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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주타누간을 키운 건 8할이 태극낭자?

LPGA 투어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 킹스밀 챔피언십 연속 우승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20)이 이렇게 빨리 LPGA투어 2연승을 거두리라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5월 9일(한국시간) 요코하마타이어 LPGA클래식에서 태국선수로는 사상 처음 LPGA투어 우승의 영광을 안은데 이어 5월 23일 킹즈밀 챔피언십을 제패한 아리야 주타누간은 그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골프팬들에겐 역전패의 상징처럼 알려졌다.

좋은 신체조건과 탁월한 기량을 갖추었음에도 우승을 눈앞에 두고 번번이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를 만나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3년 전 태국선수로서 최초의 LPGA투어 우승자가 될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그 기회는 한국선수 때문에 물거품이 되었다. 신인으로서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기 직전까지 그는 우승문턱에서 여러 차례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가 아리야 주타누간에게 분루를 삼키게 했지만 동시에 그가 단숨에 2연승을 올리며 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만든 것 또한 한국 또는 한국계 선수 덕분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다’고 읊은 시인 서정주 식으로 표현하자면 ‘아리야 주타누간을 키운 건 8할이 태극낭자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나머지 2할이 주타누간 자신의 몫이 될 것이다.

주타누간과 태극낭자와의 악연(?)은 2013년 태국에서 열린 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국에서 열린 이 대회에 초청선수로 참가한 그는 마지막 18홀(파5)을 앞두고 박인비(28)에 두 타차로 앞서고 있었으나 무리하게 2온을 시도하다 볼이 벙커 턱에 박히면서 트리플 보기를 범해 박인비에게 우승컵을 바쳤고 동시에 LPGA투어 직행티켓도 놓쳤다.

2015년 시즌 개막대회인 퓨어실크 바하마 대회에선 연장전에서 김세영(23)에게 무릎을 꿇었고 ISPS 호주 여자오픈에서는 3라운드까지 공동선두로 나섰다가 4라운드에서 4타를 잃어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주었다.

지난 4월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 대회에서도 마지막 라운드 3홀을 남기고 공동 2위 그룹(리디아 고, 전인지, 찰리 헐)에 2타 앞서 있었으나 3개 홀에서 모두 보기를 범하면서 침착하게 파와 버디를 한 리디아 고에게 우승을 내주고 말았다.

다섯 살 때부터 골프채를 잡은 그는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22)과 함께 아마추어 시절부터 리디아 고, 김효주 등과 함께 미래의 골프스타로 주목을 받아 왔다. 드라이버 비거리가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슨은 능가하고 아이언으로 200야드 이상 날린다.

2014년 Q스쿨을 공동3위로 통과해 L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2013년 LPGA투어 신인왕에 오른 언니 모리야 주타누간과 함께 LPGA투어의 유망주로 기대되었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태극낭자를 만나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지만 대신 태극낭자들과의 대결에서 흥분과 분노를 다스리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몰입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아리야 주타누간이 태극낭자를 만나 좌절 끝에 기술적 정신적 담금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면 18년 전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18홀 연장전 끝에 박세리에게 패한 태국의 제니 추아시리폰은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골프와 결별한 특별한 케이스다.

미국 듀크대학에 재학 중이던 추아시리폰은 박세리와는 동갑내기로, US 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준우승한 아마추어 자격으로 US여자오픈에 출전, 연장전 18홀을 포함해 92홀 대결 끝에 박세리에게 패했다. 대학 재학 중 4년 연속 'All-American'으로 뽑히고 듀크대학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를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이 패배의 영향으로 졸업 후 골프를 접고 다시 대학에 들어가 간호학을 공부해 간호사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우승으로 아리야 주타누간은 리디아 고에 이어 두 번째로 2016년 시즌 2연승의 기록과 함께 장하나, 리디아 고, 노무라 하루 등에 이은 네 번째 복수 우승자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태극낭자로부터 담금질을 당한 그가 앞으로 LPGA투어에서 얼마나 많은 승리를 거둘지 주목된다.

아리야 주타누간은 이번 2연승으로 상금순위에선 장하나, 김세영을 밀어내고 리디아 고, 노무라 하루에 이어 3위로 올라섰고 올해의 선수 랭킹 포인트에서도 리디아 고 다음으로 장하나, 김세영보다 앞섰다.

간과해서 안 될 것은 태극낭자들의 경쟁자는 주타누간 자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포나농 펫럼 외에 지난해 Q스쿨을 통과한 4명 역시 잠재적 경쟁자들이다. 어쩌면 태극낭자들이 LPGA투어의 중심세력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태국 선수들이 그대로 되풀이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태극낭자들이 현재의 흐름에 안주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자세를 다잡아야 하는 이유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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