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새 폴더블폰인 ‘갤럭시Z플립’이 출시된 14일 서울 서초구 삼성딜라이트 매장에서 고객들이 ‘갤럭시Z플립’을 체험해 보고 있다. 연합

우리의 삶이 디지털 기반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 디지털 세상 속에 일상을 의존하는 것이 우리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동안 인터넷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각종 디지털 기술들과 관련된 일들은 우리의 삶보다는 관련 산업이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의 이야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그 중심축이 점차 사람 즉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세상 속으로 급속하게 빨려들어 가고 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마트폰을 통해 간밤에 있었던 사건들을 살펴보게 된다. 하루의 일정을 살펴본다. 카톡,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주변인들의 일상과 전해주는 소식을 살펴보기도 한다. 스마트폰이 메시지를 읽어 주고 처리해야 할 일을 알려 주기도 한다.

더 나아가 건강정보 앱 등을 통해 나의 또 다른 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점차 일상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은 지난밤의 수면 상태를 자동으로 알려 준다. 정해진 시간에 잠을 잤는지에서부터 수면 시간을 알려준다. 수면의 상태도 알려준다. 간밤에 뒤척임이 어느 정도였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간밤에 측정된 맥박의 변화도 알려준다. 일어나서 체중계에 올라가면 체중과 체중 변화를 도표로 보기 쉽게 보여준다. 소비된 열량, 근육량, 수분량 등 다양한 신체 건강과 관련한 정보도 측정하여 보여준다. 이 같은 형태의 일들은 하루 생활 중에도 수시로 생겨난다. 카드를 사용하면 카드 사용 메시지가 스마트폰에 표시된다. 오늘 사용한 전체 금액은 물론 주별, 월별 사용액도 자동으로 나온다. 하루의 걸음걸이에서부터 이동한 거리와 동선들도 지도 위에 알기 쉽게 표시해 준다. 일정 시간 움직이지 않을 경우 움직이도록 경고음이나 진동을 통해 자동으로 일깨워 준다. 약속시간이나 이동을 위해 출발해야 할 시간도 자동으로 다시 알려준다. 스마트폰을 통해 본 동영상을 비롯하여 각종 정보를 조회한 내용에 대한 기록과 이용 시간 등이 스마트폰에 저장된다. 자주 사용한 단어를 활용해서 우리가 관심이 있을 광고를 자동으로 보게 만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대하여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위에 언급한 수많은 데이터를 일상생활에서 생산하게 된다. 그러나 그 데이터들을 우리가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정보를 다시 우리 자신을 위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는 소홀했다. 단편적으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그때 그때의 순간적인 만족감을 채우는 정도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하여 접근을 하려 해도 어렵고 어려운 디지털 기술이라는 장벽들 때문에 획일화하여 제공되는 서비스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생산한 데이터들을 우리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바꾸어 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를 전략적으로 수용하고 그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사람인터넷(Internet of Humans)이다. 또한 그 변화를 전략적으로 가치로 이끌어 가는 것을 개인의 디지털 전환(Personal Digital Transformation, 약칭으로 DT 또는 DX)이라고 한다.

삶의 가치 체계적 정리 ‘사람인터넷’

디지털 전환의 개념은 기업의 비즈니스 영역에서 출발했다. 유럽연합에서는 “디지털 전환은 첨단 기술의 융합과 물리적·디지털 시스템의 통합,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프로세스의 우위, 스마트 제품과 서비스의 창출로 특징지어진다”로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데이터 개발 및 데이터 분석에 상당한 수준으로 의존하는 생산 및 소비 활동에 디지털 기술을 광범위하게 채택하는 것을 수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개념을 그대로 사람 즉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이 개인의 디지털 전환이다. 그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사람인터넷이다. 개인의 디지털 전환은 일상에서 생겨나는 각종 정보를 모아 분석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삶의 방식과 질을 개선하여 개인의 경쟁력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또한 개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일이기도 하다.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성공하려면 기업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개인의 디지털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 살게 된 개인의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개인 디지털 전환의 시작은 사람인터넷이다. 사람인터넷은 기존에 우리가 이용하던 개인용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우리의 활동 정보와 우리 내부의 정보를 연결해 주는 주요한 기본 장치들을 연결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예를 들어 다음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기본적인 흐름을 이해해 보기로 한다.

