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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정국 ‘태풍의 눈’ 되나

범야권 서울시장 유력후보, 보선결과에 총선‧대선 '빅뱅'
  • 박원순 예비후보가 지난 20일 성북구 정릉도 숭덕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지지율 거품"-"바람 지속될것" 엇갈려

실패와 성공이라는 상반된 조명이 교차돼 비추는 무대에 이제 홀로 선 배우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그가 온 몸으로 뿜어내는 내공은 관객에게 ‘희망’을 가져도 좋다는 메시지로 들뜨게 하며 커튼 콜을 이끌어냈다.

요즘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과 함께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짧은 공연’ 후기다. 그의 등장은 한국적인 정당의 실패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성공적인 ‘제3의 길’ 가능성을 상징한다.

박 변호사는 21일 서울시장 보선 출마를 공식 선언, 본격적인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에 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10월 26일 선거까지 이 지지도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여야 후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박 변호사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진행되지 않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기성정치 향한 불신 표출

  •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자가 지난 16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종로3가역에서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그의 서울시장으로의 출발은 너무 극적이어서 왠지 불안해 보였다. 그러한 여운은 아직 박 변호사 주변을 감돌고 있다.

‘안풍(安風, 안철수 바람)’이 워낙 강렬해 그가 떠난 후 박 변호사는 꽤 위축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 저변에는 5% 안팎에 머물던 박 변호사의 지지율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후 약 50%대 지지율로 급상승한 것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안철수 효과에 큰 도움

그러나 홀로 선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풍의 후광을 무시할 순 없지만, 안철수가 떠난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인물’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원장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정치세력에 대한 선호가 아니라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선호라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를 하더라도 박 변호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는 두 사람 모두 기성 정치를 변화시켜줄 것이라고 시민들이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오른쪽)가 19일 서울 마포구 국민참여당을 방문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당 영향력 적고

인물대인물 구도선

한 후보 절대우세 없어

혹독한 검증 거친후

진정한 지지율 나올것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추석 후인 17일 서울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같은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야의 유력 후보들이 맞붙는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박원순 변호사가 야권의 단일 후보로 나올 경우 현재 거론되는 여권 후보들보다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변호사는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과의 가상 대결에서 50.0% 대 31.7%로 우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의 대결에서도 59.8% 대 14.8%로 압도했다. 비슷한 시기 다른 언론 매체의 여론조사에서도 후보간 지지율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박 변호사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러한 박 변호사의 지지율은 서울시장 보선까지 계속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시각이 갈린다.

20~30대선 인지도 낮아

부정하는 측은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변호사는 다르다”고 말한다. 두 사람에 대한 지지층과 지지 이유 등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5%대의 지지율에서 안 원장의 양보로 50%대의 지지율로 급등한 것은 비상식적이다. 거기엔 거품이 끼어 있고 언젠가는 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안 원장에서 박 변호사로 전이된 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중간지대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변호사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있은 후에 진정한 지지율이 나올 것이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40대 이상은 박 변호사를 잘 알지만 20~30대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다”며 “지지도가 탄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정기 거친후 오차 범위 승부 될것"

반면 지지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여권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은 유지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기성 정치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열망에다 박 변호사의 캐릭터와 안철수 원장의 이미지가 상당 부분 겹쳐 지지율에 전이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약 70%가 박 변호사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난 것도 그같은 가능성을 높여준다.

특히 한국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원장을 지지하는 주된 이유 중 ‘깨끗한 도덕성’이 23.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젊고 참신해서’(20.1%)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어서’'(13.5%) 등의 답변이 많았다. 또 ‘기성 정치가 싫어서’(11.7%) ‘새로운 정치를 할 것 같아서’(10.2%) 순으로 나타났다.

일방적 승리는 없을것

박 변호사의 이력도 비슷하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도덕성’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고,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 등을 설립, 운영해 참신성과 인간적 신뢰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김형준 교수는 “박 변호사가 20~3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질 것과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구도가 중요한 만큼 민주당과 어떠한 관계를 가질 것인가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후보 민주당 입당
현재론 가능성 희박

서울시장 선거 결과
총선·대선 맞물려
정국 향방 최대변수


주목되는 것은 박 변호사의 높은 지지율에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들. 이들은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과 정치 공학을 내세워 서울시장 보선에 대해선 ‘박빙승부’를 예상한다. 박 변호사의 지지율이 높게 유지되더라도 조정기를 거쳐 선거 당일에 즈음해서는 오차범위내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같은 정책선거도 아니고, 총선처럼 여러 선거로 관심이 분산되지 않고 철저하게 인물 대 인물 구도로 갈 것이기 때문에 한 후보가 일방적으로 이기는 선거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야 모두 총력전 펼쳐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박 변호사의 현재 지지율은 최정점에 있다. 내려오는 일만 남았다. 여권은 후보가 결정되면 현재보다 상승할 것이다. 박빙승부가 점쳐지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기존 인물 대 새로운 인물’간의 승부인 데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여야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현재 서울 구청장 대부분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서울시장까지 야권에 넘어가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 후보들은 서울지역구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대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이 야권 몫이 된다면 여당 대권후보에겐 치명적이다. 안철수 바람에 ‘대세론’에 금이 간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전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재인측도 바짝 긴장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안풍에 의해 혁신없는 기성정당으로 평가받은 민주당은 유력한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와의 관계 설정이 관건이다. 민주당에 입당시키는 게 최선이지만 기존 정당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정치’를 표방한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은 낮다. 박 변호사를 중심으로 ‘제3정치’ 세력의 부상할 경우 내년 총선 지형은 크게 요동치고 민주당은 크게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대선에서도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박 변호사의 당락은 큰 변수다.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권과 대선후보 지지도 2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게도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총선, 대선과 맞물려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박원순 변호사는 서울시장 보선을 앞둔 여야는 물론, 내년 총선과 대선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서울시장이 되느냐 하는 것은 개인을 넘어 우리 정치,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시민운동 20년의 정치적 성장과 시민사회 내부 역량을 평가받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박 변호사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박원순 변호사 약력>

경남 창녕 출생(1956)
경기고 졸업(1974)
서울대 제적(1975)
단국대 입학(1979)
제22회 사법시험 합격(1980)
대구지검 검사(1982)
나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1983)
역사문제연구소 설립, 초대 이사장(1986)
참여연대 설립, 역사비평 편집위원(1994)
참여연대 사무처장(1996)
성공회대 겸임교수(1998)
한겨레신문 사외이사(1999)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설립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장(2002)
KBS 상임이사(2003)
포스코 사회이사(2004)
희망제작소 설립, 아름다운재단 총괄 상임이사
막사이사이상‧만해대상 수상(2006)
희망과대안 공동운영위원장(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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