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LG유플러스-CJ헬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공정거래위원회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인수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당초 시장의 경쟁제한 우려로 어려울 듯했던 두 건의 기업결합이 탄력을 받으면서 유료방송 업계는 3파전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알뜰폰 사업을 하고 있는 CJ헬로가 ‘독행기업’인지를 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정위와 다른 판단을 내리는 등의 변수도 남아 있다.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통신사들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료방송 시장 ‘지각변동’ 오나

통신사의 유료방송 시장 내 입지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최근 전원회의를 열고 ‘LG유플러스-CJ헬로’ 및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다. 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만 최종 승인하면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자회사) 3사 통신사의 유료방송 시장 지배력은 80%가량까지 높아지게 된다.

공정위는 약 3년 만에 입장을 바꿨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의 기업결합을 불허한 바 있다. 통신업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면 시장의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번에는 방송·통신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 및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몇 가지 시정조치를 전제로 이들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에서다. 시정조치들은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와 같은 소비자 선택권 보호책이 주를 이루는데, 기업별로 일부 차이를 뒀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8VSB·디지털 케이블TV 두 가지 부분을, LG유플러스는 8VSB 케이블TV 부분만이 시정조치 대상범위로 설정됐다. 여기서 ‘8VSB’는 8레벨잔류측파대를 이용한 디지털방송 전송방식을 뜻한다. 쉽게 말해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전송방식이다.

시정조치 각 사항들은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 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방송 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 금지 등이다.

시정조치 범위를 이처럼 달리 한 데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 건의 경우 8VSB 유료방송시장과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간 혼합결합에서만 경쟁제한성이 있다”며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건은 그에 더해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내에서도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업계 판도는 크게 뒤바뀐다. 현재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KT가 31.1%로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이어 SK브로드밴드 14.3%, CJ헬로 12.6%, LG유플러스가 11.9%, 티브로드 9.6% 순이다. 결합 시에는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24.5%,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이 23.9%로 늘면서 3개 통신사 지배력이 전체 79.5%까지 확대된다.

KT가 착잡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KT의 KT스카이라이프는 수년째 하락세다. 한때 1만8000원가량이었던 이곳의 주가는 9120원(지난 14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에 KT는 점유율 6.29%인 딜라이브를 인수해 격차를 벌리려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곳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33.3%를 넘겨선 안 된다는 합산규제 논의가 지지부진한 탓이다.

CJ헬로 ‘독행기업’ 지위 변수

CJ헬로와 합치면 단숨에 업계 2위에 오르는 LG유플러스의 속내도 그러나 시원치는 않다. CJ헬로가 독행기업인지를 두고 과기정통부가 공정위와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행기업은 시장경쟁 촉진의 역할을 하는 기업을 뜻한다. 2016년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의 결합을 불허한 것 역시 독행기업이 사라진 데 따른 소비자 불이익 확대를 우려해서였다.

이번에는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판단치 않은 공정위지만, 최종 승인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다른 시각을 지닐 수도 있다. 실제로 CJ헬로를 두고 독행기업 지위 여부가 논란인 이유는 ‘알뜰폰’에 있는데,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알뜰폰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만큼 해당 분야에 관심이 크다. 공정위보다 이 부분을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밖에 없다.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시장의 과거 상황과 현재 실정을 비교분석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최근 CJ헬로의 가입자 수, 점유율, 실적 감소 추세와 알뜰폰 시장 자체의 경쟁력 약화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 CJ헬로를 독행기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LG유플러스와 CJ헬로 결합으로 확대되는 시장점유율도 1.2%포인트에 불과하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18일부터 심사를 개시하는데 공정위와 같은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공정위는 시장 독점 여부 및 경쟁제한성 등을 주로 평가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알뜰폰과 같은 특정 사업이 갖는 의미와 예상되는 환경변화 등을 살펴보는 만큼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CJ헬로 노조는 지난 13일 과기정통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뜰폰 분리매각에 반대하는 뜻을 피력했다. 이들은 “알뜰폰 분리 매각 등 소모적 논란을 즉시 중단하고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라”며 CJ헬로의 LG유플러스 ‘통매각’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제출하며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