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3개의 블록체인 공공선도 시범사업 및 민간주도 국민프로젝트에 대한 착수보고회를 열었다. 이번 공공 선도시범사업에는 ‘분산신원증명을 활용한 도민증명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비롯하여 모두 10개의 사업이 선정되었다.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는 ‘블록체인 기반 개인 중심 모바일 의료전자문서 플랫폼 구축’ 등 3개의 사업이 선정되었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공공과 민간의 혁신과 산업 활성화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정책으로 언택트 이코노미, 디지털 비대면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시대 필수 기반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을 공공 및 민간분야에 선도적으로 적용하여 국민의 일상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블록체인 기술을 향후 디지털 비대면 시대의 필수 기반 기술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3, 4년 전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기술이다. 이에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 기술이 비대면 시대의 필수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와 그 확산 가능성을 알아보기로 한다. 이번 글에서는 블록체인의 핵심 기술을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설명하기에 앞서 디지털 데이터에 대한 몇 가지 특성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복제가 쉽게 가능하다. 복제되는 횟수도 무한히 가능하다. 복사기를 이용하는 종이 복사와는 다르게 디지털 데이터는 복제를 한다고 해서 그 내용이 원본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아예 원본과 복제 본을 구분해 낼 수도 없다. 이런 특성으로 인하여 전 세계에 그 데이터가 유일하게 하나만 존재함을 증명할 수도 없다. 더 나아가 그 자료의 소유권을 특정하여 주장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만든 자료가 인터넷 유통을 통해 복제되어 수많은 개인 PC에 저장되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에서 그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그 자료를 직접 만든 주인이라고 주장하게 되면 이를 확인하거나 입증할 방법이 없다. 물론 그 자료로부터 누가 만든 자료인지는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데이터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음원이나 영화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디지털 음원은 노래를 부른 가수가 있다. 영화는 그 영화를 만든 제작사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음원이나 영화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방법은 디지털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 음원이나 영화를 만든 저작권자가 그 저작권을 누군가에게 판매하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쉽게 복제되어 유통되고 있는 디지털 세계 자체에서는 해결해 낼 수가 없다.

이 같은 특성으로 디지털 세계에서는 늘 불법 복제에 의한 저작권 문제가 일상화 되어 있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여 사용한 데이터 파일이나 그림 등에서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소프트웨어도 구매 없이 불법으로 복제하여 사용하는 것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인터넷 기술이 등장하면서 화폐를 전자적으로 구현하겠다는 다양한 시도가 있어 왔다. 인터넷을 통해 상품을 거래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상품을 거래하려면 필수적으로 돈의 이동이 따라야 한다. 상품의 거래는 그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성사된다.

그런데 돈을 인터넷을 통해서 전달할 방법이 없다. 화폐를 디지털화해서 전달하면 되는데 디지털화된 화폐도 결국 일종의 데이터이다. 이 데이터는 다른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그 자체로 전 세계에서 유일한 것이며, 누군가 소유함으로써 그 가치를 보장받는다. 반면에 디지털 데이터만으로 구성되는 전자화폐는 복제가 될 경우 그 유일성이 사라지게 된다. 내가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게 복제되어 그 가치를 보장할 방법도 없다. 결국 화폐를 디지털화하여 사용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디지털 거래 즉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될 수가 없다.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 기존의 국제 무역에서 활용한 은행 등과 같은 중계기관을 이용한 방법이다. 두 거래 당사자 간에 물건 거래에 대한 대금의 이동을 은행과 같은 특정 금융기관의 자금이체를 활용한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에서 자금의 이동은 대체적으로 거래 당사자 간에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신뢰기관인 은행 등과 같은 금융기관이나 자금 중계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전자상거래 또한 활성화의 길을 열게 된 것이다.

이 같은 해법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인터넷 거래에서 제3의 기관을 거치지 않고 기존의 화폐처럼 거래 대금을 직접 전달하려는 연구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그 해결책의 근원은 디지털 데이터의 특성을 극복하는 데서 찾고자 했다. 수많은 복제 데이터가 존재 하더라도 유일하면서도 소유권을 입증할 수 있으면 된다.

그 시도 중의 하나로 등장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은 전자화폐를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폐처럼 개인 간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겠다는 관점에서 출발했다. 그 핵심에는 복제된 데이터에 대하여도 그 소유권이 유일함을 입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는 문제가 있다. 전자화폐를 보유한 사람이 이를 다른 이에게 전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화폐는 끊임없이 전달되어야 한다. 전자화폐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지폐나 동전은 전달되면 전달한 사람은 더 이상 물리적으로 소유를 할 수 없다. 2사람이나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없다. 지폐나 동전은 물리적으로 유일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자화폐는 동시에 2사람이나 그 이상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전달할 수 있다. 전자화폐 20개를 보유한 갑돌이가 을순이와 병철이에게 동시에 20개의 전자화폐를 각각 준다고 가정하자. 이때 을순이와 병철이는 그 전자화폐를 받게 된다.

