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콘텐츠 공룡기업 넷플릭스가 국내 통신사들에 ‘망 사용료’를 내지 않으면서 이른바 ‘망 무임승차’ 논란의 중심에 섰던 가운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3월 국내 최대 매출을 기록할 만큼 많은 트래픽을 발생했던 넷플릭스는 국내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며 버텨왔다.

‘넷플릭스법’ 국회 상임위 통과…글로벌 사업자들에 통신망 안정성 의무 부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7일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나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이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할 때 통신망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을 상정해 수정 가결했다.

이른바 ‘넷플릭스법’ ‘구글법’ 등으로 불리는 이 법률 개정안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비스 품질에 대한 규제나 우리 국민 보호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 조치에 비해 해외 사업자들은 규제를 받지 않아왔던 데 대해 역외 규정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Δ글로벌 사업자의 망 안정성 유지 의무 부과 Δ국내 대리인 지정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글로벌 CP에 통신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들이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하며 국내 서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8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를 거쳐 최종 개정 법률로 확정된다. 과방위는 이날 회의에서 “넷플릭스나 구글 등은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통신망 관리 의무를 받아들여 화질 조정 등에 나서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발달된 ICT 인프라를 이용해 수익을 극대화하면서도 오히려 이와 관련한 망 안정성 의무는 외면하고 있다”라며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 인프라를 갖췄는데, 그 열매는 외국 기업이 고스란히 따 가고 국내 사업자들은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 초래돼 규제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법률 개정안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망 무임승차’ 논란 촉발시킨 넷플릭스

특히 넷플릭스는 ‘망 무임승차’ 논란을 촉발시켰다. 넷플릭스는 최근 한국에서 망 사용료를 부담할 수 없다며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트래픽이 급속히 증가하자 통신사 SK브로드밴드가 망 증설 비용분담을 요청했으나 넷플릭스는 오히려 소송으로 맞섰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통신망 정비를 위해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를 낼 것을 요청했다. 망 사용료는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사업자(CP)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이다.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국내CP들은 모두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ISP에 트래픽 이용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지난 4월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해당 이슈와 관련해 지난해 말 SK브로드밴드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 절차인 재정신청을 진행하던 중 넷플릭스가 소송을 벌인 것으로 한국 무임승차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기사업통신법에 따라 당사자가 소를 제기할 경우 재정 절차를 중단하게 돼 양측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됐다.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 제재 근거 마련

이 같은 논란의 가운데 이번 법률안 개정으로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제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ISP들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들과 망 사용료를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넷플릭스, 유튜브, 페이스북 등 해외 CP들이 국내 동영상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망 사용료는 전혀 받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해외CP들은 법망을 피해 방송통신위원회의 관리 감독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내 사업자들이 매년 수백억원대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태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일어왔던 이유다.

특히 국내에서의 망 사용료는 무임승차해왔던 넷플릭스는 해외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졌다. 넷플릭스는 미국 컴캐스트, AT&T, 프랑스 오렌지 등 해외에서는 망 사용료를 지급한 바 있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