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티빙, 왓챠 등 ‘한국OTT협의회’ 발족
올해 넷플릭스 한국에 5500억원 투자…디즈니플러스 등 론칭
국내 저작권 관련 이슈 등 넘어야 할 산 산적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김민영 총괄이 지난달 25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 콘텐츠 라인업 소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날 올해 한국 콘텐츠에 5억 달러(한화 약 5천54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넷플릭스 ‘공룡’에 맞서 토종 온라인동영상플랫폼(OTT)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내 토종 OTT가 한데 모였다. 현재 국내 OTT 가입자의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부터 디즈니플러스, HBO, 아이치이 등 올해 글로벌 OTT의 국내 공략이 거세지면서 토종 OTT 사업자들의 ‘살아남기’가 OTT 업계의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관련업계가 OTT시장의 정책, 업계 이슈를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의회를 조직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일 웨이브, 티빙, 왓챠 등 대표적인 국내 OTT업체는 ‘한국OTT협의회(이하 OTT협의회)’를 발족하고 정책 분야 공동 협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협의회 출범과 함께 업계는 OTT산업 발전과 사업환 경 개선을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OTT협의회는 우선 △OTT 규제 개선 의견 개진 △저작권 제도개선 추진 △망이용료 등 불공정 및 역차별 환경 개선 △공동 법무 및 연구 용역 추진 △연구개발(R&D) 등 사업협력 방안 도출 △정책 홍보 등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고 활동에 돌입한다. 이태현 콘텐츠웨이브 대표, 양지을 티빙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가 공동 의장을 맡고, 각 사 임원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위원장 이희주 웨이브 정책기획실장)를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한다. 실무 조직은 정책분과, 홍보분과, 사업협력분과로 구성했다. 3월 중 운영위원회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매달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필요 시 정책세미나와 간담회 개최 등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우선 3사로 시작하지만 참여를 원하는 다른 OTT사업자에도 문을 열어두고 조직을 확대해간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국내 토종 OTT가 자발적으로 협의회를 구성하며 머리를 맞댄 이유는 글로벌 OTT 서비스에 대한 위기감과 갈수록 커지는 OTT 시장의 정책 이슈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다. 협의회 출범으로 국내 OTT 기업 간 협력관계가 긴밀해지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OTT업체 간 합병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평가다. 거대 자본을 무기로 한국 시장을 공략중인 글로벌 OTT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나홀로 살아남기란 역부족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수익 1년 새 2배 증가

실제로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이 지난해 넷플릭스 결제에 5000억원 이상을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와 함께 이용자가 급증한 넷플릭스는 1년만에 결제금액이 2배 이상 늘었다. 넷플릭스의 국내 연간 결제금액은 서비스 초반이던 2018년 657억원에서 2019년 2483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2020년 5000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이 같은 한국 시장의 반응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올 한해 한국 콘텐츠에만 55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한국 서비스 시작 후 지난해까지 5년 간 한국에 7700억 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그간 투자한 금액의 70%가 넘는 금액을 올 한해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킹덤’ ‘스위트홈’ 등 드라마에 주로 집중했다면 이제는 영화와 예능, 시트콤, 다큐멘터리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다른 글로벌 OTT 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와 워너브러더스의 OTT HBO 맥스가 올해 한국 진출을 공식 선언했고 가입자 1억명 규모의 중국판 넷플릭스 아이치이도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결국 글로벌 OTT 전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아직 이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토종 OTT 서비스 업체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올해 티빙과 같은 국내 OTT 서비스에서는 자체제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며 “제작사에도 독점 공개가 가능한 콘텐츠를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OTT, 문화부와 음악저작물 사용료 두고 갈등

하지만 넘어야 한 산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글로벌 OTT 서비스들의 공세 외에도 국내 OTT 저작권과 관련한 이슈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OTT가 새로운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급부상하면서 현 저작권법상에 OTT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나 OTT를 통한 영상물 이용권리, 음악저작권 이슈 등이 정리되어 있지 않아 이를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OTT 업계는 OTT 서비스의 음악 저작물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등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OTT 협의회가 발족하면서 OTT 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를 따로 구성해 음악저작권과 관련해서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단체협상을 담당하게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이와 관련 이희주 OTT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지난해 범정부 차원에서 미디어 규제 완화와 OTT 진흥 방안을 발표했지만 관련 부처 및 국회에서는 오히려 규제 강화가 논의되면서 업계에 큰 혼란을 주고 사업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면서 “OTT업계가 정책 이슈에 대해 힘있게 한목소리를 내고, 여러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갈 수 있도록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장서윤 기자 ciel@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