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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그들, 글로벌 리더 양성의 요람
민족사관고등학교, 한국인의 정체성 갖고 세계로 가는 21세기 한국의 기둥들
국제계열 전원 외국명문대 합격 신화 행진, 수업 등도 영어 공용화


4월 29일 낮 12시 강원 횡성군 민족사관고 다산관 2층. 국제계열 1학년 학생들의 물리학 수업이 한창이다. 박광열 교사가 칠판에 ‘시이소’ 그림을 그려놓고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축을 중심으로 양측이 균형을 이루는 원리는 무엇일까?”

30명의 학생은 일순간 침묵하며 뚫어져라 칠판을 응시했다. 잠시 후 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중심 축으로부터의 거리의 문제가 아닐까요?” 잠깐의 침묵 뒤에 또 다른 학생이 비슷한 방식으로 ‘거리와 힘과의 관계’를 설명하려고 애썼다.

이날 수업의 주제는 ‘Torque’(물체를 어떤 회전축 주위로 회전시키는 힘의 모멘트). 보통 대학교 1~2학년 때 배우는 내용이다. 이 학교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이미 대학 수준의 교과를 배우고 있는 셈. 박 교사는 “대학 수준의 수업임에도 학생의 3분의 2 이상은 곧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며 “학생들의 질문을 적절히 끊지 않으면 수업이 안 될 정도로 질문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 미국 대학진학에 맞춘 수업방식

오후 1시 40분 1층 강당. 5개 대학의 합동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예일대, 듀크대, 웨슬리대, 다트머스대, 시카고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이 우수 학생의 유치를 위해 몰려온 것.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행사다. 15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각 대학 입학 관리 담당자들이 저마다 교육 환경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동안, 학생들은 영어로 능숙하게 중요 사항을 받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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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1학년 90명, 2학년 54명, 3학년 23명 등 총 167명의 국제 계열 학생들의 목표는 외국 명문대학의 진학이다. 6년 연속 국제계열 전원 외국 명문대 합격 신화를 일궜다. 올해도 20명의 국제계열 학생 전원이 하버드대, 예일대, MIT 등 미국 명문대로부터 합격증을 받았다. 도대체 민족사관고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준비했기에 이 같은 성과를 이뤘을까.

학교에 들어서면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교문 양편에는 충무공과 다산의 동상이 나란히 서 있고, 그 뒤로는 미래 탄생할 노벨상 수상자의 기념 동상을 세우기 위한 밑돌이 마련돼 있다.

한복 차림의 학생들은 마주칠 때마다 예(禮)를 다해 인사를 한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자세히 들어보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한국어가 아닌 영어다. 이곳에선 일요일을 제외한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수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영어 사용만을 허락하는 EOP(English Only Policy) 학칙을 고집하고 있다.

민족사관고에서는 수업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영어사용 학칙을 고집하고 있다. 최규성 차장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의 기상 시간은 오전 6시. 교사에게 큰 절로 문안 인사를 드리는 혼정신성(昏定晨省)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절을 마치면 검도나 태권도 중 택일하여 30분간 아침 운동을 한다. 신체의 수련을 위한 것. 졸업 전 검도나 태권도 1단을 획득하는 것이 이 학교의 교칙이다.

수업은 오전 8시 30분에 시작되는데, 크게 세 가지로 방식으로 나뉜다.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대형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강의식 수업과 2~15명 사이의 소 그룹으로 이뤄지는 실험과 토론 수업, 그리고 교사와 학생이 1: 1로 마주하는 개인 학습 지도 등이다. 剋들웰오黴탔?흥미와 능력에 따라 스스로 수업을 선택한다. 미국식이다.

교과과정도 철저히 미국 대학 진학에 맞춰져 있다. 모든 수업은 영어로 된 원서교재를 사용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미ㆍ적분학 등 82학점의 심화 선택과목이 있고, 이들 중 40학점은 미국 고교에서 시행중인 고급단계 AP(Advenced Placement) 과정을 따른다. 미국 대학에 진학하면 학점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루 8교시의 수업이 모두 종료되는 시간은 오후 5시 30분.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로 가서 밤 늦도록 자습을 한다. 학교측은 12시가 넘으면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이때 취침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공식적으로 민족사관고의 불이 꺼지는 시간은 새벽 2시. 오전 6시 기상이니 불과 취침 시간은 4시간에 불과하다.

- 과외부담 없어 학업스트레스 적은 편

놀라운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다. 국제계열 김지훈(2년)군은 “소등 시간이 너무 일러, 보통 새벽 3~4시까지 비상전등을 켜고 공부를 한다”고 말했다. 이 학교 엄세용 교무부장은 “일반 고교생들이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사교육에 매달리는 데 반해, 이 학교 학생들은 이런 과외에 대한 부담이 없어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예체능에 소홀한 것도 아니다. 미국 대학 입학 허가를 위한 필수 요소인 지원동기 에세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일주일에 2회 두 시간씩 진행되는 특별활동 시간에는 국궁, 야구, 농구, 테니스, 골프 등의 스포츠 외에도 플룻, 피아노, 가야금, 장구 등과 같은 동ㆍ서양의 음악 수업을 마음껏 받을 수 있다. 이 학교 국제계열 채무성(1년)군은 “처음에 입학해서는 학생들이 공부밖에 모를 줄 알았는데 다들 특기 실력이 대단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100% 가까운 진학률 덕에, 입학 절차는 무척 까다롭다.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의 전과목 석차 백불율이 상위 5% 이내에 들어야 입학 지원서를 낼 수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국제계열의 경우 TOEFL 성적은 240점 이상(일반 계열은 220점 이상), 전국 경시대회에서 동상 이상의 성적을 거둔 학생만이 지원 가능하다. 선발 시험은 계열별로 3차(서류전형, 영재판별 검사 및 심층면접)에 걸쳐 엄격하게 실시된다.

학생만큼 교사진의 실력도 쟁쟁하다. 현재 이 학교 교사 61명 중 90% 가량이 석사 이상의 학위를 갖고 있다. 박사 학위 소지자도 24명에 달한다.

질 높은 수업만큼, 학비는 만만찮다. 기숙사비를 포함하여 1개월 등록금은 122만원. 하지만 양질의 교육과 사교육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비싸지도 않는다는 평. 특히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준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학교 국제계열 1년인 이용익 학생의 어머니 어윤옥 씨는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사교육에도 의존하지 않고 공부하는 자세를 길러주는 점이 특히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1996년 ‘민족 주체성과 영재 교육의 요람’을 표방하며 설립된 이 학교는 올해로 개교 9주년. ‘민족사관’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건 이 학교의 교정 곳곳엔 조국(祖國)이란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이 학교 박하식 교감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리더를 양성해 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현정기자 hjbae@hk.co.kr


입력시간 : 2004-05-0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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