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배달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 견제 가능…배달시장 지형도 흔들 수도

해피크루는 ‘행복(Happy)을 전하는 사람들(Crew)’이라는 의미로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보 배달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사진=SPC그룹 제공)
해피크루는 ‘행복(Happy)을 전하는 사람들(Crew)’이라는 의미로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보 배달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사진=SPC그룹 제공)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단건 배달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의 출혈 경쟁에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자체 배달 플랫폼을 들고 가세하고 있다. 우선 소비자의 선택지가 많아지는 효과가 있고 기업간 경쟁 속에 더 혁신적이고 저렴한 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자영업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배달 플랫폼의 과열 경쟁에 따른 부담이 자영업자에게 떠넘겨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단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가세로 기존 배달 앱 기업들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S리테일, 오프라인 매장 기반 자체 배달 플랫폼 운영

아직까지는 대형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기존 배달 앱과 같은 완전한 외식 배달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자체 배달 플랫폼을 구축한 뒤 외식업 등 주류 배달시장에 가세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은 우선 기존 배달 플랫폼 등과 연계하는 등의 전략으로 배달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GS리테일의 경우 지난해 6월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의 배달 전용 주문 모바일 앱 ‘우딜-주문하기’(이하 우딜 앱)를 론칭했다. 기존에는 GS25 상품을 배달 주문할 때 ‘요기요’ 앱이나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통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는 GS리테일의 자체 배달 주문 전용 앱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는 우딜 앱의 ‘GS25’ 메뉴와 ‘우동(우리동네)마트’ 메뉴를 통해 배달 주문을 할 수 있다. GS25의 주문 가능 상품은 1100여종이고 우동마트의 상품은 3500여종이다. 우동마트 상품들은 신선·조리·가공 식품 등 GS수퍼마켓의 상품을 1~2인 가족이 배달 서비스를 받기 적합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GS리테일은 우동마트라는 네이밍을 통해 퀵커머스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근함을 제공하고 향후 배달 주문 서비스 범위도 GS수퍼마켓 외 제3의 업체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우딜 외 도보 배달 플랫폼인 ‘우친-배달하기’ 앱도 별도로 운영된다. 배달업계는 GS리테일의 이러한 행보가 궁극적으로 외식 배달 시장을 향하고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이 전국 1만5000여 오프라인 소매점과 7만5000여명의 도보 배달자를 결합해 유통사 자체 배달 주문 앱과 배달 수행 앱을 동시에 운영하게 됐다”며 “우딜 앱과 우친 앱이 변화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빠르게 기반을 갖추고 온오프 커머스를 연계하는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편의점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도 2019년 업계 최초로 요기요와 제휴를 맺어 배송 시장에 나선 이후 생각대로·바로고·메쉬코리아 등 배달 대행업체와 협력을 강화했다. 이어 네이버·카카오톡 등과 제휴해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SPC, 아웃백 등 대형 외식 기업도 자체 배달망 구축 나서

이미 오래 전부터 기존 배달 앱에 입점해 배달 주문이 가능했던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자체 배달 플랫폼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이런 행보는 기존 배달 앱 등 배달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주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업계의 자체 배달 플랫폼의 경우 대형 유통기업의 퀵커머스 확장의 일환으로 여겨져 기존 외식 배달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며 “하지만 대형 식음료 기업이 직접 자체 배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은 배달시장 지형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SPC그룹 토털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Secta9ine)이 도보 배달서비스 중개 플랫폼 ‘해피크루’(Happy Crew)를 론칭한다고 지난 4일 밝히면서 배달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해피크루는 섹타나인이 보유한 디지털 플랫폼 및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배달원과 점주, 소비자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라스트마일(운송 서비스 마지막 단계) 서비스다.

해피크루는 ‘행복(Happy)을 전하는 사람들(Crew)’이라는 의미로 만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도보 배달에 참여할 수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해피크루앱’(ios 버전은 4월 중순 출시 예정)을 설치한 후 회원가입을 하면 이용이 가능하며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해피크루는 AI 시스템을 통해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는 배달원에게 주문을 자동 매칭해 효율성과 정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라며 “배달원 한 명이 한 번에 한 건의 배송만 가능하게 해 소비자에게 빠르게 배송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의 경우 별도의 배달 대행 가맹비 없이 이용한 건에 대해서만 비용이 청구된다”며 “이륜차 배달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보다 최대 29%까지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덧붙였다.

SPC그룹에 따르면 게임처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레벨, 챌린지, 히든스토어 등)를 함께 제공하는 것도 기존 배달 대행 플랫폼과 차별되는 장점이다. ‘재미있게’(FUN), ‘쉽게’(EASY), ‘자유롭게’(FREE), ‘다양하게’(VARIOUS)를 콘셉트로 배달 곳곳에 재미 요소를 더한 것이다.

해피크루 서비스는 우선 서울 일부 지역(서초, 강남, 송파, 관악, 영등포, 노원, 성북 등 15개구)에서 배스킨라빈스, 쉐이크쉑, 에그슬럿 등 SPC그룹 브랜드의 제품 배송을 시작으로 점차 서비스 브랜드와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종합외식기업 bhc가 운영하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도 올해부터 자사앱 내 딜리버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웃백은 지난 1월 자사앱 내 딜리버리 서비스를 론칭했고 딜리버리 전용 매장을 잇달아 출점하며 증가하는 배달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월평균 2개의 전용 매장을 출점하고 있고 현재 총 46개 딜리버리 매장을 운영 중이다.


송철호 기자 song@hankooki.com