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도덕성‧돈‧이념 등 검증 나서, 보선에 변수 될 수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 후보가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수유동 4.19 묘역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서울시장 유력 주자인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일부 단체에서도 박 변호사의 인기를 끌어내리기 위해 다양한 공세를 취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한 배수진 차원에서, 민주당은 범 야권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부 보수단체는 이념적 목적을 위해 각각의 무기를 동원하고 있다.

이른바 ‘박원순 X파일’로 거론되는 공격 대상은 크게 도덕성, 돈문제, 이념(정체성) 등으로 집약된다. 이미 극우성향의 조갑제닷컴은 ‘박원순의 정체’라는 코너를 마련해 참여연대 시절의 활동이나 국가보안법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공식적인 포문은 민주당이 먼저 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인 박영선 의원은 21일 서울시장 후보 TV토론에서 “시민운동을 하면서 재벌기업의 후원을 많이 받은 것도 짚어봐야 한다”고 따졌다. 박 변호사는 “나는 모금 전문가"라며 "아름다운 가게나 희망제작소에서 재벌에 후원을 받은 것은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부자들한테 후원을 받는 것이 뭐가 나쁜가”라고 반박했다.

S그룹 희망제작소 30억 기부

본지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박 변호사가 참여연대에서 소액주주운동을 펼친 후 2002년 아름다운가게 설립 당시 S그룹에서 24억원을 기부했고, 2006년 희망제작소를 설립할 때도 S그룹에서 7억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적 성향의 M스님도 설교를 하면서 아름다운가게에 4억원을 내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원순 변호사가 매년 수백억 원의 기부를 받아왔으나 이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내역을 공개하지 않아 횡령, 편법 사용 의혹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부금에 관한 내역은 투명하게 늘 공개해와 문제될 게 없다고 반박했다.

대기업 사외이사직 경력도 논란이 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최근 5년간 포스코 사외이사를 맡으며 대략 7,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았다고 한다. 박 변호사는 풀무원 홀딩스 사외이사직도 맡았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사외이사직을 통해 받은 보수는 (희망제작소 등에) 전액 기부했다”고 해명했다.

반국가적·좌파성향 집중부각

여권에서는 박 변호사가 아름다운가게의 자금 등을 불투명하게 사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법인카드 사용문제를 제기한 직원을 해임한 일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아름다운가게의 회계 자료를 인터넷에 다 올리고 월급까지 공개했다”고 반박한다.

기부 내역 등 파상공세 돌입
대기업 사외이사 경력도 논란

극우단체선 국가보안법 시비

시험대 무사통과땐
지지율 더욱 탄력 받을듯

여권은 앞으로 박 변호사의 ‘이념’ 문제를 집중 거론할 예정이다. 박 변호사의 사상적 성향이 반국가적, 좌파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먼저 박 변호사의 저술인 <국가보안법1‧2‧3>, <야만시대의 기록1‧2‧3> 등에서 문제의 소지가 큰 부분을 발췌해 그의 사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국가보안법의 존재는 국민생활 전반에 걸친 족쇄였으며 국가의 진취적 발전을 가로막는 쇠사슬이었다(국가보안법연구1. 23p)” 등 박 변호사가 반국가적 인물이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역설해왔음을 널리 알린다는 것이다.

도덕성 흠집땐 상황 급반전

박 변호사가 설립 활동한 아름다운가게와 희망제작소가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난 기부행위를 한 것도 검증 대상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두 기관은 ‘올바른 기부문화 확산을 통해 소외계층 및 공익 활동을 지원한다’는 목적 아래 다양한 명칭의 기부 프로그램을 가동해 왔지만, 실제 지원받은 단체 중에는 좌파성향 시민단체들이 많다고 한다. 예컨대 ▲2008년 9월 다산인권센터(인권과 함께하는 라디오 가족 캠프, 300만원) ▲2008년 8월 함께하는 시민행동(정책포럼 <촛불 이후의 사회운동> 300만원) ▲2008년 5월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주한미군기지환경피해공동보고서 제작과 발표 , 253만원) 등이다.

박 변호사는 지지율 1위를 차지한 만큼 ‘검증’이라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칠 전망이다. 이를 무사히 넘길 경우 박 변호사의 지지도는 더욱 탄탄해지겠지만, 최대 강점인 도덕성에 흠이 날 경우 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 ‘박원순 X파일’의 실체와 그 파괴력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