 볼 때마다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최창근. 1969년 강원도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를 나왔고 대학원에서 최인훈의 희곡을 공부했다.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희곡을 배운 후 2001년 <봄날은 간다>를 무대 올리며 데뷔했다. 연희단거리패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이듬해 동아연극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후 <서산에 해지면 달 떠온단다>와 <실종>, <13월의 길목>등 작품을 썼고, <엄마, 여행갈래요>를 공동집필했다. 제 1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젊은 비평가상, 16회 대산창작기금 희곡 부문 수혜 등 경력도 꽤 화려하다.

그는 시시때때로 희곡을 쓰고, 여러 공연과 행사를 연출하고, 낭독 공연을 펼친다. 지난 10년간 연극 연출만 12번, 그 외 공연과 행사는 한두 달에 하나 꼴로 연출을 맡아왔다. 그런 중에 자신의 희곡을 고치고 또 고친다.

그 작품의 특징은 대사 위주로 정서를 전달하는 문학적 희곡이라는 점. 메시지가 강하고 외면적 갈등을 추구하는 극적 연극이 많은 국내 풍토에서 언어 연극은 꽤 낯설다.

"형식과 내용 면에서 희곡 영역을 확장하고 진화하는 게" 지금 이 작가의 고민이란다. 시 같은 희곡 소설 같은 희곡, 수필 같은 희곡, 다큐멘터리 같은 희곡을 꿈꾸는 작가의 바람은 작품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근 그의 첫 희곡집 <봄날은 간다>가 출간됐다. 순소설도 초판 3000권을 다 팔기 어려운 출판계 현실에서 출판사나 작가 모두 꽤 용감한 선택을 한 셈이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첫 작품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 <서산에 해 지면 달 떠온단다>, <13월의 길목> 등 세 작품이 묶였다. 군데군데 공연 사진을 넣어 읽는 맛을 더했고, 공연정보와 리뷰도 모았다.

가족과 세대, 단절과 소통, 삶과 죽음에 관한 그의 희곡은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다가가려 한다. 조금 다른 희곡을 읽는 기쁨, 그의 책에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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