갑돌이는 회의 중에 중요한 난제에 봉착한다. 급하게 ‘남자, 50대, 종로구, 은행간부, 대학졸업’로 구성된 정보가 가명정보인지 아닌지를 분명하게 알고자 한다. 갑돌이는 음성인식 장치인 아마존의 알렉사를 통해 “알렉사, ‘남자 50대 종로구 은행간부 대학졸업’로 구성된 정보가 가명정보인지 알아봐!”라고 한다. 알렉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러한 정보가 없음을 알고 개인정보 전문가들에게 해당 음성 메시지를 전파한다. 물론 여기에는 해답을 알려 주는 데에 대한 대가 제공도 포함된다. 이 음성 메시지를 받은 개인정보보호 전문가인 을순이의 애플 ‘시리’가 주인에게 애플워치의 진동과 함께 이어폰을 통해 답을 주기를 요청한다. 을순이는 간단하게 답을 한다. 갑돌이는 을순이의 답을 받자마자 다시 한 번 아마존의 알렉사에게 관련 분야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해달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은 불과 2~3분 이내에 처리된다.

‘개인 디지털 전환’ 삶의 가치 개선

복잡하고 난해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과 비용은 크게 줄게 된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누구하고도 순간적으로 연결되어 필요한 정보를 얻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갑돌이와 을순이는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가 실제로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서로가 분명하게 누구인지 아는 상태에서 이러한 일이 진행될 수도 있다. 위의 예상되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는 삼성워치, 애플워치, 음성인식 스피커와 같은 장치들 즉 우리가 일상에서 만들어 내는 활동 정보와 우리 신체의 정보를 스마트폰을 통해 디지털 세상에 연결해 주는 장치들이 사람인터넷의 중심이 될 것이다. 개인용컴퓨터가 인터넷시대의 중심이었고 스마트폰이 모바일 인터넷의 중심이었다면 사람인터넷 시대에서는 우리 몸에 밀착되어지는 각종 장치들이 그 중심이 된다는 의미이다. 헤드셋, 이어폰, 시계, 안경, 신발, 내복 등에 디지털 기능들이 들어가서 우리 몸에서 나오는 각종 정보들을 24시간 측정하고 이 정보들이 스마트폰에 저장되게 된다. 또한 인터넷이나 외부에서 오는 정보들을 또한 이러한 장치들을 통해 우리에게 직접 전달되게 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장치들에서 측정된 정보와 스마트폰 사용에서 나오는 각종 데이터들이 서로 결합된다. 이를 분석하면 우리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결과를 주게 된다. 또한 다른 이들과 이러한 정보들을 중심으로 필요시마다 연결되고, 교환되기도 한다. 인공지능 기능들이 작동되어 불필요한 작업들을 최소화시켜 준다. 우리는 이렇게 해서 얻어지는 시간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일일이 정보를 검색하지 않아도 밤사이에 들어온 정보들을 체계적으로 모아 읽어 주기도 하고 핵심적인 내용만을 정리해서 보여주기도 할 것이다. 각종 구매 내역을 분석하여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데도 기여하게 된다. 퇴근을 위해 회사 문을 나서는 순간 가장 빠른 교통편을 자동으로 안내해 준다. 하루 중 운동이 부족한 경우 귀가 경로에 있는 공원에서 일정 시간 걷거나 운동을 하도록 유도를 하게 된다. 결국 개인의 디지털 전환은 각종 장치들과 우리의 인터넷 활동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일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인재가 개인의 생산성이 그렇지 못한 인재에 비하여 상당한 경쟁 우위를 갖게 되고 기업의 경쟁력 또한 상승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개인의 디지털 전환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있다. 지금처럼 우리가 생산한 데이터들을 외부의 누군가가 주인이 되어 활용하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데이터의 저장에서 활용에 이르는 모든 처리 과정의 통제 권한이 데이터의 생산 주체인 개인에게 주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이 생산한 데이터의 암호화 및 관리 방법이 재설계되어야 한다. 기업들이 이러한 데이터를 가져다 쉽게 사용할 수 없도록 보다 강화된 보안 장치들이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어야 한다. 데이터의 분실이나 장치 훼손을 대비하여 클라우드에 저장을 해 두더라도 다른 이들이 접근하여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암호화 기술을 활용하여 저장해야 한다. 개인의 디지털 전환의 궁극적인 목표는 삶의 가치를 개선해 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생산한 데이터를 보다 나은 건강을 유지하게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하기 위한 근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인간이 인터넷에 종속되는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인간이 중심이 되도록 새로운 데이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유럽 등 선진 국가들에서는 이미 이러한 시도가 시작된 지 오래다. 다만 그 시작이 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개인에 중심으로 두고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모든 기업 활동 역시 궁극적으로는 우리 각 개인의 삶을 윤택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대비는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

● 한호현 (테크칼럼니스트·공학박사)

- 한호현은 정보통신분야 공학박사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 다수의 기관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총괄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정보통신부, 현대정보기술 등 공공,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통신 관련 다양한 실무 경험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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