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하세요, 인생이 달라져요"'잘 먹고 잘 사는 법'확산, 유기농 식품 봇물로 매출도 급증

[웰빙열풍] 거센 웰빙열풍, 쏟아지는 웰빙상품
"웰빙하세요, 인생이 달라져요"
'잘 먹고 잘 사는 법'확산, 유기농 식품 봇물로 매출도 급증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이진선(29)씨는 요즘 일상의 활력을 되찾았다. 바로 e-mail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고 깊숙하게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웰빙’이란 키워드 때문.

그녀는 원래 근검절약을 최고의 선으로 추구하며, 한 푼이라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둥바둥 하는 검소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웰빙족’으로 변신하면서 소비의 원칙을 바꿨다. 절약하되, 늘 고단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자신을 위해 작은 즐거움을 찾는 여유까지 외면하지는 말자는 것.

음식은 조금 비싸더라도 유기농 식단을 고집하고, 퇴근 후에는 집 근처 요가센터에 다니며 몸과 마음을 수련한다. 이씨는 “웰빙 삶을 실천한지 불과 1년도 안 되었지만, 얼굴색부터 몰라보게 고와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삶의 여유와 자신감을 되찾은 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진 경험”이라며 웰빙 예찬론을 폈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 열풍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웰빙 여행, 웰빙 가전, 웰빙 식품 등 ‘웰빙’이란 키워드를 단 상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고 있다.

건강의 기본이 잘 먹는데 있는 까닭일까. 웰빙 열풍의 진원지답게 각 식품 업체들은 앞다퉈 유기농 식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상은 최근 유기농식품 전문 브랜드 ‘오 푸드’(O’ food)를 선보였다. 브랜드 이름부터 유기농을 의미하는 ‘Organic’과 ‘Food’의 합성어로 내걸었다. 오 푸드 시리즈로 먼저 포도식초, 올리브유, 참기름을 내놓았고, 간장, 고추장, 된장, 잼, 현미식초 등 다양한 유기농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중시하는 25∼34세 젊은 주부를 주요 타깃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 유기농 가공식품, 시장규모 날로 커져

삼양사도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유기농 전문점 ‘구텐모르겐’을 열었다. 생식품, 가공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100여개 해외 유기농 전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한다. 이에 앞서 동원그룹의 식품부문 지주 회사인 동원 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친환경 유기농 전문회사인 ‘이팜’을 인수, 유기농 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풀무원은 최근 상황버섯을 주 원료로 한 면역기능 강화식품 ‘상황원’을 선보였고, 남양유업은 지난 6월 완전 유기농 분유 ‘마더스 오가닉’을 내놓았다. 지난해 국내 유기농 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200억원으로 웰빙 바람을 타고 매년 2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기능성 음료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CJ가 출시한 인삼음료 ‘한뿌리’는 10개월 만에 300만 병이 팔려 나갔다고 한다. 4년근 인삼 한 뿌리를 통째로 갈아넣었다는 게 특징. 이 회사 김태열 건강식 브랜드 매니저는 “웰빙 열풍에 힘입어 한 병에 3,000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제품도 큰 인기다. 웰빙 열풍을 타고 건강을 지키는 보조적 수단이 아니라 ‘필수품’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미국 GNC의 종합비타민 ‘메가맨’은 남성들에게 필요한 비타민, 미네랄 및 각종 허브 등 총 30종의 성분이 함유된 월드 베스트 셀러 제품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세계적인 건강기능식품 정보 사이트인 ‘뉴트리션 비즈니스 저널(NBJ)에서 GNC의 시장점유율을 별도로 기록할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를 지녔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150가지 품질 검사를 거치며, 제품의 신선도 및 유용성 유지를 위해 다량의 재고를 보유하지 않고, 주문이 발생할 때마다 생산하는 주문생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성분으로 만든 자연주의 화장품도 웰빙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환영 받는다. 태평양은 피부 맞춤식 화장품 ‘이니스프리’를 자연주의 화장품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라벤더,로즈마리 등 천연 허브성분과 브로콜리, 당근, 파슬리 등 유기농 푸드 등의 성분을 첨가해 기초제품 34품목을 내놨다.

