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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25개월 만의 우승’ 전인지가 보여준 소중한 것들

10월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에서 막을 내린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전인지(24)의 골프 인생에 매우 특별한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LPGA투어 비회원으로서 2015년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 챔피언십을 우승한 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가 된 전인지는 이듬해인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LPGA투어에 뛰어들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의 트로피를 차지하는 등 꿈같은 루키 시즌을 보냈다.

신인상은 물론 18홀 평균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수여하는 베어트로피까지 받았으니 축복받은 신데렐라였다.

그러나 LPGA투어 2년차에 접어들면서 신데렐라의 마술이 힘을 잃는 듯했다. 2017년 시즌 성적은 그리 저조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느끼는 우승 갈증은 심했다. 우승 직전까지 갔다가 번번이 좌절하면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다. 그해 2위 또는 공동2위가 4회, 3위 또는 공동3위가 2회나 된다.

무승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악성 댓글과 루머까지 인터넷을 떠돌며 그를 괴롭혔다. 이에 따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전인지는 우승 후 이때를 생각하며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의 우승 갈증을 해소하는 결정적 계기는 8개국 국가대항전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다.

결과적으로 이 대회는 전인지에게 대반전의 기회를 주었지만 정작 출전기회가 왔을 때 반갑기보다는 걱정거리였던 게 사실이다.

박인비의 출전 포기에 이어 세계랭킹 상 차순위자인 최혜진(19), 고진영(23)이 같은 기간 열리는 KLPGA투어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그에게까지 차례가 온 것이었다.

홈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이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타로 출전했다가 좋은 성적을 못 내면 비난이 쏟아질 게 뻔했지만 그는 마음을 비우고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보자고 결심했다. 4전 전승을 기록하며 한국의 첫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예전의 감각과 자신감도 되찾는 수확도 올렸다.

전인지는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의 좋은 느낌을 갖고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참가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일반대회에서도 우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지 않았다. 세계랭킹 1, 2위의 대결이 화제가 된데다 올 시즌 우승자들의 경쟁도 치열해 우승 기회가 오면 좋겠지만 우승을 못하더라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에 이어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소박한 다짐으로 대회에 임했다. 이런 소박한 다짐이 그에게 25개월 만에 귀중한 우승을 안겼지만 우승 못지않게 진정한 프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감명 깊게 보여주었다.

훌륭한 프로골퍼의 척도는 무엇일까. 기량은 기본이다. 스포츠맨십, 좋은 인성도 필수적이다.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나 퍼포먼스, 소통능력이 뒤따르면 금상첨화다.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은 언제라도 우승 가능하다. 기량은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해 있다. 대회 기간 개개인의 컨디션과 리듬에 따라 우승도 할 수 있고 컷 탈락할 수도 있다.

하타오카 나사(19.일본), 다니엘 강(25.미국교포), 에리야 쭈타누깐(22.태국), 박성현(25), 이민지(22.호주교포), 찰리 헐(22.영국), 전인지, 브룩 핸더슨(21.캐나다), 렉시 톰슨(23.미국) 등 매 라운드 선두경쟁을 벌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과연 진정한 프로의 자세는 어떤 것일까 생각해 봤다. 기량은 개인사정에 따라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논외로 치고 경기를 이끌어가는 자세를 유심히 관찰해 봤다.

평판이 좋은 선수들은 대부분 멋진 샷을 날린 뒤 갤러리들의 환호와 박수에 손을 흔들거나 모자를 살짝 들어 올려 고마움을 표시했다. 스스로 자축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고 캐디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캐디와의 대화도 많았다. 에리야 쭈타누깐의 경우 그의 이름을 쓴 피켓을 든 한국 팬들의 환호에 두 손을 모아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전인지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늘 미소를 짓고 팬들과 자주 교감했다. 홀과 홀 사이를 이동하는 통로에서도 어김없이 팬들과 손을 부딪쳤다. 이런 열린 자세는 경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역전우승을 가능케 한 게 아닐까.

반면 열성팬이 많기로 소문난 박성현의 경우 웃는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버디를 하고도 별게 아니라는 듯 특별한 퍼포먼스 없이 지나쳤다. 미스 샷을 내고 나선 얼굴이 굳어 그를 따르는 팬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팬들이 손을 내밀어도 외면했다. 몇몇 홀에서 갖고 있던 볼을 팬들에게 던져준 게 고작이다.

뛰어난 기량에 멋진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밝고 웃는 얼굴로 팬들과 교감한다면 타이거 우즈 못지않은 구름관중을 몰고 다닐 텐데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다.

다양한 계층의 팬의 존재로 생명을 얻는 프로선수가 개성, 기질 등을 이유로 스스로 담을 쌓는 것은 결코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박성현이 멋진 샷을 만들어낸 뒤 멋진 퍼포먼스를 보이고 팬들의 열광에 기분좋게 화답하는 모습을 보는 날이 오리라 기대해 본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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