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우송대학교 4차산업융합원 원장
[주간한국 전문가칼럼=]전 세계를 뒤 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피해 정도에 대해서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모두 심각하게 보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기업 맥킨지 역시 코로나19 사태의 파급효과를 인류사적 대 사건, 즉 인간의 생명과 글로벌 경제에 직접적이고도 위협적인 공격을 가한 일대 사건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처하고 변화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일례로, OECD(2020)는 코로나19 발 산업혁명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례로, 중세 시대 유럽을 뒤흔든 흑사병이 도리어 르네상스 발현의 원동력이 됐었다는 역사적 사건에 근거하여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은 4차 산업혁명시대로 가기 위한 또 다른 산업혁명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조짐이 실제로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6년부터 논의된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에도 적응하지 못한 우리의 일상을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흔들어 놓기 시작하였으며,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 기술에서 근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야기되는 각종 사회적 경제적 혼란을 스마트 기술들을 활용해 마치 제우스의 방패 ‘이지스(Aegis)’처럼 철통같이 관리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 정부와 언론들은 한국의 변화와 대응과정에 대해 집중 분석을 하고 있다. 이들은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기반의 촘촘한 웹이 추구하는 정보의 빠르고 공평한 분배를 통해 혼란을 줄이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비대면 경제체계 구축 등이 실현 가능하도록 만든 스마트기술들을 한국의 주요한 사회적 자산으로 평가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이러한 성공 기반은 하루아침에 갑자기 만들어진 사회적 인프라가 아님을 필자는 강조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인 2000년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기치 하에 대한민국의 정보화를 위해 행정부와 입법부가 대한민국의 정보화를 위한 제도마련과 재정 투자라는 긴밀한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중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은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입법 사례로 평가 될 일이었다. 정보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국민중 누구도 정보화의 혜택에 소외됨 없이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규정한 것이 동 법의 내용이었으며, 이 법에 따라 일반 국민과 경제적, 신체적, 사회적 배려 대상 계층이 모두 함께 하는 ‘따뜻한 정보화 사회’를 대한민국에 구현해 갈수 있었다.

정부는 ‘정보격차해소 종합 대책’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정보화 기기의 보급과 정보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위한 활동과, 일반 국민과 사회 소외계층의 정보화 활용 역량 제고, 정보화를 활용한 경제적,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유도할 수 있는 생산적 활용 기반 구축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진행 하였다. 동시에 정보화 사회 진행에 따른 인터넷 및 게임 중독예방, 인터넷 윤리확보 등의 사회혁신을 위한 부처간 협력 사업을 추진하여 한국형 정보화 추진을 위한 지속가능발전체계를 구축하였다. 당시에 구현된 정보화 인프라와 정보활용역량, 사회 주요 서비스의 온라인화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언택트(Untact, 비대면) 생활’에 대한민국사회가 큰 흔들림 없이 적응해 갈 든든한 기반이 된 것이다. 온라인 학교, 온라인 생산 소비, 온라인 공공 서비스, 온라인 기반 근무 등 20년전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에서 미리 준비한 정보화기반의 ‘언택트 생활’을 활용하여 이번 코로나19의 피해와 혼란을 극복해 낼 수 있었다고 평가해 본다.

이에 국제통신연합(ITU),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국제기구들은 정보통신 강국 한국(IT Korea)이 보여주고 있는 지능정보통신기반의 코로나19 대응전략에 큰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세계국가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을 통해 우리는 뜻하지 않게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보격차를 발견하고 이에 당황하게 되었다. 일명 ‘스마트기술 격차’로 불리는 스마트 기술에 대한 접근, 활용역량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함이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경제적, 신체적, 교육적 격차로 인해 스마트 기술의 보유와 활용에서 소외되는 계층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위협에 더욱 취약하고, 코로나19로 변화된 경제에서 더욱 고통 받게 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되었다. 스마트 기술기반의 플랫폼 경제에 대응하지 못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이 힘들어 했고, 정보통신 역량이 부족한 계층들이 비대면 경제, 비대면 교육에서 소외되는 현상들이 목격되었다. 모든 바이러스를 통제하고 우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질병원을 소멸 시킬 수 있다는 현대 사회의 자만심을 뚫고 이번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듯이 우리가 정복했다고 생각했던 정보격차가 새로운 형태로 변이하여 2020년 대한민국 사회에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우리는 과거 2009년 8월에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면서 대한민국에 더 이상의 정보격차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새로운 스마트 사회를 맞이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스마트기술 격차가 대한민국에 존재함을 인지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거나 부정 할 필요가 없다. 불편함을 느끼고 그 원인을 살펴봄으로서, 새로운 개선과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는 지능정보사회 구현의 새로운 기회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사회로부터 소외됨이 없는, 누구나 스마트 기술로의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정책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향후 도래하는 융.복합 지능정보기술사회에서 누구하나 소외됨이 없는 “스마트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우리사회의 전반적인 재점검과 고민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필요하다면 '신 정보격차해소에 관한 법률'과 같은 과감한 제도적 정비 방안도 같이 검토되었으면 한다.

◇ / IT융합학부 교수

고려대 심리학과 졸업후 미국 유타주립대 사회학과 학사, 텍사스A&M 대학교에서 석o박사(사회학)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을 연임했으며, ICT폴리텍대학 학장과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를 거쳐 현재 우송대학교 IT융합대학 교수로서 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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