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들치고 한두 번쯤 금연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담배는 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갈수록 애연가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연패치, 금연침, 금연껌, 금연담배에 이어 전자담배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기존의 금연 보조제와 달리 전자담배는 맛과 느낌이 연초담배와 비슷할 뿐 아니라 인체에 무해하다는 ‘믿음’ 때문에 점차 이용자가 늘고 있다. 전자담배는 정말 인체에 무해하고, 금연을 성공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담배일 뿐 금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하는 걸까?

효과 있다 VS 효과 없다
지난 3월 국립중앙의료원 주최 ‘전자담배 세미나’에서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김은지 사무총장은 “작년 8월 기준으로 전자담배의 수입액은 약 195만 달러(약 22억원)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했지만, 금연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밝혔다.

20년째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직장인 김모(41)씨는 “금연을 위해 올해 초부터 전자담배를 이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숨쉬기가 편하고 냄새가 안 나서 좋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서모(55)씨는 “평소에는 전자담배를 피우지만 술자리에서는 결국 연초담배를 찾게 된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다 피우게 됐다. 중독성만 심해졌다”라며 무용론을 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전자담배는 대부분이 중국, 홍콩 등지에서 들여온 것이다. 또 국내 유통업체는 20여 곳, 상품의 종류는 90여 가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자담배는 2003년 중국의 담배 제조사 루엔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 이듬해부터 중국에서 시판했다. 원천 특허가 중국에 있는 만큼 전세계 전자담배 대부분은 중국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루엔은 현재 전세계 10여 개 국에서 특허를 취득했으며, 한국을 비롯해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100만 개 이상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양은 연초담배, 내용은 각양각색
전자담배는 니코틴 등이 함유된 액체를 수증기로 바꾸는 장치인 카트리지, 분무기, 배터리, 충전기 등으로 이뤄졌다. 연초담배의 필터에 해당하는 카트리지 내부에는 기화장치가 장착돼 있다. 사용자가 전자담배를 흡입하면 액체 니코틴을 수증기로 바꿔준다.

액상은 연초담배와 맛이 비슷하거나 과일, 캐러멜, 박하, 커피 등 여러 향이 첨가되기도 한다. 액상의 종류는 무려 140여 가지. 전자담배는 내부 전자장치에 의해 액상을 열로 기화시키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제조사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의 시각은 다르다. WHO는 지난 2008년 전자담배에 대해 “전자 니코틴 공급장치가 금연장치로 보기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라며 전자담배가 금연도구로 적법하다는 판단을 유보했다.

91만원 VS 69만원
전자담배를 애용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전자담배가 연초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덜할 뿐 아니라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전자담배와 연초담배의 가격을 비교하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2003년 중국에서 개발된 전자담배는 국내에서도 금연을 바라는 애연가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자담배는 니코틴이 함유된 액체를 수증기로 바꾸는 장치인 카트리지(필터), 배터리, 분무기, 충전기 등으로 구성됐다.
윤관식 기자
전자담배 한 세트(카트리지, 충전기, 배터리 등)의 가격은 통상 15만~20만원이다. 다만 카트리지에 지속적으로 보충해야 하는 액상의 가격은 10㎖당 2만원 안팎이다. 하루에 한 갑을 피운다고 가정하면 액상 값으로 매일 1,900원을 지출해야 한다.

하루 평균 연초담배 한 갑(2500원짜리 기준)을 피우는 사람의 경우 1년에 91만2500원이 필요하다. 반면 전자담배를 이용하면 액상을 지속적으로 보충한다 하더라도 1년에 69만원 정도면 된다.

그렇지만 전자담배의 경우 최소 2, 3개월에서 최장 2년마다 교체가 필요한 기화기(5만~6만원)도 사실상 소모품인 만큼, 이런저런 것들을 따지면 연초담배나 전자담배나 비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논란의 핵심은 PG와 VG
전자담배 액상에는 니코틴, 물, 향료 외에도 프로필렌글리콜(PG)과 글리셀린(VG)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다. PG는 식품에 방부제 또는 맛을 가미하는 재료로 쓰이고, VG는 빵의 습윤제로 이용된다. 전자담배 액상의 90% 이상이 PG와 VG의 혼합물이다.

PG와 VG가 논란의 핵심이다. 전자담배 제조사들은 “학계에서는 PG와 V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사실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 물질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보고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금연클리닉의 이철민 교수는 “같은 물질이라도 투입 경로에 따라 약리작용은 다르다”고 전제한 뒤 “PG와 VG를 섭취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기체로 마셨을 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의약품인가, 담배인가
전자담배 관리체계는 국가별로 다르다.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에서는 전자담배를 의약품으로, 미국 뉴저지주 등에서는 담배로 분류한다. 일본에서는 니코틴을 포함하지 않는 금연 보조제형 제품만 유통되며 의약품으로 승인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자담배를 담배로 분류한다. 담배사업법에 ‘연초의 잎에서 추출한 니코틴 농축액이 들어 있는 필터와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는 전자장치로 구성된 전자담배는 담배에 해당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관리체계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니코틴이 함유돼 있지 않은 금연 보조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니코틴이 함유돼 있는 담배는 기획재정부에서 관할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금연 열풍이 높아지면서 전자담배 시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중국산 저질 액상이 판치고, 인터넷에서 정체불명의 전자담배가 시중가보다 3, 4배 싼값에 불법 유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니코틴 함유 여부에 따라 관리체계가 이원화된 국가는 한국 말고는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니코틴 함유 여부에 관계없이 전자담배를 의약품으로 분류해서 보건복지부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정부가 나서 전자담배를 둘러싼 여러 논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