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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칼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골퍼의 숙명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일을 두고 우리는 종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말을 쓴다.

골프 기량 향상을 위한 노력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비슷하다. 수많은 골퍼들이 골프에 쏟은 정성과 노력에 비해 돌아오는 결과가 성에 차지 않거나 미미함을 절감한다.

20~30년 열심히 골프를 해온 사람이 어느 날 친구에게 “아무래도 골프를 시작한 게 잘못인 것 같아.”라고 털어놓거나 “어이 친구, 나는 골프에 관한 한 지진아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땀을 흘리고 노력하는데 제자리걸음은 고사하고 자꾸 후퇴할 수가 있어?”라며 자학하는 모습을 보일 때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펴기란 어렵다.

골프와 씨름하는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매사에 골프에 매달리듯 열심히 했으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어쩌랴. 아침에 깨달았다가 저녁이면 잊어먹는 골프라는 운동을 외면해버리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헛되어 보이는 노력을 하지 않고선 골프를 즐길 수 없는 것을. 길어야 3일을 넘지 못하는 근육의 기억력 때문이다.

사람의 근육에는 혈액의 헤모글로빈처럼 산소를 운반하고 소모하는 데 관여하는 마이오글로빈이란 색소가 있다. 이것이 많으면 근육이 붉은색을 띠고 적으면 흰색을 띤다고 한다. 잘 발달된 근육은 붉은색을 띤다.

우리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수많은 근육으로 이뤄져 있다. 어느 한 근육섬유에 마이오글로빈이 부족하면 다른 근육섬유에서 빌려 쓰지만 대신 다른 근육섬유는 마이오글로빈이 부족하게 된다. 꾸준한 운동으로 마이오글로빈을 재충전해주지 않는 한 근육은 기억력에 이상을 일으키게 돼 있다.

골프의 기량 역시 밑 빠진 독에 채워진 물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빠져나가는 물보다 많은 양을 공급하면 독의 수위는 올라가고 적게 공급하면 수위가 낮아지게 돼 있다.

3일을 못 가고 지워지는 골프 근육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한 재충전이 불가피하다. 프로선수들이 하루에 1천여 개에 달하는 볼을 매일 치는 것도 바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 위해서다.

한 프로가 1주일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가 감각을 되찾으려면 최소 3천개 이상은 쳐야 한다고 실토한 것이 기억난다.

세계 각지를 순회하며 대회를 치르는 프로선수들이 비행기 안에서 연습용 그립을 놓지 않고 호텔 방에서 퍼팅연습을 하고 스윙 머신을 놓지 않는 것도 골프근육의 기억과 감각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K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여자프로와 라운드 할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한결같이 하루 평균 10시간 정도 골프연습을 하고 저녁 늦은 시간에는 헬스클럽을 찾아 근력 운동을 한다고 털어놨다. 자신만 그러는 게 아니라 동료선수 모두가 하루 평균 8~10시간씩 연습한다고 했다.

스코틀랜드의 고전 교본은 일찌감치 골프를 익히는 일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임을 암시했다. 이 교본은 ‘당신이 골프의 기량 향상을 원한다면 매일 연습하라. 만약 현상 유지를 바란다면 이틀에 한 번은 연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싫다면 골프채를 놓는 수밖에 없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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