전자화폐 그 자체가 데이터이기 때문에 갑돌이가 주는 것은 복제하여 주는 데이터인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 갑돌이, 을순이, 병철이 세 사람이 동시에 각각 전자화폐 20개를 소유할 수 있다. 전자화폐의 개수가 20개에서 60개로 늘어난 것이다. 그런데 갑돌이, 을순이, 병철이가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갑돌이가 전자화폐 20개를 갖고 있었는데 이를 동시에 을순이와 병철이에게 준다면 을순이와 병철이는 분명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는 갑돌이, 을순이, 병철이가 모두 한곳에 모여 있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있음을 인지할 수 없다. 비트코인은 이 같은 문제를 데이터 공유를 통해 해결했다. 갑돌이, 을순이, 병철이가 같은 곳에 모여 있는 것과 같은 방식을 컴퓨터 시스템적으로 구현을 한 것이다.

그 방법의 핵심은 데이터를 모두가 공유하는 것이다. 갑돌이가 갖고 있는 정보를 을순이와 병철이도 동일하게 갖는다. 을순이가 갖고 있는 정보를 갑돌이와 병철이도 갖고 있다.

또한 병철이가 갖고 있는 정보를 갑돌이와 을순이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전자화폐의 수량을 모두가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전자화폐의 수량의 이동도 모두가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갑돌이가 20개를 갖고 있었고 을순이와 병철이는 0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갑돌이가 전자화폐 20개를 을순이와 병철이에게 동시에 주게 되는 상황을 다시 살펴보자. 일단 을순이가 20개를 받은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을순이는 갑돌이로부터 20개를 받았으므로 갑돌이가 갖고 있는 전자화폐는 0개이고 병철이 또한 0개이며 을순이 자신은 20개를 갖고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 병철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병철이는 갑돌이로부터 20개를 받았으므로 갑돌이가 갖고 있는 전자화폐는 0개이고 을순이 또한 0개를 갖고 있음을 확신한다. 갑돌이 자신이 전자화폐 20개를 모두 갖고 있음을 주장할 수 있다.

여기서 갑돌이, 을순이, 병철이가 이 정보를 공유한다고 하자. 그러면 을순이와 병철이는 문제가 생겨 있음을 서로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을순이와 병철이 모두 갑돌이로부터 전자화폐 20개를 받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전자화폐 20개가 40개로 늘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갑돌이가 두 사람 모두에게 전자화폐를 준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전자화폐 거래에서 이러한 경우를 다중지급으로 표현한다. 다중지급을 하더라도 그 전자화폐를 받은 사람들 간에는 다중지급이 있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전자화폐를 기존의 종이 화폐처럼 개인 간에 직접 전달할 수가 없었다. 비트코인은 거래 장부를 모두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일정시간마다 장부를 공유하고 위와 같은 다중지급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다. 다중지급이 발생하면 다중 지급을 걸러낸다. 결국 비트코인은 전자화폐 이동에 대한 모든 기록을 모두가 공유하여 다중지급이 발생하지 않게 함으로써 특정 전자화폐가 유일하게 특정인에게 소유됨을 상호 확인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전자화폐의 이동이 은행 등과 같은 제3의 기관을 활용한 것과는 다르게 개인 간에 전자화폐가 직접 전달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에도 한계가 존재한다. 그 이유는 전자화폐의 이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모두가 동시에 공유할 수 없다는 인터넷의 태생적 한계에서 발생한다. 전자화폐의 이동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이러한 정보를 시차 없이 동시에 관리할 수가 없다.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가 이동되는 시간 차이도 존재한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다중지급을 발생시킬 수 있다. 전자화폐의 이동을 일시에 일정시간 동안 멈추지 않으면 동일한 내용의 기록을 모두가 보유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의 사용을 일시에 일정시간 동안 인위적으로 멈출 수는 없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사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누군가가 전자화폐의 이동기록 즉 거래 장부를 정리하여 모두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그 배포된 장부를 모두가 기본 장부로 활용함으로써 일치된 거래를 관리를 할 수 있는 기초를 삼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갖는 전자화폐 시스템인 비트코인이 2009년에 출현했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을 총칭하여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모두의 공유를 통해 그 최종 결과물인 데이터의 소유권을 유일하게 만드는 핵심 기술인 것이다.

● 한호현 (테크칼럼니스트·공학박사)

- 한호현은 정보통신분야 공학박사로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 다수의 기관에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총괄본부장을 역임하였으며, 정보통신부, 현대정보기술 등 공공, 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보통신 관련 다양한 실무 경험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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