코리아나 화장품은 몸에 좋은 검정 곡물인 검은 콩, 검은 깨, 검은 쌀 등 블랙 시리얼을 주원료로 한 웰빙 화장품 ‘퓨어셀 블랙 시리얼’ 2웰올殮?출시했다.

생식도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유통 채널도 방문 판매 중심에서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전문 판매점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다.

이롬라이프는 최근 100년근 산삼을 배양한 ‘산삼배양근 생식’을 내놓았다. 항암과 면역력 증강에 효과적인 산삼 배양근 외에도 검은콩, 흑향미, 검정깨 등의 블랙 푸드와 영지쌀, 홍국보리, 나한과추출물 등의 기능성 원료까지 넣었다고 업체측은 밝혔다.

이 회사 김종운 마케팅 팀장은 “산삼배양근 생식은 출시 40여 일만에 25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원료의 차별화, 기능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웰빙 생식족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 실버 세대들도 웰빙바람

건강을 지키는데 있어 운동 기구나 의료용 기구, 건강 보조용품도 빠질 수 없는 품목. 특히 건강이나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고민하는 실버 세대들을 위한 실버 웰빙 바람이 대표적이다. 혈당계와 혈압계는 값이 저렴하면서도 가정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돼 인기다. 전자혈당계는 5초 이내에 채혈과 검사가 완료되며 혈압계도 팔뚝에 감아 스위치만 누르면 맥박과 함께 표시돼 편리하다.

디스크나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위한 허리 보조용 의료기구도 최고의 효도 선물로 꼽히는 웰빙 상품. 허리를 받쳐 줘 통증을 줄이고 바른 자세의 유지를 돕는다. 안마기, 발마사지기, 지압기 등도 다양하게 나와있다. 발 마시지기는 기본적인 마시지 기능 외에도 차가운 발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온열 기능을 갖춘 제품도 나왔다.

이 같은 의료용ㆍ건강보조용 기구의 기능이 장착된 첨단 제품도 등장했다. 최근 휴대전화 단말기의 기술진화가 급속도로 빨라지면서 혈당ㆍ체온ㆍ걸음 횟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웰빙폰’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 본연의 통신보다는 건강 부문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정보통신기기가 아닌 ‘의료기기’로 공식 분류되는 단말기마저 등장할 정도다.

LG전자는 최근 혈당 측정용 휴대전화 단말기 ‘LG-KP8400’을 개발, 당뇨병 환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터리에 혈당 측정을 할 수 있는 ‘스트립’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일반적인 단말기와 달리 정보통신기기 대신 의료기기로 공식 분류된다.

팬택은 체온측정이 가능한 유럽통화방식의 GSM 단말기 개발을 완료하고 동남아 지역에 수출할 예정이다. 체온감지센서가 장착돼 사용자의 체온변화를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만보계가 장착된 30만 화소 카메라폰 ‘E3330’을 선보인다. 일반 만보계 센서를 휴대전화 단말기에 내장한 것으로 적당한 운동량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 소비패턴·욕구도 '웰빙'

웰빙 열풍의 거센 바람은 백화점 가을 정기 바겐세일(10월 1일~17일까지) 경품에까지 상륙했다. 신세계 백화점은 오는 17일까지 명동 본점과 강남점, 영등포점, 미아점 등 서울지역 4개 점포에서 ‘웰빙 체험의 행운을 드립니다’ 행사를 진행한다.

당일 5만원 이상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총 380쌍을 뽑아 웰빙 체험을 제공한다. 유기농 사과농장 견학 및 사과따기 체험(100쌍), 김치공장 견학 및 김장 담그기 체험(80쌍), 아산 스파비스 온천 무료 이용(200쌍) 등으로 구성됐다.

롯데백화점은 17일까지 안양점에서 구매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30명을 선정, ‘블루에어 청정공기 원정대와 함께하는 웰빙라이프’라는 이름의 경품 행사를 연다. 선정된 고객의 집을 방문, 실내 공기를 측정해주고 진단 및 상담을 해준다.

이 같은 웰빙 열풍에 대해 올 2월 ‘LG주간경제’에 ‘웰빙 열풍을 읽는 3개의 코드’라는 연구보고서를 게재했던 LG경제연구소 김상일 책임연구원은 “환경 오염의 심화와 고령화 사회의 진입 등의 여건은 시간이 갈수록 실질적인 소비욕구로서 ‘웰빙’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 2004-10-13 15:44


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